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금융위기로 벌어진 기업 간 자금조달 격차 아직 크다’
LG경제연구원 ‘금융위기로 벌어진 기업 간 자금조달 격차 아직 크다’
  • 최문박 선임연구원
  • 승인 2012.04.12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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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융위기 이후 직간접 자금시장에서 심화된 기업 규모·신용등급별 자금조달 여건의 차별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대내외적 불안요인이 이어짐에 따라 투자자의 위험기피 경향이 높은 수준에 머문 까닭이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의 경우 금융위기 당시 악화되었던 자금조달여건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경우 자금수요 확대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자금 조달 원천별로는 대출, 주식, 채권시장 모두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그 중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여건 차별화가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신용등급 중소기업의 채권시장 자금조달 여건을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에도 우리나라가 금융위기 이후 개선이 더딘 편이다.

지난 해 말 이후 채권 등 일부 자금시장을 중심으로 자금조달 여건의 차별화가 다소 완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나, 단기간 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외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경기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투자자의 위험기피 경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업간 자금조달 격차를 더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기피현상을 완화하는 노력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직접금융시장에 대한 중소기업의 접근성을 높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 동안 국내 기업 자금시장에서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심화되었던 신용도에 따른 기업 간 자금조달여건 격차가 쉽게 가시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내외적 불안요인이 이어짐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위험기피 및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지속된 까닭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채권 중에서도 국채나 우량 회사채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져 왔다. 은행 역시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로 중소기업 대출을 줄이는 등 자금을 운용하는 데에 있어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한편 최근 들어 채권 등 일부 자금시장을 중심으로 저신용기업의 자금 조달난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이 관찰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향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의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재 자금시장 여건을 여러 각도에서 파악함으로써 최근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양상을 전망해본다.

기업 자금시장의 차별화 양상

금융위기 이후 자금시장의 차별화 심화

주식시장이나 채권 발행, 대출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08년 이후 대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크게 증가한 데 비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기 이전에는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규모가 대기업에 비해 컸으나 2008년 이후부터는 역전되기 시작해 최근으로 올수록 대기업과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조달규모의 격차가 확대된 것에는 자금 공급과 수요 측면의 여러 원인이 혼재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의 대출 수요에 비해 중소기업의 수요가 더욱 크게 확대되었음을 고려할 때, 자금조달의 격차가 벌어진 것은 자금 공급 측면의 원인이 작용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2010년 이후 중소기업의 자금수요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자금조달 규모는 오히려 예전보다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투자자의 위험기피 경향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낮은 차주에게 차별적으로 자금이 공급되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

대기업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예비적 현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회사채 발행이 확대된 한편, 은행의 보수적 자금 운용에 따라 대기업 대출도 증가했다. 지난 해에는 증권사 등을 중심으로 유상증자도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은행의 위험기피 경향이 강화된 영향이 컸다. 게다가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가 많아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대출시장 : 금융기관의 보수적 자금운용에 따른 중소기업 대출 위축

대출시장에서의 차별화 심화는 중소기업 자금사정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원천 중에서 대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중소기업은 신용이 낮은 경우가 많아 대출시장의 여건이 악화될 경우 직접금융시장에서의 대체 조달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순응성(procyclicality)에 따라 경기 악화 시 전체 대출 공급규모는 감소하게 되며, 이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차주의 대출 여건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문제가 된다.

위기 이후 대기업 대출에 비해 중소기업 대출의 증가세가 크게 낮았음을 알 수 있다. 대출 잔액의 증가폭 자체도 중소기업 대출이 대기업 대출을 밑돌아, 2010년 이후 대기업 대출 잔액은 48.6조원 증가한 데 비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3.4조원 느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의 규모가 대기업 대출의 3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중소기업 대출의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대출금리 측면에서도 저신용 기업이 직면하는 금리 수준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위기 이후 기준금리가 대폭 인하되고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보증 등의 지원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금리 수준 자체는 위기 이전에 비해 낮아진 모습이다. 그러나 정책금리와 비교했을 때의 대출금리 수준은 아직 위기 이전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역시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기업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는 것과 함께, 중소기업 대출의 더딘 증가가 자금 수요측면 보다는 공급 측면의 요인이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주식시장 : 유상증자 격차 확대되며 자금조달의 편중 심화

주식시장은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에 있어서 대출보다는 낮지만 채권시장에 비해서는 높은 접근성을 보인다. 신용위험 이외에 기업의 성장성에 대한 전망도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신용이 낮더라도 성장성이 높을 경우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기업에게는 자금조달 원천으로서 주식시장의 역할이 다소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2000년대 들어 기업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면서 유상증자 시 사업성에 대한 기대보다는 주식 가치의 희석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졌을 뿐 아니라, 저금리 기조 및 회사채 발행절차 간소화로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 이후 주식시장을 통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대기업의 조달 실적에 비해 낮아지고 있으며, 최근으로 올수록 그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위기 이후 경기둔화 우려와 함께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자, 중소기업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에 비해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크게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1~2월 동안에도 중소기업의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전체의 24%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 해의 14%보다는 높아졌지만 2010년의 30%나 2000년 이후 평균인 33%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증시에서의 자금조달여건 차별화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채권시장 : 신용등급별 자금조달여건 차별화 가장 심각

회사채 시장은 여타 자금시장에 비해 중소기업의 접근성이 가장 낮은 시장이다. 주식과 같이 기업의 성장성을 투자유인으로 삼을 수 있는 것도 아닐뿐 아니라, 은행 대출만큼의 기업 실사를 진행하기도 어려워 선별과정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고수익채권(high-yield bond)이 전체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위험 관리 수단도 미비하여, 신용등급 채권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등급별 채권 수익률을 통해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여건 차별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일수록 금리가 국고채에 비해 크게 상승했고, 이에 따라 회사채와 국고채의 수익률 차이를 일컫는 신용스프레드 역시 급격히 확대되었다. 이후 2009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AA- 등급 회사채의 신용스프레드는 위기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축소되었으나, BBB- 등급의 신용스프레드는 크게 하락하지 못하고 있다. BBB- 등급 역시 투자적격 등급임을 고려하면, 채권시장에서의 차별화가 여전히 심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채권시장의 차별화 현상은 금리 뿐만 아니라 발행 및 유통규모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차별화가 심화될수록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발행시장 및 유통시장에서 저신용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단, 채권 발행은 기업의 자금수요가 줄어들 경우에도 그 규모가 감소할 수 있으며, 유통규모는 손절을 위한 매도세가 늘어날 경우에도 증가할 수 있어 해석에 있어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채권시장에서의 차별화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발행규모 및 유통규모, 그리고 유통수익률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신용등급의 발행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만약 유통시장에서의 거래비중이 오히려 늘었다면, 이는 투자자의 위험기피보다는 기업의 발행 수요 감소에 따른 결과일수 있다. 특히 투매 등의 현상에 따라 유통 규모가 증가한 경우를 구별하기 위해, 유통규모가 증가할 때 유통수익률이 오히려 상승(채권가격 하락)하지는 않았는지의 여부를 보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발행 및 유통시장에서 초우량 등급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하여 2012년 3월 현재 전체 회사채 시장의 60%를 상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투자부적격 등급의 경우 발행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유통도 점차 감소하여 2011년 이후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발행과 유통 규모 모두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의 비중이 늘고 저신용등급의 비중이 감소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유통수익률은 정책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신용등급 전반에 걸쳐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우량 회사채의 수익률 하락이 더욱 완연하게 나타났다. 자금 수요보다는 자금 공급 측면의 요인에 의해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여건 차별화가 나타났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투자적격 등급 중에서도 초우량 등급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의 비중은 감소해왔다는 점도 확인된다. 이는 투자적격 등급 내에서도 차별화가 심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대상이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 등에게까지 확대되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

최근 차별화 완화 조짐 및 향후 전망

채권 등 일부 자금시장에서 자금조달여건 차별화 완화 조짐

지난해 이후 일부 자금시장에서 차별화 현상이 완화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기둔화 우려가 감소하고 유럽 중앙은행의 장기대출(LTRO) 등으로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잦아들면서 국내 주가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의 위험기피경향이 다소 완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완화의 조짐은 대출 보다는 먼저 직접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다소 개선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2년 1~2월 동안의 기업 자금조달을 살펴보면, 유상증자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이 지난 해에 비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으며, 기업공개에서의 비중도 지난 해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자금시장 차별화의 완화 양상은 채권시장에서 보다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2011년 4분기 이후 채권시장에서 초우량 등급의 비중이 다소 하락하는 한편 그 이하 등급의 비중이 전반적으로 약간씩 상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채권시장에서 저신용등급의 자금조달여건이 개선되는 조짐을 확인하기 위해 공모와 사모의 발행 비중을 살펴볼 수 있다. 일반적 발행방식인 공모와는 달리 사모 발행은 특정 기관투자가와 맺는 사적 계약의 일종으로, 기업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회피할 수 있으면서도 담보 등 특약사항을 통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도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자금경색이 나타날 경우 저신용기업을 중심으로 공모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사모사채의 발행 비중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후 자금경색이 완화되면 저신용기업의 공모 발행이 재개되면서 사모의 발행 비중이 줄어들게 된다.

투자적격 미만 기업의 사모사채 발행 비중은 2009년 말부터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기 직후에는 자금조달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사모 발행 비중이 오히려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옵션부 및 담보부 사채의 공모 발행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대내외적 악재로 투자심리가 호전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었고, 여기에 채권발행을 위한 담보물량 부족 등이 겹치면서 저신용기업의 공모 발행은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공모 발행 규모가 감소하면서 전체 회사채 발행 중 사모발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증가했던 사모사채 비중은 2011년 초를 전후하여 감소하기 시작했다. 사모사채의 비중이 감소한 것이 공모발행이 감소하는 가운데 사모가 더 빠르게 줄어든 것이라면 오히려 자금조달 여건의 악화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2011년 하반기 이후부터 최근까지 사모 비중이 크게 감소하는 동시에 공모 발행 규모가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최근의 사모발행 비중 감소는 자금조달여건이 다소 개선되는 조짐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시장에서의 제한적 정상화… 근본적 개선 기대는 시기상조

그러나 최근의 완화 조짐이 추세적으로 이어져 위기 이전 수준으로까지 회복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조심스럽다. 우선 유럽 위기 및 유가 불안 등 대외 불안요인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지난 해 말 대외 불안의 감소를 계기로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었던 것과 같이, 향후 대외요인의 변동에 따라 국내 자금시장 여건이 재차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인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내 경기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나타난 향후 대출시장의 전망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한국은행의 ‘대출행태 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대출시장에서 중소기업 자금조달 여건은 개선되기 보다는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자금난 지속에 따라 중소기업의 대출수요는 확대될 전망인데 비해 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를 이전에 비해 강화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편 대기업의 경우 대출수요 증가폭이 크지 않으며, 은행의 대출태도도 이전에 비해 완화적일 전망이다. 이는 금융기관의 보수적인 자금운용 계획을 나타내는 것으로, 대출시장에서의 차별화 현상이 빠르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채권시장의 경우는 다른 자금시장에 비해서는 차별화 완화의 움직임이 조금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저신용등급의 자금조달여건이 상대적으로 더 오랫동안 심하게 악화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시장이 어느 정도 정상화되는 차원의 개선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이후의 주가 상승 등으로 다른 자산의 추가적인 기대수익이 낮아진 상황에서 고수익채권이 가지는 투자유인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졌다는 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시장 역시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정도까지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 앞서 언급했던 대내외적 불안 요인에 따른 위험기피 경항 지속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저신용채권에 대한 수요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는 점도 채권시장의 정상화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수요 기반이 취약할 경우, 유통시장에서 고수익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다시 고수익채권의 환금성을 하락시켜 유동성 프리미엄을 높이는 등 악순환을 형성할 수 있다.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여건 차별화가 다소 완화되더라도 그것은 저신용등급의 자금 가용성 증가 차원일 것으로 보이며, 금리 및 스프레드 등 조달 비용의 하락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고위험 채권에 대한 자금 공급이 일부 회복되는 과정에서 금리는 다소간의 하락압력을 받겠지만, 그것이 금리의 추세적인 하락을 이끌 수 있는 자금의 초과 공급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발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금리가 오히려 상승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금리가 다소 하락세를 보인다 하더라도 기업의 실질적 조달비용 감소는 그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은 더 높은 투자유인을 제공하고자 옵션부 사채의 발행을 크게 늘렸으며, 이에 따라 옵션부 사채의 발행비중은 최근까지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옵션부 사채는 다양한 경우에 발행될 수 있지만, 최근과 같이 수월한 자금조달을 위한 경우는 대체로 금융시장 상황에 따른 기대수익의 감소를 옵션을 통해 보전해주기 위한 목표가 강하다. 따라서 이는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을 실질적으로 더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한편 위기 이후 늘었던 담보부 사채 발행은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옵션부 사채의 발행이 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담보부 비중의 감소는 자금 가용성의 확대보다는 담보 물량 부족에 기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직접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 높여야

자금시장의 차별화 심화는 금융과 실물의 선순환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이어질 경우 이는 그 자체로 경기 및 고용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다시 금융기관의 여신건전성을 훼손시켜 자금시장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키는 구조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차별화 심화에 따른 충격을 예방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은행을 통한 중소기업 대출 여건의 개선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은 대부분이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출 시장이 경색될 경우 대출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자금 조달원천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대출시장이 중소기업 자금 여건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에 시행돼 오던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중소기업 보증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나 올해 4월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특별 한도 설정, 현재 논의되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 면책제도 강화와 같은 정책적 지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단, 시행과정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게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직접 금융시장 참여를 확대시킬 수 있는 구조적 개선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 발행 시에는 투자 등급이었다고 하더라도 만기 이전에 투기 등급으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경우(fallen angel), 만기 도래 시 차환발행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고수익 회사채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 보완 및 시장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며, 채권 발행 시 기업 실사 및 신용평가의 신뢰성을 높여나가는 노력도 계속되어야 한다.

올해 내에 개설될 것으로 보이는 제3의 주식시장(코넥스) 역시 중소기업 자금 조달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주식시장의 다양성이 확보됨으로써 투자자의 이익과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코넥스 시장이 코스닥 시장과 프리보드(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의 매매를 위한 증권시장) 사이에서 자리를 잘 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장 관계자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LG경제연구원 최문박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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