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력 잃는 FTA 협상들‥향후 전망
추진력 잃는 FTA 협상들‥향후 전망
  • 신영수 기자
  • 승인 2012.09.30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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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협정(FTA)이 너무 많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세상이 변하고 있다.
다른 나라도 계속 숨 가쁘게 노력을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FTA 추진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와 FTA 협상이 진행 중인 곳은 총 13개국이다.

한·EU(유럽연합) FTA와 같이 ‘정치·경제 공동체’인 GCC(걸프협력협의회·6개국)와의 협상도 포함돼있어 협상 건수로 보면 총 8건으로, 현재까지 발효된 FTA 8건과 맞먹는 숫자다.

FTA 협상에 앞서 공동연구 등 사전준비를 하는 곳도 총 15개국으로 메코수르(남미자유무역지대·4개국) 등과의 경제공동체와의 연구도 포함돼있어 건수로는 7건에 이른다.

정부가 이처럼 FTA 추진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다자간 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가 11년째 표류하면서 양자 간 협상을 통해서라도 무역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여전히 수출이 우리 경제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의미 있는 협상이 이어지는 곳은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정도다.

나머지 10개국들과의 협상은 2~3년째 표류 중이다.
실질적으로 향후 수년 내 무역장벽을 추가로 낮출 수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세계 경기 침체로 최근 보호무역주의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정부의 FTA 추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주요국들은 이런 움직임을 사전에 막기위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채택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스탠드 스틸(Stand Still) 원칙에 합의했었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선 자국 기업들을 지키기 위해 특허 소송 등 비(非)정책적인 수단을 동원해 무역장벽을 쌓아가는 모습이다.


◆‘동아시아 영토분쟁·보호무역주의 부상’‥FTA추진 곳곳에 걸림돌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FTA 중 교역 규모를 가장 크게 늘릴 수 있는 한·중·일 FTA는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격랑 속에 서랍 속으로 파묻힐 공산이 커졌다.

일본이 협상 테이블에는 나오고 있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에는 자국 내 반대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탓이다.

정부 관계자는 “다자방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각개로 협상타결이 이뤄져야 하는데 한·일 뿐 아니라 중·일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추진 중인 FTA 협상 중 정부의 우선순위는 한·중 FTA다.
현재 3차 협상까지 진행된 한·중 FTA는 다음달말 4차 협상이 열릴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요구하는 부문은 서비스 시장 개방이다. 이미 한·미 FTA를 통해 서비스 시장의 문호가 넓어진 상황에서 중국 시장이 개방돼야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점을 잘 아는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농업부문의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며 서비스 시장개방에 미적거리는 분위기다.

이 밖에 최근까지 공식적인 협상이 이어진 FTA는 인도네시아(7월)와 베트남(9월) 정도다.

지난 2008년 13차례나 공식적인 회의를 치렀던 캐나다와의 FTA 협상은 최근 비공식적인 실무 교류가 재개됐지만 아직 공식적인 협상날짜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호주와 뉴질랜드와의 FTA도 지난 2010년 협상 이후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낙농·축산물 분야 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호주·뉴질랜드와 자동차 부문 양허를 요구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와 걸프협력협의회(GCC)와의 FTA 협상도 지난 각각 2008년, 2009년을 마지막으로 협상이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FTA언급하기 꺼려하는 대선후보들‥향후 FTA 무산되나?

우리나라가 FTA 협상타결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요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정부의 의지다. 정부가 결단을 내리고 협상국에 일정 부분 양보를 해줄 수 있는 용기를 내야 협상이 진행될 수 있었다.

일본의 경우 내각의 허약한 리더십 탓에 FTA 추진이 농업부문의 완강한 반대로 자칫 정권교체까지 이어질 수 있어 FTA 체결 성적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어떻게든 만회를 해보려 하지만 내각의 지지기반이 약해 협상을 진행시킬 수 있는 ‘통 큰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와 의견교환에 나섰던 한 정부 관계자는 “일본 측에서도 뭔가를 들고와야 협상이 진행될 텐데, 막상 협상 테이블에 나서면 완강한 자세로 자신들의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면서 “굳이 손해를 보는 FTA를 추진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 정부의 FTA 추진력도 노무현 정부나 현 정부에서 보여준 지지를 얻지 못해 현재 진행 중인 FTA 협상들조차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에 앞서 발표한 ‘안철수의 생각’에서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무조건 FTA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회의적”이라며

“FTA에 대해 자화자찬과 장밋빛 전망만 강조했는데, 문제가 있었다면 그런 전망을 한 기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한·미 FTA 재검토를 주장하면서 FTA 추진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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