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Global 기업의 경영 성과를 통해 본 2000년대 글로벌 산업의 명암’
LG경제연구원,‘Global 기업의 경영 성과를 통해 본 2000년대 글로벌 산업의 명암’
  • 이한득 연구위원
  • 승인 2012.06.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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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IT버블 붕괴 이후의 장기호황과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발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글로벌 산업과 기업들의 명암도 크게 엇갈렸다. 글로벌 Top 2000개 기업들의 2003년 이후 성장성과 수익성 분석을 통해 글로벌 기업의 산업별, 지역별 부침을 살펴보았다

자원/에너지 뜨고 유통/운수장비 위축, 전자/화학 선방. 2000년대 들어 괄목할 성장세를 보여온 자원/에너지 기업들은 경제위기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약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지속했다. 반면 유통/운수장비 업종의 매출과 수익비중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고 전기전자 화학은 매출 면에서 종전의 위상을 유지하며 수익비중을 상승시켰다.

중국기업의 매출 비중 6배 증가. 지역별로는 선진국들의 비중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신흥국 기업들이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다. 특히 중국 기업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났다. 2003년 1.4%에 불과했던 중국기업의 매출 비중은 2011년에는 6배인 8.5%로 증가했다. 특히 자원, 철강금속, 건설 부문에서 매출규모와 성장성이 모두 두드러졌다. 인도 기업의 위상확대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17개 업종 중 13개 업종의 경쟁 강도 높아져.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업간 경쟁정도를 측정(허핀달-허쉬만 지수)해 본 결과 2003~2011년 동안 전체 17개 업종 중에서 13개 업종의 경쟁 강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후발기업과 새로운 기업들의 부상으로 각 산업별 Top3의 위상은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산업별 Top3 기업들의 매출비중이 평균적으로 5%p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3%p 감소했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영업이익에서의 비중은 소폭 반등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의 글로벌화 전략에도 선진국과 신흥국간 차이가 나타났다. 내수가 위축된 선진국 기업들은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해외매출 비중이 증가한 반면 국내 실물경제 여건이 양호한 신흥국 기업들의 해외매출 비중은 감소했다.

한국기업 수익성/성장성 약화.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 비중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국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하락하는 추세를 보여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경기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전자, 운수장비, 철강, 건설 등에서 중국 기업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우리 기업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였고, 해외시장을 적극 확대하고 있는 선진국 기업들과의 경쟁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의 경영성과 추이

경기변동이나 경쟁구도 변화에 따라 기업의 경영성과는 변한다. 실물경제가 호전되면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실물경제가 나빠지면 기업 실적이 악화된다. 이와 같은 전반적인 흐름 속에서 개별 산업이나 기업의 경영성과는 경기변동과 다른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경영성과는 거시경제 환경과 같은 외부 요인뿐만 아니라 핵심역량과 같은 내부 요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Forbes지가 매년 자산, 매출, 순이익, 시가총액을 종합해서 선정하는 2000개 글로벌 기업(Forbes Global 2000)의 2003~2011년 동안의 경영성과 자료를 토대로 2000년대 들어서의 글로벌 기업들의 부침을 살펴본다. 글로벌 2000 기업의 경영성과의 추세를 통해 업종과 지역별 판도 변화와 경제위기 이후 글로벌 기업의 경영성과에 나타난 특징을 분석하고, 한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경영성과를 통해 한국기업들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실적 악화

글로벌 기업의 실적은 세계경제 변화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2000년대 들어 IT 버블 붕괴로 어려움을 겪던 세계경제는 2003년부터 회복세를 보이면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4.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연평균 세계경제성장률 3.1%와 비교해 1.5배나 높은 성장률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물가상승률은 3.8%에 그쳐 높은 경제성장 속에서도 물가가 안정되는 이른바 골디락스(goldilocks)라고 불리는 장기호황이 지속되었다. 글로벌 기업의 실적도 호조를 보여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매출증가율(비금융 기업 달러화 환산 실적 기준)이 14.4%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도 10.5%의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 금융위기의 충격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으로 글로벌 기업의 실적은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2008년 불거진 미국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2009년 세계경제는 마이너스 성장률(-0.6%)을 기록했다. 2009년 비금융 글로벌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8.6%를 기록해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008년에 비해 소폭 낮아졌지만(2008년 10.4%→2009년 9.2%) 영업이익 규모는 19.4%나 감소했다.

미국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세계경제가 회복되면서 글로벌 기업의 실적도 개선되었다. 2010년 비금융 글로벌 기업의 매출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14.9%, 10.9%를 기록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규모도 금융위기의 영향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08년 수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2011년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실물경제가 부진해지면서 글로벌 기업의 실적도 다시 둔화되었다. 다만 세계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영향이 컸던 미국 금융위기에 비해서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아(2011년 세계경제성장률 3.9%) 글로벌 기업의 실적 둔화는 소폭에 그치면서 매출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11.7%, 10.5%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자원/에너지 업종 고성과 달성

업종별로는 자원이나 에너지 업종이 높은 실적을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포함된 비금융 글로벌 기업의 2003~2011년 동안 연평균 매출증가율은 9.3%, 영업이익률은 10.4%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자원 업종의 매출증가율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26.4%, 29.7%를 기록해 전체 평균에 비해 2.7배 정도나 높았다. 높은 경제성장세 지속으로 자원과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통, 운송, 운수장비, 우주항공 등의 업종은 전체 평균에 비해 성장성과 수익성이 뒤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은 산업의 특성상 다른 업종에 비해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지 못한 산업이다. 운수장비 업종은 기업간 경쟁의 심화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운송이나 우주항공 업종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성이 급격하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금융위기의 충격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으로 무역이 급격하게 둔화되면서 운임이 하락하거나 항공기 수요가 위축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틸리티, 통신, 서비스, 호텔레저, 방송출판 등의 업종은 전반적으로 성장성은 높지 못했지만 수익성은 높았다. 이와 같은 업종은 대규모 설비를 갖추고 일정한 지역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독과점 지역기업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틸리티나 통신 등은 기간산업으로 정부의 보호를 받는다. 이와 같은 업종의 특성상 성장성은 높지 못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은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 경영성과의 특징

최근 글로벌 기업의 실적에는 외부 환경인 금융위기가 커다란 충격을 미쳤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글로벌 기업의 실적 변화에 나타난 특징을 통해 경쟁구조의 변화를 살펴본다.

경제위기에도 자원 및 에너지 산업 경영성과 호조 지속

업종별로 살펴보면 자원/에너지 관련 산업의 경영성과가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2004~2007년)과 이후(2008~2011년)로 나누어 성장성과 수익성을 살펴보았다.

자원 업종의 경우 성장성은 절반 이하로 크게 둔화(40.4%→15.9%) 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30% 정도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석유가스 업종도 성장성(22.8%→9.6%)은 크게 낮아졌지만 수익성(20.6%→17.3%)은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들 업종도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성장성과 수익성 하락은 피할 수 없었지만,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수익성 하락은 소폭에 그쳤던 것으로 보인다.

자원/에너지 관련 산업이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지속하면서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증가했다. 2003년에서 2011년 동안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증가 폭은 석유가스 2.7%p, 석유정제 2.3%p, 자원 1.5%p 등의 순서로 자원/에너지 관련 산업이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영업이익 비중 증가 폭에 있어서는 자원 5.4%p, 석유가스 2.6%p, 화학 1%p 등의 순서로 높았다. 특이한 점은 매출 비중의 증가 폭이 0.1%p에 불과한 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 증가 폭은 0.7%p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 비중의 증가는 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기업으로 부상한 애플의 영향이다. 2003년 비금융 글로벌 기업의 영업이익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0.01%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3.1%로 높아졌다. 2011년 기준 단일 기업인 애플의 영업이익 비중은 건축, 철강금속, 운송, 방송출판 등의 업종보다도 컸다.

신흥국 기업의 성장과 선진국 기업의 위축

선진국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둔화되면서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했다. 반면 신흥국 기업들은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지속하면서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와 서유럽 기업들의 성장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하게 둔화되면서 2~3% 수준에 머물렀다. 선진국 기업들의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1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렇지만 선진국 기업 중에서 일본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지속되었다. 일본 기업들의 매출증가율은 2%대의 낮은 수준이 지속되었고 영업이익률도 금융위기 이후(2008~2011년) 4.6%로 하락해 다른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절반 이하에 그쳤다.

신흥국 기업들의 성장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둔화되었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아시아(호주 포함)와 중남미 기업들의 매출증가율이 10%를 상회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가 연이어 발생했던 2008~2011년 동안에도 29.5%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선진국 기업들과 달리 신흥국 기업들의 수익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와 중국 기업들이 8~9%대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그렇지만 자원/에너지 기업의 비중이 높은 중남미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18%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국가별로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보면 신흥국 기업들의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기업들은 성장성, 수익성 측면에서 모두 다른 국가의 기업 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은 성장성 및 수익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 중에서 여전히 신흥국 기업들에 비해 선진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다. 비금융 글로벌 기업의 2011년 실적 기준 매출 중에서 76.5%, 영업이익 중에서 75.0%를 선진국 기업들이 차지한다. 기업 수에 있어서도 69.3%가 선진국 기업이다.

하지만 선진국 기업들의 비중은 감소하고 신흥국 기업들의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3년 8.1%에 불과했던 신흥국 기업들의 매출액 비중은 2011년 23.5%로 상승했다. 영업이익과 기업의 비중도 각각 13.2%에서 25.0%, 16.8%에서 30.7%로 증가했다. 미국의 경제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로 선진국의 성장세는 둔화되는 반면 신흥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신흥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의 비중 급상승

중국 기업이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글로벌 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경기가 위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이와 같은 높은 경제 성장세에 힘입어 중국 기업들은 다른 지역 글로벌 기업에 비해 수익성은 다소 낮았지만 성장성은 월등하게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 기업의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급격하게 상승했다. 글로벌 기업의 매출액 중에서 2003년 1.4%에 불과했던 중국 기업의 비중은 2011년에는 6배인 8.5%로 증가했다. 중국 기업의 영업이익 비중은 2.9%에서 6.9%, 기업 수 비중은 2.6%에서 9.5%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이나 기업 수에 비해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게 증가해 외형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중국 기업과 달리 일본 기업의 비중은 빠르게 하락했다. 2003년 20.4%였던 매출액 비중은 2011년 15.2%로 하락했고, 기업 수 비중도 16.4%에서 12.8%로 낮아졌다. 특히 영업이익 비중은 12.9%에서 6.6%로 절반 수준으로 하락해서 일본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약해졌음을 알 수 있다.

매출을 기준으로 2011년의 각국 기업의 비중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중국 기업들의 비중이 많이 증가한 업종은 건축, 철강금속, 자원 등이었다. 특히 건축의 경우 부동산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북미와 서유럽 건설회사 비중이 크게 줄어든 반면 중국 기업의 비중은 37.4%에 달한다. 업종별 매출 비중의 변화를 보면 일본기업들은 건축, 전기전자, 철강금속, 운수장비, 운송 등 다수의 업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해당 업종에서 중국기업들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 철강금속, 자동차 등의 업종은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기도 하다. 해당 산업에서 중국 기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기업들의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간 경쟁 심화

전반적으로 글로벌 기업들간의 경쟁이 심해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경쟁 정도는 매출액을 사용한 허핀달-허쉬만 지수(Herfindahl-Hirschman Index : 이하 HHI)로 측정했다. HHI가 낮아질수록 기업간 경쟁이 심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일 업종에 속한 상위 20개 기업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업종별 HHI를 계산하였다. 업종 평균 HHI는 2003년 920, 2007년 792, 2011년 741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동일한 업종에 속한 기업간 경쟁이 심해진 것을 의미한다.

2003~2011년 동안 분석한 17개 업종 중에서 13개 업종의 경쟁 정도가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에 속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경쟁이 심해졌다. 특히 전기전자 업종의 2011년 HHI는 602로 모든 업종 중에서 가장 낮아 경쟁이 가장 심한 업종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 업종은 제품에 대한 수요 변화가 심하고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제품이 범용화됨에 따라 기업간 경쟁도 치열해진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중에서 석유정제 업종의 2011년 HHI가 942로 가장 높았다. 석유정제는 대규모 장치가 필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경쟁 정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7개 업종 중에서 경쟁이 약화된 것은 4개에 불과했다. 경쟁이 약화된 업종은 지역에 기반을 둔 내수산업 또는 대규모 설비가 필요한 산업이라는 특징이 있다. 제조업에서는 화학 업종, 비제조업 중에서 건축, 유틸리티, 유통 업종 등의 경쟁 정도가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틸리티와 유통은 대규모 장비 또는 점포가 필요한 지역 기반의 과점 기업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건설 업종의 경쟁 약화는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보인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간 중에 계속 경쟁은 심해졌지만, 그 추세는 금융위기 이후에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3~2007년 동안에는 경기 호조로 많은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이 심해졌지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인 2008~2011년 동안에는 경기가 위축되고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경쟁이 심해지는 정도가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실적 상위 기업의 비중 감소

대부분의 업종에서 실적 상위 기업의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기준 업종별 1위 기업의 평균 비중은 2003년 15.0%, 2007년 12.3%, 2011년 11.3% 등으로 하락했다. 매출액 3위 기업의 평균 비중도 2003년 32.8%, 2007년 28.3%, 2011년 27.9% 등으로 점차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이후에 매출액 상위 기업의 비중 감소 폭이 줄었다.

영업이익 규모 상위 기업의 비중은 매출액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업종별 영업이익 규모 1위 기업의 평균 비중은 2003년 17.3%를 기록했고, 2003년과 2007년은 15.5%로 같았다. 영업이익 상위 3개 기업 평균은 2003년 36.9%에서 2007년 3.4%로 감소했지만 2011년에는 33.8%로 소폭 증가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인 2008~2011년 동안 매출규모 1위 기업의 비중이 증가한 업종은 20개 중에서 5개였지만, 영업이익에서는 규모 1위의 비중이 증가한 업종은 10개로 늘어난다. 금융위기 이후 특히 영업이익 규모에서 최상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 업종이 더 많아진다. 실적 규모에서 있어서 최상위 기업에는 외형 성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이익 창출 능력이 높은 기업이 포함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경쟁이 심화되고 강한 경쟁력을 가진 새로운 글로벌 기업이 진입하면서 실적의 집중화 현상이 줄어드는 추세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실적 상위 기업의 비중이 감소하는 속도가 둔화되거나 증가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집중화 추세는 지속되었지만, 그 정도는 약화된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에 있어서는 집중화 현상이 강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는 경기부진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경쟁력에 따른 실적 차별화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위기 이후 선진국과 신흥국의 글로벌 전략 다른 양상으로 전개

기업의 글로벌화를 설명하는 가장 단순하고 명확한 지표가 기업의 해외매출 비중이다. 글로벌 기업의 글로벌화 정도는 해외매출 비중이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가로 가늠할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 중남미 등 신흥국 기업의 매출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앞서 설명하였다. 그러나 중국, 중남미 등 신흥국 기업들의 해외매출 비중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3년 대비 2011년의 선진국 기업들의 해외매출 비중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증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미 기업들은 5.8%p, 유럽의 기업들은 10.4%p, 해외매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 기업들도 6.7%p나 증가하였다. 반면에 중국 기업들은 7.6%p, 중남미 기업들은 9.2%p나 해외매출 비중이 감소하였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선진국 기업들은 꾸준하게 해외매출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반면, 신흥국 기업들은 해외매출비중 확대에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008년 위기를 전후해서 지역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의 해외매출 비중의 양상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북미,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의 해외매출 비중은 2007년까지 정체되어 있다가 2008년 이후 증가세가 커지고 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2005년 이후 해외매출 비중이 점차 하락하는 추세이긴 하나, 2008년 이후 급격하게 비중이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중남미 기업들은 중국 기업처럼 해외매출 비중이 급격하게 감소하지는 않았지만, 선진국 기업들이 해외매출 비중을 늘려가는 것과는 달리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 위기에 따른 글로벌 기업들의 대응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우선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의 해외매출 비중이 증가한 것은 적극적인 글로벌화 확대 전략이라기 보다는 금융위기로 자국 경제가 악화되고 내수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여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한 결과라고 해석된다. 반면 중국, 중남미 등 신흥국 기업들은 세계경제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2003~2007년까지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매출 확대를 통한 성장 전략을 구사하였다. 그러나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된 경제위기 하에서 선진국 기업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자 경쟁력 측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내수 시장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내수 시장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 추세였기 때문에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매출 비중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속성장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의 경영성과

한국 기업의 비중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

글로벌 기업의 실적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금융기업 기준 글로벌 기업의 매출 중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1.9%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2배인 3.8%로 증가했다. 기업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7%에서 3.8%로 늘었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2.0%에서 2011년 2.1%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매출이나 기업 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의 비중은 높아지지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 비중은 2008년까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다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높아졌지만, 2011년에 다시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외형 성장세에 비해 이익 창출능력이 취약함을 시사한다.

성장성과 이익 창출 능력 약화 추세

글로벌 기업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성과 추이를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2003~2011년 동안 연평균(CAGR 기준) 매출증가율은 11.1%로 글로벌 기업(10.7%)에 비해 소폭 높았다. 그러나 2004~2007년까지 글로벌 기업 평균에 비해 높았던 우리나라 기업들의 매출증가율은 2008년 이후에는 글로벌 기업보다 낮아지거나 격차가 축소되었다. 2008~2011년 동안만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연평균 매출증가율은 6.1%로 글로벌 기업의 6.4%에 미치지 못했다. 2011년에는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증가율이 현저하게 둔화(2.5%)되면서 글로벌 기업(11.7%)의 1/5 수준으로 하락했다.

수익성은 2004년 이후 글로벌 기업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지속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완만하지만 낮아지는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익 창출 능력이 낮을 뿐만 아니라 수준마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은 수익성이 낮지만 성장성은 높은 것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장성마저도 낮아지면서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글로벌 기업에 비해 뒤쳐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성과는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가 반영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이 경제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둔화로 급격하게 악화되었던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다가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하면서 다시 하락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빠르게 해결되지 못하면서 경기부진이 지속되면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여건이 양호한 신흥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강한 경쟁력을 가진 선진국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은 아직까지 내수시장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해외시장에 많이 진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앞으로는 해외시장 진출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인 전자, 철강, 자동차 산업에서 중국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에서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 국내 기업과의 경쟁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경쟁력에 따른 실적 차별화 현상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화가 진행되고 새로운 기술의 진전과 확산이 빨라지면서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의 사업모델이 출현하고 경쟁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같은 업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경쟁자가 출현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 국내 기업이 차지하는 위상이나 비중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이다. 하지만 아직도 수준은 높지 않은 편이다. 더욱이 국내 기업의 성장성이 낮아지는 추세이고 수익성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이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경쟁자였던 일본 기업은 부진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선진국 기업들도 해외시장 진출에 나서면서 성장성이 높은 신흥시장에서 우리 기업과 경쟁이 심해질 것이다. 국내 실물경기도 단기간 내에 낮은 성장세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시장이나 해외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직면하는 경쟁 강도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차별적인 핵심역량을 갖추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 이지홍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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