세계 금융 불안 여파 韓 경제엔 내년 1분기 가시화
세계 금융 불안 여파 韓 경제엔 내년 1분기 가시화
  • 이성재 기자
  • 승인 2011.10.10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촉발된 세계 금융시장 불안 여파로 내년에는 국내 실물경기의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 불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미 국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2012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내년 상반기에 분기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들의 영업실적도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 속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진하고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국 투자은행 내년 성장률 2%대 전망

국제투자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 실물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제 투자은행들은 한국의 이런 문제점을 반영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지난 6월 UBS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3.8%와 4.0%로 각각 전망했다가 최근에 3.3%와 2.8%로 낮췄다.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대로 전망한 것은 국내외에서 처음이다.

BNP파리바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4.6%에서 3.4%로, 바클레이즈는 4.1%에서 3.5%로 각각 떨어뜨렸다.

골드막삭스, 메릴린치 등까지 포함하는 9개 국제투자은행이 제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 6월 평균 4.4%에서 최근(노무라 포함 10곳)에는 3.9%로 내려갔다.

국내 연구기관들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4.4%로 예측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 4.1%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4.2%, 4.3%로 제시하고 있으나 11월 수정치를 발표할 때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신석하 KDI 경제동향연구팀장은 "그동안 대외여건이 많이 나빠졌기 때문에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것 같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을 각각 3.6%로 제시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4.0%로 내다봤다. 이들 민간 연구기관들은 글로벌위기 진행상황과 국내기업들의 실적 등을 분석하고 나서 전망치 수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부 전망치는 민간 연구기관들보다 높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성장률을 4%대 중반으로 제시했다. 중기 국세수입 전망에서는 수치를 4.5%로 명시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3분기 들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POSCO 등 주요 상장사 109곳을 대상으로 예측한 올해 3분기 순이익 평균치는 전분기보다 13.9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 분야가 87.24% 줄어들고 경기소비재는 44.25%, 소재분야는 17.61%, 통신서비스는 6.54% 감소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 "내년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내년 상반기에는 분기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들도 주목되고 있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경기가 둔화국면에서 위축국면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한국경제의 유일한 동력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내년 1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에 비해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가 빨리 안 끝난다는 게 전문가들이 공통된 의견이다.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수출품이 중국으로 가더라도 이 나라를 거쳐 미국이나 유럽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위기에 따른 수요감소가 한국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또 "내년에는 경상수지도 문제다. 우리나라가 외채에 대한 이자로 지급하는 금액이 연간 160억 달러나 되는데, 내년에 경상수지 흑자가 이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환투기 세력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도 내년에 분기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전분기 대비 수치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우리는 과거에 위기를 경험한 탓에 경기상황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측면이 있다. 좀 더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내년에는 가계부채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확대하고 민간소비를 억제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악화 시에 내년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으나 0%대 성장에 좀 더 무게를 뒀다.

리먼 사태가 발생했던 2008년의 경우, 4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제 성장률이 2008년 3분기 0.2%에서 4분기 -4.6%로 급감했고 2009년 1분기에도 0.1%로 침체가 이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성장률도 2008년 4분기 -3.3%였고 이후 3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월별 실물지표에서는 이미 부정적인 수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수출은 471억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19.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출 증가율이 8월 25.9%였는데 지난달에는 20% 아래로 둔화했다. 광공업생산 8월 수치도 작년 같은 달보다 4.8% 증가했으나 전월보다는 1.9% 줄어들었다.

금융연구원 임형석 연구위원은 "아직 9월 수출 둔화로 실물경제 위축을 판단하기는 이른 것 같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어떤 시기에 어떤 방법으로 해결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