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리보금리 조작 사태, 한국은 안전한가’
LG경제연구원, ‘리보금리 조작 사태, 한국은 안전한가’
  • 조영무 책임연구원
  • 승인 2012.07.1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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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시작된 리보금리 조작 사태가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미 조작 사실이 확인된 바클레이스 은행에 4억 5천만 달러라는 사상 최고 수준의 벌금이 부과되었고 해당 은행의 고위 임원들이 줄이어 사퇴했지만 파문은 도리어 확산되는 양상이다.

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리보금리 조작을 방조 내지는 묵인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관계까지 아우르는 스캔들로 확대되고 있고, 미국과 독일 등 관련국들 역시 자국의 최대 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를 실시 중이다.

리보(LIBOR: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는 런던 금융시장에 있는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리고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다. 현재 미국 달러, 유로, 파운드, 엔 등 10개 국제통화에 대하여 하루부터 12개월까지 15개 만기에 대한 금리가 발표되고 있다.

이번 리보금리 조작사태가 이렇게까지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리보금리가 단순히 런던 금융시장 내의 은행간 단기자금 대차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를 뛰어 넘어, 전 세계 금융상품의 기준 지표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1986년 고시되기 시작한 이후 지난 26년간, 리보금리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 대차 거래 및 파생금융상품 거래의 출발점 역할을 해 왔다. 대출금리는 리보금리에 돈을 빌리는 국가 또는 금융기관의 신용도에 따른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더해 결정되어 왔고, 파생금융상품 가격 결정의 가장 밑바닥에 리보금리가 위치해 왔다. 따라서 리보금리가 조작되었다는 것은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추산 350조 달러로 추정되는 리보금리 연동 대출 및 금융상품의 거래가 왜곡된 가격으로 체결되었음을 의미한다. 2011년 기준 전세계 국가의 총생산(GDP) 규모가 80조 달러에 못 미쳤음을 감안하면, 전세계 경제 규모의 4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의 금융거래가 리보금리 조작의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향후 왜곡된 가격 정보로 인해 손해를 입은 투자자 및 금융기관들이 리보금리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되는 글로벌 대형은행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 이유다.

리보금리, 언제부터 얼마나 조작되었나

현재 영국 및 미국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벌금을 부과 받은 글로벌 대형은행은 바클레이스가 유일하다. 그러나 유비에스(UBS)가 지난해 3월 연례보고서에서 미국 금융감독기관 3곳으로부터 리보금리 조작과 관련해 소환장을 받았음을 밝혔고, 2011년 8월 찰스슈왑이 리보금리 조작 혐의로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다수의 여타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리보금리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 받고 있다. 영국금융청 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리보금리 조작에 7개 은행이 연루되었다고 언급되었지만 은행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바클레이스 단독으로 리보금리를 조작하는 것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은 리보금리의 결정 방식으로부터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리보금리는 영국은행협회(BBA)가 회원 은행들로부터 보고 받은 자료를 토대로 상위 25%, 하위 25%를 제외한 나머지 50% 은행들의 평균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다수 은행들의 조직적인 움직임 없이는 인위적인 금리 조작이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금리 산정 방식은 전통 있는 런던 금융시장에서 매우 신용도가 높은 글로벌 대형 은행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과 더불어, 리보 금리가 대표성과 투명성을 지닌 국제 단기 지표금리로서 오랜 기간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과연 리보금리가 조작되었는지, 조작되었다면 언제부터 얼마나 조작되었는가를 추정해 보기 위해 영국은행협회(BBA)에 의해 발표되는 3개월 만기 미달러 리보금리와 미국 중앙은행에 의해 발표되는 유사 금리인 3개월 만기 Federal Reserve Eurodollar Deposit Rate를 비교해 보았다. 2000년 이후 최근까지의 리보금리와 Federal Reserve Eurodollar Deposit Rate의 움직임을 살펴 보면, 대체적으로 두 지표금리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2000년 초부터 2007년 7월까지는 대체적으로 리보금리가 Federal Reserve Eurodollar Deposit Rate 보다 조금 높았지만, 그 차이는 평균 0.06% 포인트 (6 베이시스 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2007년 8월 이후부터 2011년 11월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두 지표금리 수준이 역전되어 리보금리가 Federal Reserve Eurodollar Deposit Rate 보다 평균 0.22% 포인트 (22 베이시스 포인트)나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글로벌 대형 은행들의 자금난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했던 2008년 10월에는 리보금리가 Federal Reserve Eurodollar Deposit Rate 보다 1.67% 포인트 (167 베이시스 포인트)나 낮게 형성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리보금리 조작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된 이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2011년 11월 이후부터는 리보금리가 Federal Reserve Eurodollar Deposit Rate 보다 평균 0.04% 포인트 (4 베이시스 포인트)만큼 높게 발표되고 있다. 결국, 유사 단기 지표금리와 비교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리보금리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발표되었던 것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해 당사자들에 의한 추정금리라는 치명적 결함
글로벌 대형 은행들에 의한 이러한 조직적인 리보금리 조작은 어떤 구조적 문제점들에 기인한 것일까?

첫째, 리보금리는 실제 자금 대차 거래를 반영한 ‘실제금리’가 아니라 ‘추정금리’라는 점이다. 회원사 은행들이 영국은행협회(BBA)에 매일 오전 11시에 제출하는 금리는 다른 은행으로부터 ‘실제로 돈을 빌릴 때 지불했던 금리’가 아니라 ‘돈을 빌릴 때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다. 따라서 자료를 보고하는 회원 은행 및 해당 은행 담당자의 자의적인 판단 또는 인위적인 조작이라는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둘째, 리보금리의 결정 주체가 리보금리에 자신들의 손익이 좌우되는 민간 은행들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대형 은행들의 자금 조달 금리는 리보금리에 해당 은행의 리스크를 감안한 가산금리를 더하는 식으로 정해지고, 이들 은행의 금리 연동 투자상품 수익률의 기준금리 역시 리보금리다. 자신들의 손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리에 자신들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은 이번 리보금리 조작 사태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바클레이스 은행의 경우 낮게 형성된 리보금리에 베팅하여 주식, 채권, 선물, 옵션 등 금융상품 거래에서 거액의 이익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셋째, 자금경색 상황에서 자금조달 상황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려는 은행들의 허위보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위기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단기 차입금리는 해당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 및 대외 신인도의 지표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자금경색이 심할수록, 그리고 실제로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일수록 보고하는 금리를 낮추려는 유인이 더욱 커지게 된다. 실제로 바클레이스 은행 임직원들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영국 중앙은행이 바클레이스의 높은 차입 금리를 빌미로 국유화를 추진할 것을 두려워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이번 리보금리 조작 사태는 자신들의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를, 금융위기 상황에서 악화된 자금조달 상황을 은폐하고자 했던 은행들이, 실제 거래를 수반하지 않는 추정금리에 기반해 결정할 수 있었던, 구조적인 결함이 표면화된 결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보고 금리 기준 상하위 각각 25%를 제외한 나머지 50% 은행들의 평균으로 계산한다는 안전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CD금리, 직접 이해 당사자인 시중은행에 의해 결정
그렇다면 한국의 지표금리는 어떠한가?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로부터 안전할까?

현재 한국의 경우, 리보금리와 같이 다양한 만기에 적용되는 단일한 대표 지표금리 대신에, 만기별로 각각 다른 금리들이 지표금리의 역할을 나누어 맡고 있다. 만기 1일(익일물)의 경우 콜금리, 만기 3개월(또는 91일물) 의 경우 CD금리 또는 코리보금리, 만기 3년의 경우 국고채금리 또는 우량회사채금리가 대표적으로 적용되는 금리들이다. 문제는 실제 거래에 기반하여 복수의 자금중개회사에 의해 결정되는 콜금리를 제외한, 나머지 지표금리들의 금리 산정 구조를 들여다 보면 앞서 언급한 리보금리의 구조적 문제점들과 유사한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CD(Certificate of Deposit, 양도성예금증서)금리의 경우, 시중은행들의 주요한 단기자금 조달금리이면서 동시에 가계 및 기업 대출의 주요 기준금리이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의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이다. 문제는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시중은행들이 CD금리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다. 현재 CD금리는 AAA등급의 7개 시중은행들이 단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CD를 발행(판매)하면 10개 증권사가 금리를 평가해서 하루에 두 번 금융투자협회에 보고하고, 금융투자협회에서는 최고 및 최저 수치를 제외한 8개 수치의 평균값을 보고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즉, CD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은행이 7개에 불과해 몇몇 은행이 CD를 높거나 낮은 금리로 발행하면 CD금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러한 문제점은 CD의 거래 규모가 줄어들수록 현실화될 수 있는데, 실제로 최근 들어 CD 거래 규모는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에 나타난 바와 같이, CD 거래량은 2008년 224조원을 기록한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 2009년에는 151조원, 2010년에는 75조원, 2011년에는 54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월 평균 거래량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CD의 거래 규모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시중은행들이 CD 발행 규모, 즉 CD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금융감독 당국의 시중은행들에 대한 예대율 규제가 시행되면서 시중은행들은 총예금 대비 총대출의 비율을 2013년 말까지 100% 이하로 낮추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외형상 채권 판매지만 사실상 예금 수신과 같은 역할을 해 온 CD가 예대율 계산에 있어서 예금으로 간주되지 않음에 따라 은행들은 CD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를 줄이고 있다. 그 결과,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2012년 3월말 기준, 시중은행들의 은행계정상 CD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전체 자금조달액의 1.7%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CD 거래 규모 및 시중은행들의 CD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의 대출 중 CD금리에 연동된 대출의 비중은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2011년 9월말 기준, 시중은행 원화대출금 중 CD금리 연동 대출의 비중은 34.8%에 달한다. 특히, 전체 가계대출 중 43.3%가 CD금리 연동 대출이어서, 전체 기업대출 중 27.5%가 CD금리 연동 대출인 것과 비교해, 가계가 지불하는 이자 부담이 CD금리 변화에 더욱 민감한 영향을 받는 구조다.

이러한 이유로 은행들에 의해 영향 받는 CD금리가 여타 시중금리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CD금리 수준의 적정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동일 만기인 91일물 기준으로, CD금리와 한국은행 발행 통화안정증권금리의 추이를 비교해 보면, 지난해 상반기 이후 통화안정증권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CD금리는 하방경직성을 나타냈다. 동일한 민간부문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더라도, 지난해 상반기 이후 회사채수익률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CD금리는 크게 변동하지 않거나 도리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러한 CD 금리 움직임은 최근 들어 CD 발행 및 거래 규모가 줄어들면서 CD금리가 단기 금융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시중금리 하락이 대출자들의 대출금리 하락 및 이자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점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반영하듯, 최근 CD금리를 대체할 단기 지표금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코리보(KOLIBOR)금리가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코리보는 일본 도쿄 금융시장의 타이보(TIBOR), 싱가폴 금융시장의 사이보(SIBOR), 중국 상하이 금융시장의 시보(SHIBOR) 등과 마찬가지로 영국 런던 금융시장의 리보를 벤치마크하여 도입된 단기금리다. 코리보는 국내 7개 시중은행, 3개 특수은행, 2개 지방은행, 그리고 3개 외국계은행 등 15개 은행들이 은행 간 거래에 적용될 금리를 제시하면 최고치와 최저치 각각 3개씩을 제외한 9개의 평균치로 결정된다. 10가지 다양한 만기에 대한 수익률이 제공되고, 국내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외국계은행까지 포함한 보다 많은 은행이 참여하여 대표성이 강하며, 리보를 본떠 만들었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대표 단기 지표금리로 인식시키기가 수월하다는 장점들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중 통화스와프 거래 때 코리보를 원화의 교환금리로 하기로 결정된 바 있고, 일부 시중은행들도 단기대출의 기준금리로서 코리보의 사용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실제 코리보의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코리보가 CD금리보다 시중금리 변동을 잘 반영한다기보다는 CD금리와 거의 동일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2004년 7월 도입 이후, 3개월 만기 코리보 금리는 3개월 만기 CD금리와 지속적으로 거의 동일한 수준을 유지해 왔으며, 전체 기간 평균 두 금리간 격차는 0.05%포인트(5 베이시스 포인트)에 불과했다. 과거 금리 움직임만을 감안한다면, CD금리를 코리보금리로 대체하더라도 사실상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코리보금리의 가장 커다란 한계점은 영국 런던에서의 조작 사태를 계기로 표면화된 리보금리 결정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코리보 금리 역시 한 은행이 다른 은행으로부터 며칠 동안 자금을 빌리려면 어느 정도의 금리를 내야 할지 ‘추정’해서 제출하는 금리로서, 실제 자금대차 거래를 수반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리보금리와 마찬가지로 금리 자료 제출 은행 또는 실무 담당 직원의 자의성 또는 조작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자료 제출 은행의 수가 많다는 점이 안전장치가 되기 어렵다는 점은 이번 리보금리 조작 사태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실제로 영국 런던에서 리보금리 산정시 참여했던 영국은행협회(BBA) 회원사 은행의 수는 코리보금리 산정에 참여하는 은행의 수보다 많은 18~20개 은행이었다. 외국계은행들이 금리결정에 참여한다는 점 역시 코리보금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보인다. 올해 초 유비에스(UBS)와 씨티은행이 일본의 티보를 조작하려 했다는 단서가 금융당국의 조사에서 발견되었고 이후 두 은행은 티보금리 산정에서 제외된 바 있다. 최근 영국의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은행 역시 홍콩의 히보와 일본의 티보 산정 은행단에서 제외되었다.

리보금리의 조작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보를 벤치마크해서 만들었다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에서도 향후 코리보금리의 장점보다는 단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한국 금융시장의 경우, 앞서 리보금리와 비교해 보았던 Federal Reserve Eurodollar Deposit Rate과 같은 유사금리조차 없어 조작 또는 담합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판단할 대체지표마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환매조건부채권매매금리가 대안 될 수 있을 듯

그렇다면 어떤 금리가 기존 CD금리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단기 지표금리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 동안 코픽스(KOFIX)금리, 통화안정증권금리, 금융채(은행채)금리, 국고채금리 등 다양한 대체 금리들이 거론되어 왔지만 제각각 뚜렷한 특성과 장단점을 지니고 있어 결정이 쉽지 않았다. 우선, 코픽스금리의 경우, 은행의 실제 자금조달비용을 반영하여 결정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 달에 한번만 발표되고 있어 다양한 파생금융상품 거래 등을 위해 자금시장 상황을 바로바로 반영해야 하는 단기 지표금리로서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통화안정증권금리의 경우 한국은행에 의해 일정 규모 이상의 채권이 정기적으로 발행되고 시장에서의 거래도 활발해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발행주체가 중앙은행인 관계로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대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은행채 또는 국고채의 경우, 통상 1년 이상의 만기로 발행되고 있어 역시 단기 지표금리로서 적절치 않아 보인다.

앞서 언급된 코리보 금리의 구조적 문제점과 여타 시중금리들의 한계점을 감안할 때, 환매조건부채권매매금리가 CD금리를 대체할 유력한 후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환매조건부채권매매금리의 경우, 앞서 언급한 여타 단기 지표금리 후보들에 비해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리보금리와 달리 실제 체결된 거래에 기반해 결정된다. 또한, 금융기관이 보유 중인 채권을 담보로 자금대차거래가 이루어져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에, 거래 금융기관의 신용위험보다 실제 단기 자금시장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다. 다양한 만기에 대한 금리 제공이 가능해 금융시장의 체계적인 장단기 금리 기간 구조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그 동안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선진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환매조건부채권매매거래가 활발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고, 이는 환매조건부채권매매금리의 대표성을 제약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2011년 9월말 기준, 전체 채권시장 대비 환매조건부채권매매 시장 규모는 미국의 경우 6.6%였지만, 한국의 경우 2.1% 수준에 머물렀다. 관련 인프라의 미비, 시장 조성자 역할을 맡을 주체의 부재 등 요인으로 금융기관들 간의 단기자금 거래가 콜시장에 과도하게 집중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금융기관 사이의 환매조건부채권매매 거래가 늘어나고, 관련 제도 및 거래 인프라도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7년 월 평균 57조 원 규모이던 환매조건부채권매매 거래 규모는 올해 들어 646조 원으로 11배 늘어났다. 특히, 한국은행과의 거래가 아닌 금융기관 간의 환매조건부채권매매 거래가 크게 늘면서, 2007년 11.9%에 불과하던 금융기관간 거래 비중이 올해 들어서는 84.7%에 달하고 있다. 이는 그 만큼 환매조건부채권매매금리가 금융시장의 실제 자금 사정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한편, 관련 제도 및 거래 인프라 확충과 관련하여, 증권예탁원에 의해 올해 7월 중에는 환매조건부채권매매 거래 정보의 실시간 공개시스템이, 내년 상반기 중에는 보다 편리한 통합거래체결 시스템이 구축될 예정이다. 또한, 증권금융이 올해 안에 환매조건부채권의 경쟁매매 체결방식을 도입할 예정으로 있어 시장조성기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시장과 글로벌 금융시장 간의 연계도가 높아졌음을 감안할 때, 새로운 국내 단기 지표금리 선정에 있어서, 주요국들의 단기 지표금리 개선 및 대체 움직임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올해 3월부터 영국 재무부, 중앙은행, 금융감독청, 영국은행협회(BBA), 글로벌 대형은행 등이 함께 리보금리의 개선 방안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최근 티보 산출을 주관하고 있는 일본은행연합회(JBA) 역시 금리 취합 과정의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 거래에 기반하지 않은 호가 중심의 금리 결정 방식이라는 기본 틀이 바뀌지 않는 한 리보금리 및 리보금리를 벤치마크한 여타 금리들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와중에 미국 재무부의 경우 변동금리 채권 발행을 검토하면서 적용금리 후보에서 리보금리를 제외함으로써 새로운 단기 지표금리 도입 쪽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환매조건부채권매매금리와 관련하여, 최근 일본 노무라, 스위스 유비에스(UBS) 은행 등이 리보금리를 대신할 단기 금리 지표로 미국 중앙예탁결제원이 제공하는 환매조건부채권매매(REPO)금리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새로운 단기 지표금리로서 환매조건부채권매매금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리보금리 조작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단기 지표금리 변화 방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을 위한 보다 신뢰성 있고 효율적인 단기 지표금리 개발 및 선정에 노력해야 할 때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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