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화재진압중 숨져 홀어머니 모시다 쉰 넘어 결혼
소방관, 화재진압중 숨져 홀어머니 모시다 쉰 넘어 결혼
  • 한옥순 기자
  • 승인 2012.11.04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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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한 물류창고에 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이 순직했다.

3일 인천시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일 오후 7시16분쯤 인천시 부평구 창천동의 한 물류창고 화재 진압에 투입된 김영수(54) 소방위가 지하 2층에 고립돼 숨졌다.

불은 15분 만에 꺼졌지만, 잔불정리 작업에 나섰던 김 소방위가 보이지 않자 오후 9시 30분쯤 동료가 수색작업에 나섰다. 김 소방위는 화재 발생 7시간여 만인 3일 오전 2시 52분쯤 물류창고 지하 2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 부평소방서 관계자는 TV조선과 인터뷰에서 “안에 물품들이 박스채로 많이 쌓여 있었는데 그 상황에서 옷이 타다 보니까 유독가스가 많이 나와 아마 (김 소방위가) 비상구를 찾지 못해 순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불이 난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3층에 전체면적이 5만3000㎡(1만6032.5평)에 달한다. 김 소방위 시신은 인천 인하대병원에 안치됐다.

인천 부평소방서 갈산119안전센터 부센터장인 김 소방위는 1988년 임용됐다. 지난해 ‘늦깎이 결혼’을 한 김 소방위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효심(孝心) 깊은 아들이었다. 김 소방위 동료는 “(김 소방위가) 모시고 살던 홀어머니가 돌아가시고서 지난해 10월 좋은 짝을 만나 늦장가를 갔다”면서 “결혼 후 서울에 신혼집을 차리고 인천으로 매일 출퇴근하며 재미있게 사는가 했는데 이런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김 소방위는 평소 기부와 봉사활동을 하는 등 남몰래 ‘선행(善行)’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소방위와 20년 동안 함께 일했다는 동료(50)는 “(김 소방위는) 젊은 시절부터 직원들 모르게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기부와 봉사활동을 계속 했던 형님”이라며 “승진 욕심도 없어 부하 직원들에게 닦달 한번 안 하시던 분이다. 20년 동안 화재 현장에만 있다가 지난해 뒤늦게 승진했는데…”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김 소방위는 아내와 함께 해외로 성지 순례를 떠날 계획도 잡고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장례식장을 찾은 김 소방위의 부인은 고인의 영정 사진이 빈소로 들어오자 오열했다. 조문을 위해 장례식장을 방문한 부평소방서장에게 “왜 이렇게 늦게 시신을 찾았느냐”며 울음을 터뜨렸다.

소방 당국은 유족과 장례 절차를 논의하는 한편 고인을 소방경으로 1계급 특진 추서할 예정이다. 또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하고 국립묘지 안장과 국가유공자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소방위의 영결식은 5일 오전 9시 부평소방서에서 소방서장으로 엄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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