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피치·S&P, 한국 신용평가 싹쓸이?
무디스·피치·S&P, 한국 신용평가 싹쓸이?
  • 이성재 기자
  • 승인 2011.11.0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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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 무디스, 피치를 포함한 이른바 `세계 빅3'의 한국 지배력은 더욱 높아진다.

S&P 서울사무소측은 한국 진출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국제 신평사들의 한국시장 장악은 신용평가 수준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국제 신평사들은 이사회를 통해 순이익의 100%를 배당토록 하는 등 `돈벌이'에 골몰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신평시장의 업그레이드는 뒷전이라는 것이다.

한국 신평시장의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어 국제 신평사들의 이런 행태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

1998년 175억원 규모였던 한국 신평시장은 작년에 753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조달 자금의 장기화 추세로 회사채 시장이 크게 확대된 덕택이다.

◇ 국제 신평사가 시장 주도

당초 국내 신용평가 시장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토종 3개사가 주도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신평은 무디스와, 한기평은 피치와 각각 제휴를 했다. 급기야 무디스는 2001년도에, 피치는 2007년도에 해당 신평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에 따라 국제신평사가 국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게 됐다.

S&P가 국내에 진입한다면 국제 신평사의 시장 장악력은 더욱 커진다. S&P 서울사무소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비준되면 한국시장 진입요건이 완화된다. 한국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 관계자들도 S&P의 한국진출을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제 신평사가 시장을 주도하면 이점도 있다. 신용평가 모형이나 방법론,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선진 신용평가 기법이 한국에 전수될 수 있다. 당초 금융당국이 정책적으로 외국계 신평사와 국내 신평사의 제휴를 장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기평의 황인덕 평가기획실장은 9일 "한국 신평사는 생긴지 최대 25년가량 됐는데, 외국계는 100년이나 된다. 국제 신평사들은 경험에서 나오는 지식과 데이터베이스 보존 능력에서 출중하다"고 평가했다.

◇ 국제 신평사 배당 파격적

국제 신평사들의 국내 시장 장악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들이 국내 자회사로부터 받아가는 배당은 론스타펀드를 능가할 정도로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무디스가 최대주주(지분율 50%)인 한신평은 2008년에 순이익 73억원 전체를 배당금으로 털어냈다. 배당 성향이 무려 100%나 된다.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순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했다

론스타펀드가 최대주주로 있는 외환은행의 작년 배당성향은 68.51%였다. 배당성향은 배당금을 순이익으로 나눠 계산한다.

피치가 최대주주(지분율 73.55%)로 있는 한기평도 2009년에 순이익 50억원 전액을 배당금으로 소진했다. 작년 사업연도에는 순이익 100억원의 65.0%인 65억원을 배당금으로 결정했다.

한기평의 김봉균 노조위원장은 "최대주주(피치)가 투자금 회수에 집중하고 있다. 배당이 많으면 회사의 성장동력과 성장잠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는 뜻을 최대주주 측에 전달했으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고 말했다.

신평사의 파격적인 배당은 공공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많다. 주주에게 많은 배당을 하려면 단기 이익에 급급해지기 때문이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윤리를 중시해야 하는 신평사가 돈을 벌어 배당하다니, 말이 안된다. 이익을 많이 내려면 기업평가 수임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에 잘 보여야 하므로 등급을 실제보다 좋게 매기게 된다. 이런 점에서 신평사가 지나치게 돈벌이에 집중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외국 신평사가 이사회를 통해 예산과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신용평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국제 신평사가 국내 신평사의 최대주주가 됐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이사회를 장악하고 예산을 통제하며 인사를 장악하는 것이다. 개별 영업행위에 일일이 지시하지는 못하겠지만 마음에 안 들 때는 경영진을 교체하는 방법으로 영향력을 광범위하게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제 신평사에 의해 고용된 최고경영자(CEO)는 더 많은 실적에 쫓기게 돼 있다. 좋은 실적을 못내면 해임되므로 매우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시장점유율을 늘리려고 등급도 좋게 준다"고 말했다.

◇ 母子 신평사가 같은 기업에 다른 등급

모회사인 국제 신평사와 자회사인 국내 신평사가 같은 기업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도 문제다.

무디스는 지난달 13일 LG전자의 신용등급 Baa2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자외사인 한신평은 이 종목의 신용등급 AA를 유지하고 등급 전망도 바꾸지 않았다.

피치도 LG전자의 신용등급 BBB에 대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지만 한기평은 요지부동이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기업평가가 다른 것은 `돈벌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국제 신평사인 모회사가 배당을 많이 받아가려면 국내 자회사가 신용등급을 실제보다 더욱 좋게 매기는 것을 용인하거나 유도할 수밖에 없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신용평가가 다른 것은 단지 국내외 기준의 차이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 국제 신평사들 자신은 특정기업의 신용등급을 과감하게 강등하면서도 자회사의 미온적인 반응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것은 배당금과 연결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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