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정부의 예산이 자동으로 삭감되는 이른바 ‘시퀘스터’(sequester)가 결국 발효됐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사태의 추이에 따라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장은 한국 경제나 금융시장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고 있지만, 여기엔 예견된 사안이란 점과 미 정치권의 타협을 기대하는 관측이 깔려 있어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

시퀘스터는 미국 정치권의 절충안 마련 실패에 따라 1일(한국시각) 오후 2시 발동됐다. 시퀘스터 발동에 따라 미국은 2013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30일까지 국방비 460억 달러와 교육·수송·주택건설 일반예산 390억 달러 등 모두 850억 달러(약 92조원)의 예산을 감축해야 한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의 회동이 예정돼 있어 막판 타결도 기대되지만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여야가 당분간 수수방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상황이다.

삭감액인 850억 달러는 올해 전체 연방예산 3조6000억 달러의 약 2.4%에 불과하다. 미 여야가 지난해 12월 ‘재정절벽’ 협상 때만큼 절박하게 나오지 않은 이유이다. 그럼에도 협상 실패에 따른 경제적 충격과 이에 따른 정치적 입지 약화를 우려해 양당이 결국 타협안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백악관과 의회에 따르면 시퀘스터를 피하지 못하면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1.4%로 작년보다 0.5%포인트 떨어지고, 실업률은 8.0%로 0.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정부가 회의소집 같은 즉각적 대응에 나서지 않고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인 까닭은 미 여야가 결국엔 합의를 볼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또한 시퀘스터의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투자은행(IB) 전문가와의 간담회에서 “시퀘스터는 이미 아는데 터지는 것”이라며 “모르는데 터져야 충격이 크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번 시퀘스터는 (국제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못 미칠 수 있다”며 “경우의 수에 따라서 어떻게 되면 어떻게 하겠다는 전략과 마인드셋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이날 아시아 증시는 무덤덤한 반응을 나타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 시퀘스터 피할 수 있나?’란 보고서에서 “협상 시간이 부족한 미국 의회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을 방지하고자 시행 시점을 연기하는 선에서 일단 합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과거에도 몇 번 시퀘스터가 발동된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의회가 이를 무효로 하거나 충격을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경험 때문에 금융시장의 우려는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