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가 개발한 ‘죄명표’ 앱 인기 상한가
현직 검사가 개발한 ‘죄명표’ 앱 인기 상한가
  • 신영수 기자
  • 승인 2012.02.13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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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만든 앱인데 너무 많은 분들이 뜨거운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시고, 연일 신문에 보도가 되니 계속 주변 지인들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행여 오류라도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앱을 확인해봅니다.”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부산지방검찰청에서 만난 백성근(남·45) 형사2부 부장 검사의 첫 마디는 겸손 그 자체였다. 백 검사는 최근 형사 2부 부장 검사라는 직책보다 ‘앱 개발 검사’라는 타이틀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형법 죄명표’라는 이름의 어플리케이션이 그의 작품이다.

하루에도 여러번 앱을 확인해본다는 백성근 검사
형법 죄명표’ 앱을 개발한 백성근 검사. 그는 행여 오류라도 있을까봐 하루에도 몇 번씩 앱을 들여다본다고 했다.

백 검사가 만든 ‘형법 죄명표’ 앱은 형법, 형사 소송법, 특 범죄 가중 처벌에 관한 법률,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 실무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7가지 특별법을 담고 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탑재한 이 앱은 현재 ‘T 스토어’ 사이트에서 무료로 다운 받을 수 있다. 지난 9일 처음 공개한 뒤, 지금까지 600여 명이 내려받을 만큼 인기 앱으로 자리잡았다.

구형 핸드폰을 고집하며 스마트폰은 남의 나라 얘기처럼 취급하던 백성근 검사가 앱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우연히 아내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부터였다.

“아이들 스케줄 관리 겸 학습을 위해 아내가 스마트폰 구입을 했는데, 어느 날 호기심에 아내의 스마트폰을 구경보다가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앱을 만들어 올리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 참에 나도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에 저도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됐지요.”

현직 검사가 앱을 만들자 주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백 검사는 최근 형사 2부 부장 검사라는 직책보다 ‘앱 개발 검사’라는 타이틀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법학을 전공한 그가 새로운 앱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허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 번 마음먹은 일은 꼭 실천에 옮기고야 만다는 그는 곧바로 컴퓨터 학원에 등록, 매일 3시간씩 학구열을 불태우며 앱 개발에 몰입했다.

평일에는 강의를 수강하고, 주말에는 집에서 법전의 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백 검사는 “검사들은 보통 순환 근무를 하는데, 지방 검찰청이 아닌 서울고검 공판부에 배정돼 퇴근 후 비교적 시간 여유가 많아 개발에 몰입할 수 있었다.”며 “검사라는 신분을 숨긴 채 학원을 다니는 동안 앱 개발에 관심이 많은 평범한 직장인들이 많은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검사가 앱을 만들어봤자 얼마나 잘 만들겠나.”라며 의아해 하던 가족들도 백 검사의 끈질긴 노력에 어느새 적극적인 지원군이 됐다. 하지만 ‘형법 죄명표’ 앱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책 한 권에 담긴 내용이 아니라 다양한 책에 분산된 정보를 한곳으로 모으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작업은 온전히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백성근 검사가 만든
백성근 검사가 만든 ‘형법 죄명표’ 애플리케이션의 메인화면 (사진=T스토어 캡쳐)

그렇게 석 달을 꼬박 앱을 만드는 데 투자했다. 그 뒤 개발한 앱을 시험해보기 위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탑재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여기에는 백 검사의 아내는 물론 주변 동료나 지인들이 총동원됐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드디어 ‘오픈 마켓’에 공개된 그의 애플리케이션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검사는 물론이고 형사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일선 형사, 일반 시민들까지 그의 앱에 대한 관심은 그칠 줄 몰랐다.

특히, 가장 실용적이면서도 죄명이 헷갈리는 내용들을 한곳에 담아놓다으니 순발력을 요하는 일선 현장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이 앱 사용자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었다.

백 검사는 최근에도 오픈 마켓에 달린 사용자들의 댓글을 들여다보며 업그레이드 방안을 고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소통이 화두인데, 검사라는 조직은 직업의 특성상 국민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점에는 한계가 많다.”며 “간단한 앱에 불과하지만 법에 관심이 있는 평범한 국민들에게 사소하게나마 도움을 준 것 같아 뿌듯하고, 이를 계기로 소통에 눈을 뜨게 됐다.”고 말했다.

백검사가 앱 개발 과정에서 공부한 책들은 아직도 부장 검사실에 있다.
백 검사가 앱 개발 과정에서 공부한 책들이 아직도 그의 사무실에 책장 한 편에 자리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 책장에 꽂힌 각종 법률 관련 서적과 서류 뭉치들 사이로 듬성듬성 보이는 앱 제작 관련 책들이 앱에 대한 그의 애정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했다.

그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앱을 개발하고 싶지만 검사라는 업무에 충실하다보니 시간적 여유가 많이 없다.”며 “가능하면 검찰을 홍보하는 앱을 제작하고 싶은데 조직을 홍보하는 일은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다 보니 조금 더 진진하게 고민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 백성근 검사를 보며 진정한 소통이 꼭 얼굴을 맞대고 하는 소통만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백 검사가 만들어낼 두 번째 앱이 자못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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