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올해 고졸 행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대졸 실업난의 근본 원인인 ‘학력 인플레이션’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85명의 고졸 행원을 채용했던 우리은행은 올해 200명으로 채용 규모를 대폭 늘린다. 상반기에 채용을 마친 후 일선 지점 창구에 배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이날 전국 특성화고 학생과 교사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본점 대강강에서 대대적인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이들은 2년간의 계약직 근무를 마치면 전직지원제도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특히 전체 채용인원의 20%인 40명을 남자 행원으로 채용할 방침이어서 여성 일색이던 고졸 채용 구도에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일한 고졸 행원들의 근무성적이 좋아 채용 규모를 대폭 늘렸다. 남성 고졸자에게도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남자 행원도 채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69명에서 올해 100명으로 고졸 채용 규모를 늘린 기업은행도 30명 가량을 남자 행원으로 채우기로 했다. 이들은 지점 창구와 정보기술(IT), 시설관리 분야 등에서 일하게 된다.

지난해 48명의 고졸 행원을 뽑았던 산업은행은 올해 80명 가량으로 채용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일부는 남성 고졸을 채용하기로 했다.

이들은 여수신, 상담 등의 개인금융 업무와 신용장(L/C) 개설, 외국환 송금 등 외환 업무에 나눠 투입될 예정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으로서 학력 인플레이션 해소와 고졸 채용 확대라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채용 규모를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최근 박성명 부산경남지역본부장과 양동영 호남지역본부장 등 고졸 출신을 최초로 지역본부장에 임명, 눈길을 끌었다.

외환은행도 고졸 채용 규모를 지난해 31명에서 올해는 5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8명의 고졸 행원을 시범적으로 뽑았던 국민은행 역시 올해 고졸 채용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연합회 노태식 부회장은 “학력 인플레이션 해소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은행권에서 앞장서 고졸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다른 분야로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