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경제사절단' 방미 의미는?
역대 최대 '경제사절단' 방미 의미는?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05.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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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제 살리기’ 명분 vs 전문가, 기업 활동 위축 우려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경제사절단 명단에 따르면, 사절단은 경제인 51명과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 등 전체 52명이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역대 최대 규모인 52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경제사절단에는 경제단체장들은 물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본무 LG회장 등도 포함됐다.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여건 등을 미국 재계에 설명하고 이들의 지속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국가경제 홍보활동(IR)의 일환이다.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경제사절단 명단에 따르면, 사절단은 경제인 51명과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 등 전체 52명이다. 대기업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 대기업 대표 중소·중견기업 대표, 금융계 및 분야별 대표 등이 대거 수행한다.

청와대는 경제사절단 구성과 관련,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경제인들이 동행했으나, 보통 10~30명 정도였다”면서 “이번엔 그 규모가 52명에 이르고, 주요 대기업의 ‘오너’급 최고경영자(CEO)들이 15명이나 함께 한다는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경제사절단은 박 대통령과 함께 오는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만찬’에 참석한 뒤, 이튿날인 8일엔 전경련과 미 상공회의소 공동 주최로 열리는 ‘한·미 최고경영자(CEO)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양국 간 차세대 산업협력분야와 신(新)성장 동력 창출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이 라운드테이블에서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경제 현안에 대한 양국 경제인들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번 경제사절단 구성의 특징에 대해 “‘오너’들이 이렇게 많이 가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경제사절단의 대통령 방미 수행은 새 정부가 출범한데다,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 등으로 한반도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 우리나라 경제의 ‘실세’들이 총동원돼 한국경제를 미국에 알린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중견·중소기업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여성 경제인 4명이 포함”됐다는 점과,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인 한재권 서도산업 대표가 동행한다는 점을 꼽았다.

조 수석은 또 “오는 7일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의제 중엔 경제 부분과 관련해 (양국 간 의견 대립이 예상되는) 첨예한 사항이 별로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라운드테이블의 미국 측 참여 인사로는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을 비롯해 퀄컴, 씨티그룹, 보잉 등의 CEO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라운드테이블에서 미국 투자기업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우리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관한 사항도 함께 설명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이외에도 미국 현지에서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대기업 총수들과의 별도 회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절단 규모를 역대 최대규모로 꾸린 것에 대해 청와대는 ‘경제 살리기’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 내용들이나 이번 방미가 대기업 총수들과의 첫 대면이 이뤄지는 계기란 점을 놓고 보면, 정권과 재벌들 간의 ‘밀월’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경제민주화 논의와 관련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정도로 지나치게 가는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조 수석은 “경제를 살리려면 대기업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며 “투자를 결정하는 주요 위치에 있는 대기업 총수들을 해외에서나마 함께 만난다는 자체가 이들에게 투자 의욕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거를 돌아보면 경제사절단 구성을 놓고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점치는 경우도 많았다. 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의도, 친소관계 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난 1995년 문민정부 당시 이건희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는 이른바 ‘북경 발언’으로 청와대의 분노를 산 이후 김영삼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에서 빠진 일화는 유명하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전체 경제인 수행단 26명 가운데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인들을 7명이나 포함시켜 ‘금융 중시’ 기조를 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동행하는 것은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이명박 정부에 비해 대북 경협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어 주목된다.물론 수행단에 낀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했던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은 ‘방미 수행단에도 포함됐으니 새 정부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으나 그해 5월 연임될 것이란 관측을 뒤엎고 교체 대상에 포함됐었다.

2008년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노총 위원장이 첫 방미에 동행하지만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가 노동친화적인 정부인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한편 전경련이 발표한 경제사절단 명단을 보면 한국노총 문진국 위원장을 제외한 51명 가운데 경제단체장은 전경련 허 회장 등 5명, 대미협력기업(대기업) 대표는 삼성 이 회장 등 17명, 중견기업 대표는 강호갑 신영 회장(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 9명, 중소기업 대표는 서병문 비엠금속 대표 등 11명, 금융계 인사는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 등 5명, 분야별 대표는 이민재 엠슨 회장 등 4명이다.

◆ 방미 경제사절단 명단

경제단체장(5)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대미협력기업(17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창근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정준양 POSCO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구자열 LS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이해욱 대림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재현 동양 회장(한미재계회의 위원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류 진 풍산 회장, 김 윤 삼양사 회장

중견기업(9명)

강호갑 신영 회장(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정구용 인지컨트롤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곽재선 KG그룹 회장, 우오현 티케이케미칼 회장,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사장

중소기업(11명)

서병문 비엠금속 대표,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 배조응 국민레미콘 대표, 한재권 서도산업 대표(개성공단기업협회장),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 서명환 대원전선대표, 김일호 오콘 대표, 남상만 프린스 대표, 오석송 메타바이오 대표, 표재석 황룡건설

대표금융계(5명)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홍기택 KDB금융그룹 회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 행장

분야별대표(4명)

이민재 엠슨 회장(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이은정 한국맥널티 대표(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벤처기업협회 회장), 신태용 한신ITC 회장(한국수입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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