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잇단 알짜 계열사 ‘매각’…왜?
불황에 잇단 알짜 계열사 ‘매각’…왜?
  • 신정훈 기자
  • 승인 2012.12.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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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STX‧포스코‧금호아시아나그룹 등 재무개선 안간힘

경기불황을 이겨내지 못하는 그룹사들의 알짜 계열사 매각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자금여력이 없다 보니 잘 나가는 핵심 계열사를 팔아서라도 재기의 기회를 만들어 보려는 눈물의 전략이다.

하지만 글로벌 침체로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직 슬림화 등 ‘긴축경영’은 외면한채, 알짜사업 분야를 넘겨 자금력을 확보하려는 것은 오히려 더 큰 화를 자초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그룹사들 가운데 올해 핵심 계열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은 동양그룹, STX그룹, 포스코,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4개 그룹사다.

동양그룹은 지난 12일 건자재 부문, 가전사업부문, 섬유사업부문에 속한 4개 계열사를 매각하고 구조조정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매각 이유는 건설경기 악화 등으로 그룹 수익 창출에 부담을 준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으로 알려졌다.

매각 예정인 건자재와 가전사업부문은 그룹에서 가장 현금창출력이 좋은 알짜 사업부문이다. 건재부문은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507억원 가운데 398억원, 가전부문은 134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나머지 사업 부문은 적자를 보거나 이익이 미미한 상황이다.

동양그룹은 다른 사업 부문에 대해선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와 화력발전 등이 이에 속하며 구조조정 후에는 에너지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STX그룹도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주력 해운계열사인 STX팬오션을 매각키로 지난 12일 공시했다. 그룹관계자에 따르면 STX팬오션은 국내 최대 벌크선단을 보유한 해운회사이다. 지난 2004년 그룹에 편입된 이후 STX조선해양과 함께 그룹 최대 계열사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해운 경기가 절정기였던 지난 2008년에는 매출 10조2000억원과 영업이익 6700억원, 순이익 5000억원을 달성했다. 지분은 ㈜STX의 27.36%를 포함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35.19%를 보유하고 있다.

STX그룹은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200%에 달해 올해 5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STX는 STX에너지 지분 매각, STX메탈과 STX중공업 합병, 유럽 자회사인 STX OSV 매각 등을 추진해왔다. 그룹의 잇딴 자산 매각은 어려운 실정에 처한 그룹의 현실을 대변한다.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STX팬오션 매각은 강덕수 회장이 지난 11일 자금 요청을 위해 KDB산업은행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구책의 일환으로 STX팬오션 매각 의사를 전달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지난 2010년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되면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졸업을 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자금여력이 더욱 나빠지자 지난 8월에는 대우건설 주식,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금호고속 등을 한꺼번에 매각해 9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대부분 빚을 갚는 데 쓰였고 다시 현금 마련에 나섰다.

이달 들어서도 베트남의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 지분 50%를 매각할 계획을 지난 12일 공시했다. 금호아시아나플라자사이공은 베트남 호찌민시에 설립된 호텔, 사무실, 아파트 등 다용도 복합시설이다. 현재 호텔 객실 점유율이 82.2%에 달하는 등 영업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재계 서열 6위(공기업 제외)인 포스코도 계열사 소유로 돼 있는 국내외 백화점과 쇼핑몰 3곳을 일괄 매각키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트남 호찌민시의 대표적 주상복합건물인 다이아몬드 플라자와 창원 대우백화점, 부산 서면의 주상복합쇼핑몰인 센트럴스퀘어를 일괄 매각키로 하고 이랜드 등 국내외 투자자에게 매수 의사를 타진 중이다.

또 지난 9월에는 핵심사업 역량 강화와 중복사업 업역 조정, 시너지 제고, 비핵심사업 정리 등을 목적으로 포스코 기업집단에 속한 국내 계열사를 대상으로 구조조정 할 계획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어들었다. 포스코가 재계 10대 그룹 중에서 이번 경기 침체 와중에 계열사 자산을 한꺼번에 팔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내년 경기호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룹사들의 알짜 계열사 매각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제대로 수익을 올리지 못할 경우 인수자로부터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실제로 동양그룹은 퍼블릭 골프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1년째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골프존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결국 무산됐다.

예금보험공사가 추진 중인 저가항공사 티웨이항공의 매각작업도 2~3개 인수 후보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인수자금의 조달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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