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담뱃값 인상으로 복지재원 조달?
박근혜 정부, 담뱃값 인상으로 복지재원 조달?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03.06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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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새누리당 의원(경북 군위·의송·청송)은 5일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금주 중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담뱃값 2천원 인상, 이번엔 진짜?

정부와 새누리당이 담뱃값 인상에 나섰다.

진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적정 수준으로 담배값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담배가 대표적인 서민들의 기호품인데다,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흡연률 낮추는게 목적이라고 하지만, 복지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6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에게 보낸 서면 답변서에서 OECD 국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인 성인 남성 흡연률을 강조하면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경고그림 등 비가격 규제와 함께 담배값 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담배 가격 인상을 세수 확대를 목적으로 한 소폭의 단계적 인상이 아닌, 흡연률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새누리당도 담배 가격 대폭 인상을 골자로 하는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담뱃값을 2천원 인상해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재원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경북 군위·의송·청송)은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금주 중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담배소비세를 현행 641원에서 1169원으로 82% 인상하고,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현재 354원에서 1146원으로 224%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수입액의 1.3% 수준에 불과한 현행 금연사업지출 비율을 10% 이상으로 의무화하고,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저소득층을 특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담배값은 2천500원(국산 담배 기준)에서 4천500원으로 오르게 된다.

또 담배 관련 지방세 징수금액이 연 4조2천억원에서 5조4천억원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징수금액은 연 1조5천억원에서 3조5천억원으로 대폭 늘어나 박근혜 대통령의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조기사망과 간접흡연을 포함한 흡연으로 인한 피해금액은 연간 10조원에 달하고,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수도 연간 3만명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 5229명보다 6배나 많을 정도로 흡연의 피해는 심각하다”고 담뱃값 인상 필요성을 밝혔다.

또 “담배값은 지난 2004년12월 500원이 인상된 후 물가상승과 서민 가계부담 증가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8년이 넘도록 인상되지 않았다”며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4개 선진국 중 우리나라 담배값이 가장 낮고 흡연율은 가장 높은데다 증가 추세에 있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강력한 금연 가격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담배값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에 대해선 “물가와 구매력 상승으로 담배의 실질가격은 계속 하락해 왔다”며 “담배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85%로 가중치가 다른 품목보다 4배나 높아 어쩔 수 없이 소비자물가지수의 인상을 초래하는 것처럼 보일 뿐 실제로 소비자물가 인상에 미치는 영향은 더 적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담뱃값 인상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병행되지 않으면 소득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더 많은 담배 부담금을 내야 하는 소득 역진성을 심화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담배에 부과되는 제세부담금이 종량세라 담배값 인상은 반서민 정책이란 논리에 대해서도 “저소득층은 담배값이 많이 오르면 담배 소비를 줄여 저소득층 가계수지가 개선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 발의는 박 대통령 최측근인 진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가 담뱃값 대폭 인상을 주장한 것과 맞물려, 박근혜 정권이 담뱃값 대폭 인상을 통해 복지재원을 조달키로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이 특히 청소년 흡연율 감소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5년 66.7%에 달했던 성인 남성 흡연율이 2006년 44.1%로 대폭 줄어든 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요인은 두 차례 담뱃값 인상이었다.

담뱃값 인상은 서민 물가와 연계가 되는 만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지 않으면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실제 2011년 ‘던힐’ ‘마일드세븐’ 제조사인 BAT코리아와 JTI코리아가 규제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담뱃값을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올렸지만 여론은 이들에게 칭찬 대신 채찍을 가했다.

안 그래도 물가 상승 문제가 심각한데 괜히 서민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기존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했을 때 이 인상률이 피부로 와닿는 쪽은 당연히 저소득층이다.

또한 저학력층 빈곤층 등 사회 취약층 흡연율은 그렇지 않은 계층보다 높기 때문에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타격이 더 크다. 질병관리본부 국민영양건강조사에 따르면 중졸 이상 저학력층과 대졸 이상 고학력자 간 흡연율 격차는 크게는 20% 이상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담뱃값 인상,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흡연 감소 효과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담뱃값 인상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가격정책으로만 이 부분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담뱃값 인상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병행되지 않으면 소득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더 많은 담배 부담금을 내야 하는 소득 역진성을 심화시키는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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