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만기 핵 폭풍’ 초 읽기
CP ‘만기 핵 폭풍’ 초 읽기
  • 김정현 기자
  • 승인 2013.02.13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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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발행 잔액 127조원…2011년보다 42% 폭증
LIG, 웅진 사태로 시장 경색 지속
중견 기업의 기업어음(CP) 만기 ‘핵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금융권의 대출규제 강화로 건설사들의 CP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회사채 시장과 달리 CP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어음(CP) 발행 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 127조원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전년에 비해 42.9%나 늘어난 규모다.

CP 발행 잔액 증가율은 최근 5년간 평균치(13.3%)의 3배가 넘는다. 1ㆍ2금융권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견·중소건설사들이 CP 발행을 대거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 대출과 채권 발행으로는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한계기업 등 신용기업이 대거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CP가 기업 위기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지난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만기가 남은 CP의 지난해 말 기준 발행 잔액이 127조원을 기록했다.

CP 발행 만기 잔존 물량 규모는 작년 2월 100조원을 넘은 뒤 상승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건설 해운 조선 등 위험이 높은 업종에 속한 중견 기업은 만기가 돌아온 CP를 갚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담보를 걸고 금융권 차입에 나서고 있다.

특히 만기도래하는 CP의 경우 대부분 주택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중견·중소건설사들이 발행했던 것이다.

문제는 이들 중견·중소건설사들의 경우 대부분 미분양 적체 등으로 경영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CP 상환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칫 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건설사는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추가 금리 4%포인트, 해운·조선사는 2~3%포인트를 더 얹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자금 돌려 막기’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올 1분기까지 CP 시장 경색이 풀리지 않으면 벼랑 끝에 몰리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이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사모 발행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포함한 CP 발행 잔액은 138조7000억원이다. 이 중 약 72%인 99조5000억원이 연내 만기가 돌아온다.

올해 회사채 만기 물량 44조원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CP를 발행하는 총 243개 기업 중 47%(113개)가 A2급 이하의 신용등급을 갖고 있다. CP 신용등급이 A2급 이하면 회사채 신용등급으로는 A급 이하에 해당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약 46조7000억원의 비우량(A2급 이하) CP가 연내 상환되거나 차환(롤오버)돼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A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24조원)의 두 배에 달한다.작년 9월 웅진홀딩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이 기폭제가 됐다.

회사채 신용등급이 A급인 기업도 부도날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 심리는 냉각됐다. 대내외 경기전망이 불확실한 데다 LIG건설 삼부토건 금호타이어에 이어 웅진홀딩스 CP까지 불완전 판매 문제가 불거지자 CP 시장은 급격하게 경색됐다.

한 중견 건설사의 관계자에 따르면 “만기가 돌아온 40억원어치의 CP에 대해 금리를 3%포인트 더 얹어준다고 제안했지만 투자자가 차환을 안 해줬다”며 “어쩔 수 없이 갖고 있는 현금으로 CP를 전액 상환했다”고 말했다.

비우량 CP는 거액 자산가나 일부 공제회, 절대금리를 요구하는 저축은행과 캐피털 등 기타 금융사가 주로 투자했다.정상적인 상황이라면 3~6개월 만기의 A3급 CP 수익률은 연 5%대에서 형성된다.

하지만 최근 한 대기업그룹 계열 건설사가 발행한 3개월 만기 A3급 ABCP는 연 9%대 중반에 거래되기도 했다.전문가들은 회사채에 비해 만기가 짧은 CP 시장이 상대적으로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사채 신용등급으로 BBB급에 해당하는 A3급 CP는 금리와 상관없이 시장에서 소화가 되지 않고 있다.

NH농협증권 관계자는 “경기 침체 장기화는 상대적으로 비우량 기업의 재무 부담을 더욱 키운다”며 “직접금융시장에서 소외된 비우량 기업은 은행 대출 등 간접금융시장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P (Commercial paper)란
‘기업어음’을 뜻한다. 기업이 자체 신용도에 기반하여 발행하는 융통어음으로서 회사채 대비 간편한 발행 절차, 낮은 금리 등으로 발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업의 주요 단기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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