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행진에 엔화대출자 시름 또 깊어진다
엔고 행진에 엔화대출자 시름 또 깊어진다
  • 이성재 기자
  • 승인 2012.08.02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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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엔화대출자 이마에 주름이 지고 있다.

지난해 엔화 급등으로 큰 손해를 본데 이어 낭패를 볼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원ㆍ엔화 환율 종가는 100엔당 1,442.28원을 기록했다. 올해 최저점인 3월 16일의 100엔당 1,344.39원보다 7% 넘게 절상됐다.

지난해 하반기 폭등했다가 올 들어서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3월에 저점을 찍고 크게 오르는 추세다. 6월엔 한때 금융위기 수준인 1,514.80원까지 치솟았다.

엔화는 원화뿐 아니라 달러나 유로화에도 강세다.

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엔화는 7월부터 강세가 뚜렷해지며 7월23일엔 일시적으로 달러당 78엔을 밑돌았다. 이후 7월 말까지 78엔대 초중반에서 등락했다.

유로ㆍ엔 환율 역시 2000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유로당 94.1엔까지 하락했다.이런 강세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 따른 것으로 보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엔화가 다시 강세로 바뀐 것은 올해 초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 엔화라는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추가 양적 완화(QE3)를 언급하며 달러를 풀 기미가 보이자 일본 거주자들이 대외자산을 엔화로 바꾸는 움직임도 엔고를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고에 가장 불안한 사람은 원리금을 엔화로 갚아야 하는 엔화 대출자들이다.

작년에도 막대한 피해를 봤다. 한때 원ㆍ엔화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인 100엔당 1,560원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우리ㆍ하나ㆍ외환ㆍ국민ㆍ신한ㆍ기업 등 6개 은행의 총 엔화대출은 기업을 중심으로 8천500억엔이나 됐다.

엔화대출의 금리 구조는 `리보금리+외화채권 가산금리+개별 가산금리'로 돼 있다. 엔화 값 급등으로 대출원금이 급증하면 대출자의 신용등급마저 떨어져 개별 가산금리마저 뛰어오른다.

이 때문에 당시 연 2.6%에 엔화대출을 받았다가 대출금리가 10% 가까이로 오르는 사례도 속출했다.

6월 말 현재 우리ㆍ하나ㆍ외환ㆍ국민ㆍ신한 등 5개 시중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5천535억엔에 달한다. 지난해 9월보단 줄었지만 여전히 많다. 기업은행까지 포함하면 대출 잔액은 더 커진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연구위원은 "일본의 이자율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 각종 가산금리를 붙인다 해도 금리가 낮아 기업들에 인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초만 해도 일본 은행에서도 더 유동성을 푼다고 말하는 등 오히려 엔화가 절하될 거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유로존 문제가 길어지고 엔화가 절상되면서 대비를 못한채 노출된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소기업이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은 환 헤지를 해놓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환 위험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연구위원은 "엔화대출 잔액이 이렇게 남았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재 엔화대출 잔액을 8조원으로 치면 100억원짜리 매출 기업 800개와 맞먹는다. 100억원짜리 중소기업이 하나 도산하면 30~40억원 정도 되는 관련업체들도 어려워지는 등 연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기업들은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엔화 대출을 원화ㆍ달러ㆍ위안화대출로 바꿔 위험을 분산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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