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장기불황 대비하자”…전방위 현금확보
대기업 “장기불황 대비하자”…전방위 현금확보
  • 신영수 기자
  • 승인 2012.09.0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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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들이 상당한 규모의 현금자산을 쌓아놓고 있는 것은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대기업의 회사채 발행액은 사상 최대였다.

반면, 중소기업은 위기 상황에서 은행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지고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자금 조달도 여의치 않아 현금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 `불확실한 미래' 믿을 건 현금뿐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매출액 기준으로 100대 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월 말 현재 66조2천5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말(55조4천807억원)보다 10조7천735억원이나 증가한 액수다.

삼성전자는 2010년 말보다 58.5% 늘어난 15조5천220억원의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는 13.14% 증가한 7조324억원을 쌓아두고 있다.

같은 기간 제일모직(402.4%), SKC(188.6%), LG생활건강(162.7%), 삼성중공업(130.8%), CJ제일제당(149.9%)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 증가율 상위에 올랐다.

대기업의 현금자산이 증가한 이유는 불확실한 미래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성표 수석연구원은 "기업이 기회비용을 잃으면서까지 현금을 쌓아 둔 이유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라며 "연구개발 투자는 줄이지 못하지만 인수합병이나 기존 시설 교체ㆍ확장은 연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내 전체 기업의 설비투자 증감률(전년 동기대비)은 2010년 24.2%에서 작년 0.7%로 추락했고, 올해는 1분기 9.3%에서 2분기 -0.8%로 곤두박질 쳤다.

IT와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 대기업의 실적이 좋았던 것도 현금성 자산 증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LG전자, 삼성테크원 등 상반기 실적이 좋았던 기업들은 현금이 늘어난 반면 상반기에 실적이 급감한 S-Oil, 현대미포조선은 현금자산이 30% 이상 줄었고, 남해화학은 98.5% 감소했다.

경기 회복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기업의 현금자산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8월 대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4로 기준치인 100보다 훨씬 낮다. 기업인들이 경기 전망을 매우 불투명하게 본다는 뜻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이병기 연구위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30대 그룹 가운데 90% 이상이 비상 경영체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 전망이 그만큼 어둡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 현금확보가 가장 좋은 대처법이라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현금 확보 노력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소기업 "현금 확보 더 힘들어"

유럽 재정위기 같은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대기업은 현금을 확보해 위험에 대비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주요 자금 조달처인 은행의 문턱은 높고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직접자금 조달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국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46조3천억원으로 지난해 말(441조1천억원)보다 1.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잔액은 115조1천억원에서 140조2천억원으로 21.8%(25조1천억원) 늘어 증가율이 중소기업의 16배가 넘었다.

중소기업은 회사채 발행과 기업공개(IPO)를 통한 직접 자금조달에서도 대기업에 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3년물 기준으로 중소기업이 주로 발행하는 신용등급 `BBB-'인 회사채 금리는 올해 상반기 평균 9.87%나 됐다. 대기업이 주로 발행하는 `AA-' 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4.16%)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또 국내 주식시장에서 2001년 이후 매년 80% 이상을 유지하던 중소기업의 IPO 비중은 올해 상반기에는 55.6%(5건)로 내려앉았다.

중소기업 IPO 비중은 2008년만 해도 전체 IPO의 95.2%(40건)에 달했다.

주식시장은 기업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인 만큼 중소기업의 IPO 부진은 투자자가 몰리는 대기업과 자금 여력 격차를 심화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자금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이 조달하는 자금에서 은행 자금 비중이 80% 정도로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은행에 자금 조달을 많이 의지하는 만큼 대출연장이나 신규대출 증가 같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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