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생산성 2배差… 노조간섭 등 비효율성 탓
韓·美 생산성 2배差… 노조간섭 등 비효율성 탓
  • 신영수 기자
  • 승인 2012.08.3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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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는 1967년 창립 이후 45년 만에 심야 근로를 없애는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내년 3월부터 도입하기로 30일 잠정 합의했다.

기본급 10만1000원(수당 3000원 포함)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500%(월 통상임금 기준)에 추가로 950만원을 지급하는 임금 협상도 타결했다. 잠정 합의안은 9월 3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현대차 생산직은 현재 주야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1조는 오전 8시~오후 6시 50분까지,
2조는 오후 9시~다음 날 오전 8시까지(주야 2시간 잔업 포함)다.

내년에 주간 2교대제가 시행되면 1조가 오전 6시 40분~오후 3시 20분까지 8시간, 2조는 오후 3시 20분~다음 날 오전 1시 10분까지 9시간(잔업 1시간 포함) 연속으로 조업하는 근무 형태로 바뀐다.

휴식시간을 빼면 전체적으로 하루 평균 작업시간이 2시간 단축되는 것.
노사는 근무시간이 줄어도 임금은 삭감하지 않고 생산성을 높여 생산량 감소분을 만회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 노사는 "노사 모두가 윈윈(win-win)"이라고 밝혔다. 노조로서는 확실히 이득이다. 심야 근무시간을 7시간에서 3시간 10분으로 대폭 줄여 심야할증 수당 등을 못 받게 됐지만,

회사에서 기존 생산량 유지를 전제로 수당 감소분을 통상급으로 보전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3000억원을 들여 시설 현대화 작업을 해야 한다.
근무 강도를 높여 시간당 생산대수(UPH)도 늘리기로 했지만 세부안을 노조와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기존 생산 설비의 유휴시간이 늘어나면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자동차 산업 전문가는 "불황기에 독일 등 선진국 자동차 회사 노조는 임금 감소를 감수하면서 근로시간을 줄여 고용을 유지했고, 호황기엔 다시 풀가동 시스템으로 근무 형태를 바꿨다"며 "덕분에 고용도 더 늘어났지만 우리는 그럴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심야 근무를 폐지하는 한국 공장과 달리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은 지난해 6월 주·야간조가 10시간씩 일하던 2조 2교대제에서 3개 조가 8시간씩 일하는 3조 3교대제로 바꿨다.

이에 따라 하루 20시간 돌아가던 공장은 24시간 풀 가동 체제가 됐다.

1인당 근로시간은 주 50시간에서 주 37.5시간으로 줄었고, 임금도 연 6만4200달러(약 7300만원)에서 4만8800달러(약 5540만원)로 24% 감소했다.

노조는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했다.
대신 일자리는 823개가 늘었다.
다음 달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도 877명을 더 뽑아 3교대제로 전환한다.

이번 노사 합의로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 1명당 노동시간이 앞으로 연간 239시간 줄어들지만, 이 빈자리에 대체 근로자를 고용하기 어렵다.

현대차그룹의 한 임원은 "근로시간제 변경은 물론, 라인의 생산 차종 변경이나 근로자 전환 배치 등을 모두 노조와 합의해야 하기 때문에 대체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조의 과도한 간섭은 생산성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 임원은 "작은 안전사고에도 노조가 라인을 세운다"며 "이러한 현실이 미국 공장과의 생산성 차이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현대·기아차가 막대한 이익을 내는 것은 국내 시장을 독점하면서 소비자들이 그만큼 비싼 차값을 치러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이미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임금 격차가 심각한데 시간당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됐다"며 "수많은 중소기업 생산 현장 근로자들의 상실감도 산업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합의로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9800만~9900만원에 달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노조가 파업을 단행해 1조4000억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지만 성과급과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한 금액이 지난해 2128만원에서 2240만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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