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 CD금리, 시장금리 시스템 교란
주먹구구 CD금리, 시장금리 시스템 교란
  • 신영수 기자
  • 승인 2012.07.22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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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성예금증서(CD)와 국고채(3년)의 금리 역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경기침체 요인도 있지만 CD금리의 지나친 경직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여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듯 증권사의 CD금리 책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시장변동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어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CD금리가 단기지표의 대표성을 되찾지 못한다면 회복 시기는 더 늦어질 수 있다.

◇ 장단기 금리 역전은 CD금리 경직성 탓

채권은 만기가 길어질수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은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나 경기 둔화가 예상되면 일시적으로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 장기 자금이 필요한 기업 등이 경기 전망이 안 좋으니 돈을 쓰지 않아 장기물 금리가 떨어진다.

이런 불황형 수익률 곡선은 보통 4~5개월 정도 이어지다 정상을 되찾곤 하는 편이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선고로 시작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장기물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단기물인 CD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약 100일간 이어지다가 정상화됐다.

하지만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적자를 계기로 작년 8월 초부터 시작된 글로벌 재정위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작년 8월9일부터 올해 3월14일까지 219일간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났고 20여일간 잠시 휴식기를 두다가 올해 4월6일~7월20일의 106일간 역전 현상이 반복됐다.

이 때문에 최근 역전 현상은 단순히 유럽발 위기 탓만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보다는 CD금리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꼼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메리츠종금증권 오창섭 연구위원은 "금리 역전의 가장 큰 요인은 CD금리가 시세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국고채보다 뒤늦게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D금리의 경직성은 변동 폭에서 쉽게 확인된다.

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발생한 99일간의 역전 현상 기간 CD금리 변동 폭은 2.26%포인트였지만 작년 8월 이후 약 11개월간 변동 폭은 0.37%포인트에 그쳤다.

◇ 금리 역전 현상 한동안 지속

장단기 금리 역전의 주요 요인인 유럽발 재정위기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재정 적자 문제가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 이탈리아로 퍼지며 오히려 확대 국면에 있다.

미국도 경기 지표가 그리 좋지 못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고 중국은 `성장 엔진' 역할을 하지 못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정도다.

국내 환경도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 기준금리를 연 3.0%로 인하한 데 이어 시장에서는 연내 한 차례 더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 역전 현상이 쉽게 풀릴 수 없는 형편이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가 기조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경기 후퇴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한차례 부양 차원으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면 흐름이 다른 방향을 진행될 여지는 있다.

CD금리가 이른 시일 내에 단기지표의 대표성을 찾아 시장금리 왜곡 현상을 개선할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CD는 유통량이 줄면서 금리를 책정하는 증권사의 관심 대상에서 멀어지다 보니 시장과 따로 논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유통량이 많지 않으니 실질 수익률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결국 주먹구구식 금리 책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고채 금리가 내려가고 나서도 한참 후에나 CD금리가 빠지는 현상이 이어질 정도다.

CD 거래대금은 2008년 224조원에서 작년 54조원까지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에 13조에 머물렀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부연구위원 "유럽중앙은행이 돈을 풀면서 유럽의 유동성 위기가 내년 상반기에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럼 국내 금리 역전 현상이 빠르면 연내에 정상화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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