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경기부진으로 기업 부실위험 높아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경기부진으로 기업 부실위험 높아지고 있다’
  • 이한득 연구위원
  • 승인 2012.10.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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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위축에 따른 수익성 하락으로 기업의 부실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내수부진에 수출위축이 겹치면서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이 많이 약화되었다.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부실은 상당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이 기업 실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기업 부실이 확산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차입금이 늘면서 부채상환능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6일에는 자산총액 기준 재계 서열 39위 웅진그룹의 지주회사 웅진홀딩스와 계열사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경기위축으로 실적 부진이 더욱 심해지면서 아직 드러나지 않는 국내 기업의 부실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비금융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능력 변화를 통해 국내기업의 부실위험을 진단해본다.

이자지급능력 약화되고 차입금 부담 증가

경기부진이 본격화되면서 2011년부터 국내 상장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금융비용, 중앙값)이 2010년 4.1배에서 2011년 3.6배로 낮아진데 이어 2012년 상반기에는 3.0배로 하락했다. 2007년 이후 개선되던 국내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이 2010년을 고비로 약화되는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국내 상장기업의 영업현금흐름과 비교한 차입금 부담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활동에서 경상적으로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대용치로 EBITDA(영업이익+유형자산감가상각비+무형자산상각비)를 사용한다. 차입금과 EBITDA를 비교(차입금/EBITDA 배율)하면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감당할 수 있는 부채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2005년~2010년 동안 차입금/EBITDA 배율은 1배를 소폭 하회(다만 2009년은 1배 소폭 상회)했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더라도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흐름으로 차입금 전체를 상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차입금/EBITDA 배율은 2011년 1.1배, 2012년 상반기 2.5배로 빠르게 상승했다. 2012년 상반기에는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으로 차입금의 40% 정도만을 상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으로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된 것이다.

국내 상장기업의 부채상환능력 약화는 수익성 하락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2005~2008년 동안 4%대 중반을 유지했던 상장기업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은 2009~2010년 동안 5%를 넘어섰다. 중국의 경기호조, 환율효과 등으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국내 기업의 수익성은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실적도 글로벌 경기부진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2011~2012년 상반기 동안 영업이익률이 4%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낮은 금리 수준이 지속되면서 금융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국내 상장기업의 부채상환능력 약화를 초래한 주된 요인은 수익성 하락으로 판단된다.

2011년 이후 대기업과 수출기업의 이자지급능력 빠르게 약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누어서 부채상환능력을 살펴보면 2011년 이후 대기업의 이자지급능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5~2009년 동안 4배 수준을 유지했던 대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10년 4.6배를 기록했다.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대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11년 3.9배로 하락했고, 2012년 상반기에는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3.4배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이자지급능력은 여전히 대기업에 비해 낮지만 2010년 이전에 비해서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5~2009년 동안 1배 이하를 지속했던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10년 1.1배, 2011년 1.6배로 높아졌다.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12년 상반기 1.3배로 낮아졌지만 2009년 이전에 비해서는 높다.

중소기업의 낮은 부채상환능력에 관심을 가지는 동시에 대기업의 부채상환능력 약화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분석대상에 포함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중에서 중소기업의 회사 수 비중은 15%를 차지한다. 하지만 자산, 매출, 영업이익, 차입금 등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소기업에 비해 대기업 부실화에 따른 충격의 파급효과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는 이유이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으로 나누어 이자보상배율을 살펴보면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모두 2011년 이후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7년 1.9배를 기록한 이후 2010년 4.5배로 높아졌던 수출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11년 2.9배, 2012년 상반기 2.8배로 빠르게 하락했다. 내수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05년 이후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였다. 2011년 일시적으로 반등했던 내수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12년 상반기에는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3.1배로 하락했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마저 위축되고 있다. 이와 같은 거시경제 여건이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내수 부진으로 내수기업의 이자지급능력은 하락하는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선되던 수출기업의 이자지급능력도 세계경기 위축에 따른 수출 둔화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으면서 다시 약화되는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대다수 업종의 부채상환능력 약화

이자보상배율을 통해 업종별로 부채상환능력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2012년 상반기에 대부분 업종의 부채상환능력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5개 업종 중에서 13개의 이자보상배율이 2011년 상반기에 비해 하락했다. 전기가스, 의약품, 섬유의복, 화학 등의 이자보상배율 하락 폭이 컸다. 이자보상배율이 상승한 업종은 비금속광물, 운수장비, 종이목재 등의 3개 업종에 불과했다. 전반적인 경기부진이 업종별 부채상환능력에 공통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2012년 상반기 실적 기준 건설, 섬유의복 등은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의복 업종의 이자보상배율은 크게 하락하여 내수부진의 영향을 다른 업종에 비해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기전자, 운송, 비금속광물, 철강금속, 의약품 등의 이자보상배율도 1배 수준에 머물렀다.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건설업의 부채상환능력은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멘트, 유리 등 건설경기와 연관성이 높은 비금속광물 업종의 부채상환능력은 소폭 개선되었지만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조선업의 이자보상배율은 크게 악화되었지만 2012년 상반기 기준 8.5배를 기록했다.

중소형 조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장된 대형 조선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동량 감소와 유가 상승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이나 항공 등이 포함된 운송업종의 이자보상배율도 1배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 그쳤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지급하지 못하는 기업의 비중이 높아졌다. 2011년 상반기 21.6%였던 이자보상배율 1배 이하 기업의 비중이 2012년 상반기 26.4%로 높아졌다. 건설과 섬유의복 업종에 속한 기업 중에서 절반 이상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지급하지 못했다.

특히 건설업종은 기업 3개 중에서 2개 정도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상황에 있었다. 전기전자 업종 중에서 이자보상배율 1배 이하인 기업이 40.7%를 차지했다. 의약품, 철강금속, 운송 등의 업종에 속한 기업 3개 중에서 1개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지급하지 못했다.

국내 기업의 부실위험은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하게 파악된다. 2012년 상반기 분석대상 상장기업의 전체 차입금 중에서 이자보상배율 1 이하로 부실위험이 높다고 평가되는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36.3%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15개 업종 중에서 7개가 이자보상배율 1배 이하인 기업의 차입금이 50%를 넘고 있다.

운송업종의 이자보상배율 1배 이하 기업의 차입금 비중이 89.2%로 가장 높았다. 특히 해상운송은 대부분의 차입금이 부실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건설경기 부진의 여파를 받고 있는 비금속광물이 67.1%로 높았다. 섬유의복(63.9%), 전기전자(62.8%), 전기가스(59.7%), 건설(58.6%), 의약품(57.0%) 등도 부실가능성이 높은 차입금의 비중이 50%을 넘었다. 영업환경이 악화되거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이들 업종의 부실위험이 금융산업이나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경영환경 악화되면서 기업부실 심화될 가능성

국내 상장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을 살펴보면 부실화 위험에 노출된 기업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된다. 부채상환능력이 낮아 부실화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이자보상배율 1배 이하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업은 수익성이 하락할 경우 부채상환능력이 빠르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이 전체 차입금 중에서 약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부실화가 더 진행되면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이 증가하고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나라 제조기업의 영업이익률과 이자보상배율 장기 추이를 살펴보면 영업이익률과 이자보상배율의 움직임이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2000년대 들어 영업이익률이 하락했음도 불구하고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이자보상배율 수준은 크게 높아졌지만 변화의 방향은 유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수익성이 이자보상배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다. 경기부진은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위축을 초래하여 수익성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익성 하락은 부채상환능력의 약화로 연결될 것이다.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도 국내 기업의 부실화를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국내 기업은 단기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충격에 의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차입금의 차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국내 기업 중에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경기부진에 따른 수익성 하락과 금융시장 불안이 동시에 발생하면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여러 여건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유지하지만,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부실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국내 기업의 수익성은 하락하지만,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줄고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적 악화가 기업 부실을 진행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부실이 금융부실로 연결되면 신용공급이 축소되고 실물경제를 제약하면서 기업 부실을 확대시키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 현재 금리 수준이 낮고 국내 기업의 재무구조가 많이 개선되어 과거 1997년 직후 외환위기 당시처럼 단기간 동안에 기업들이 대규모로 연쇄 도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상당수가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하고 경기부진이 심해지고 있는 양상을 감안하면 차츰차츰 부실화가 심화되면서 지급불능에 빠지는 기업이 상당 기간에 걸쳐 계속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기관은 신용위험 관리를 통해 부실위험이 확산되는 것을 예방하고, 기업들은 유동성 부족에 빠지지 않도록 실적관리와 자금운용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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