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보유량을 시급히 늘려라
금 보유량을 시급히 늘려라
  • 김영욱 편집국장
  • 승인 2011.12.0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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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욱 편집국장
금과 은은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던 귀금속이다. 금은이 이처럼 귀하게 여겨진 것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빛깔과 가치 때문이다.

이런 속성은 특히 교환수단으로 유용하다. 그래서 금은은 일찍부터 동전으로 만들어져 화폐로서 기능해 왔다.

그 자체가 돈인 금은의 수급은 인류 역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16~17세기 스페인은 멕시코와 페루 등 신대륙에서 대량의 은을 유럽으로 들여와 번영을 구가했지만, 그 여파로 유럽 각국의 물가가 폭등하는 '가격혁명'을 초래했다.

17~18세기 세계무역의 큰 변수는 일본에서 대량생산된 은이었다. 서구 각국은 결제수단인 일본의 은을 가져가기 위해 막부의 환심을 사기에 힘쓰고, 서양문물과 전 세계의 진귀한 상품들을 일본으로 실어 날랐다.

반면 은이 고갈된 19세기 일본은 서양인들의 관심 밖이었고, 쇄국정책을 펴던 일본은 미국의 포함외교(砲艦外交)로 개국을 한 후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를 시작했다.

서양인들이 이렇게 세계 각지에서 구한 은은 대부분 중국의 차와 비단, 도자기 등을 구입하는 데 지불됐다.

막대한 무역적자에 시달리던 영국이 중국에서 은을 회수하기 위해 아편을 밀수출하다가 아편전쟁이 벌어졌고, 이것이 열강의 중국 침략의 도화선이 됐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은은 장기적으로 보면 공급의 기복이 심해 교환가치의 변화가 적지 않았다. 따라서 점차 화폐로서의 공신력을 잃었다.

반면 금은 유사 이래 항상 변치 않는 가치를 자랑해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금은 갖고 다니기에 불편하고 도난․분실의 위험성도 크다. 그래서 17세기 영국에서는 금을 대금업자나 세공사에게 맡기고 대신 상환보증서를 받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지폐와 금본위제(金本位制)의 시작이다.

20세기의 대표적 금본위제는 '브레튼우즈 체제'다.

1930년대의 대공황과 각국 통화의 가치가 수시로 변하는 변동환율제의 혼란을 경험한 세계 각국은 2차 대전 종전 후 금본위제를 통해 세계경제의 무질서를 바로잡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의 가치를 금 1온스당 35달러로, 다른 나라는 달러에 자국 통화의 환율을 고정시켰다. 미국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달러 대신 금 교환을 요구하면 이에 즉각 응해줘야 한다. 바로 고정환율제였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1971년 미 닉슨 대통령이 금 태환(兌換) 정지를 선언하면서 붕괴됐다.

미국이 막대한 재정·무역적자를 메우기 위해 달러를 마구 찍어대다가,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지 못하겠다고 '배 째라'는 식으로 나자빠진 것이다. 국제 통화체제는 변동환율제로 되돌아갔다.

문제는 미국이 사실상 부도를 내고 금본위제를 포기했으나,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위상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달러화의 신뢰도가 무너지는 계기가 됐다.
특히 유럽의 재정위기로 국제 금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장을 마친 금 2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13달러(0.8%) 오른 온스당 1744.80달러 이었으니 말이다.

당분간 달러화를 대신할 기축통화가 생겨나기 힘들다지만, 금본위제를 포기한 미국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마구 찍어낸 달러화가 예전만큼의 권위를 갖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하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금 보유량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골드-과거 그리고 미래의 화폐'의 저자인 네이선 루이스는 "만약 중국이 먼저 금본위제를 채택한다면, 세계 최강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위안화를 언제든 금으로 바꿔주겠다는 데, 미국 달러화가 무슨 수로 감당할 수 있을까.

사실 지금의 불 태환 지폐와 변동환율제보다는 금본위제와 고정환율제가 훨씬 안정적이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럽 재정위기 등에 대비해 투자 다변화 목적으로 4개월만에 금을 추가로 15t 사들려 금 보유량이 54.4t으로 늘었다. 하지만 우리의 금 보유량은 세계 43위에 불과하고 전체 외환보유고 중 금 비중도 0.7%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도 표면상의 미·중 환율전쟁의 이면에 있는 이런 역학관계를 인식하고, 지금부터라도 외환보유고 중 금 보유량을 시급히 늘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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