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유통시장 대형점 줄고 생활밀착형 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유통시장 대형점 줄고 생활밀착형 늘고 있다’
  • 황혜정 연구위원
  • 승인 2013.05.05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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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소비 환경과 소비자 니즈에 대응해온 국내 유통산업에 또 다른 변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최근 유통 산업에서 관찰되는 주목할 만한 몇 가지 현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대형점의 성장세가 꺾였다. 작년 대형마트의 성장률은 1.4%로 추정된다. 이는 작년 물가 상승률인 2.2%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실질적으로 전체 시장규모가 역신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점포수를 매년 평균 25개씩 늘려왔던 공격적인 행보도 주춤해졌다. 주요 유통 기업은 2015년까지 대형마트 신규 출점을 자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백화점 역시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8년 연속 성장세를 보였고 특히 최근 3년 동안 10%이상의 고성장세를 누렸으나 지난해는 4.9%로 성장률이 한 자리수로 떨어졌다. 올해 1월 매출증가율도 전년 동월대비 -8.2%로 역성장 하였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점포 개장을 계획 중인 점포는 한 곳도 없다. 백화점은 2008년 금융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신규 출점을 이어왔으나, 올해는 1996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출점 계획이 없다.

이처럼 주요 오프라인 업태의 성장률이 5% 미만으로 둔화된 반면, 온라인 시장은 지난해 11.8% 성장률을 보이며 두 자리 수 성장률을 5년 이상 이어 가고 있다. 인터넷 사용이 대중화되고 유통업체의 온라인 취급 품목이 고가 제품까지 확대되면서 전체 소매 판매액 시장에서 지난 해 약 12%의 규모를 차지하였고 향후에도 오프라인 업태보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 시장에서 관찰되는 변화의 움직임

근린형 소비에 대응하는 생활 밀착형 유통 부상

대표적인 채널인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전체 소매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반면, 생활 밀착형 유통이 부상하고 있다. 생활 밀착형 유통이란 주거지 혹은 근무지 근처 등 근거리에서 소량 구매할 수 있는 유통이다.

대표적인 근린형 유통인 편의점은 지난해 경기 악화로 소매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성장률이 19.8%로 두 자리 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편의점 총 점포수도 지난 해 대비 3,280여 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형 슈퍼마켓 역시 규제 등으로 인해 공격적인 확장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2인 가구 증가, 근거리 소량 구매 패턴 정착으로 2012년 점포수가 약 1,280여 개로 2011년 대비 약 230여 개 증가하였다. 유통 대기업들은 프리미엄 슈퍼도 시도하고 있다. 신세계는 고급 상품 및 수입 상품을 특징으로 한 ‘SSG 푸드마켓’을 작년에 부산과 청담동에 오픈하였다. 슈퍼마켓 본 매장 외에 카페, 레스토랑, 와인숍, 베이커리숍 등으로 구성한 차별화된 형태로 시장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생활 밀착형 유통 확산은 글로벌 트렌드이다. 글로벌 선두 유통 기업 역시 업태 슬림화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소매기업 매출 1위인 미국의 월마트는 네이버후드마켓, 월마트 익스프레스 같은 소형 매장으로 월마트 슈퍼센터가 커버하지 못한 소규모 지역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월마트는 올해 디스카운트 스토어의 미니 버전인 월마트 익스프레스를 95~115개 선보일 계획이며 2016년까지 500개 이상 출점 할 계획이다.

하이퍼마켓부터 편의형 매장까지 다양한 포맷으로 소비자 접점에 대응하고 있는 까르푸 역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유통은 편의형 매장이다. 지난해 프랑스에만 76개,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에 115개 점포를 개점했다. 까르푸는 편의형 매장의 포맷을 세분화하여 도심 지역 중심의 까르푸 시티, 지방 소도시 중심의 까르푸 컨택, 휴양지 중심의 까르푸 몽타뉴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선두 유통 기업은 매장 크기 축소 및 포맷 다양화로 소형 매장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생활 밀착형 유통의 새로운 유형으로 드럭스토어도 급부상하고 있다. 드럭스토어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으나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보편화된 유통이다. 드럭스토어는 약품, 식품,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복합 점포이다. 국내 드럭스토어 시장은 2012년 기준 약 5천억 원으로 아직 규모는 크지 않으나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약 50%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CJ올리브영, GS왓슨스, 코오롱 W W스토어가 시장을 삼분한 가운데 이마트 분스, 농심 판도라, 삼양 어바웃미가 후발업체로 가세하였고, 롯데도 롭스라는 이름으로 올해 5월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갖는 등 유통업체의 진출 경쟁이 치열하다. 드럭스토어는 성장 포화에 직면한 유통업계들의 신성장 동력 모색 및 소비자들의 건강과 미용에 대한 니즈 증대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최근 가장 주목 받는 성장 채널로 떠오르고 있다.

가치 소비에 적합한 아울렛, 창고형 할인매장의 성장

지속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해 가치 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아울렛, 할인점 매장이 성장하고 있다. 국내 대표 백화점 3사는 백화점 출점 대신 아울렛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는 올해 1월 서울역에 아울렛을 오픈하며 도심까지 커버리지를 확장하고 있고 신세계는 프리미엄 아울렛의 규모를 확장하고 있으며, 현대도 김포와 송도에 아울렛을 오픈할 계획이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의 성장률은 4.9%에 불과했지만 교외형 프리미엄 아울렛은 41.3%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에도 아울렛은 31% 가량 성장이 예상된다. 아울렛은 제한된 예산에서 브랜드 로열티가 높은 소비자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통으로 가치 소비에 적합한 채널이다.

대형마트 역시 기존 점포보다 창고형 할인 매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는 각각 트레이더스, 빅마켓이라는 창고형 할인 매장을 출점하고 최근 1~2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된 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공통적으로 아울렛 등의 유통업이 활성화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성장률이 둔화된 2009년 이후부터 아울렛, 창고형 할인매장 등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보다 더 커진 온라인 시장

유통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시장은 매년 20% 내외의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시장은 2011년에 이미 백화점을 제치고 유통 시장 규모 2위를 차지하며 지난 해 시장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섰다. 매장에서 실물을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쇼루밍 현상의 확산이 온라인 시장 성장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얼마 전 백화점에서 오픈한 한 쇼핑몰에서는 1,200만 원대의 수입 고가 오토바이가 팔려나갔다. 신뢰성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이점으로 쇼루밍 현상은 프리미엄 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모바일 쇼핑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2009년 30억 원에 불과했던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지난 해 6,000억 원 규모로 성장하였다. 소셜 커머스도 2011년 500억 원 규모로 시작하여 1년 만에 1조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업태 별로 1조원 규모를 달성한 기간이 백화점 15년, 대형마트와 TV홈쇼핑은 각각 6년이 걸린 것에 비해 소셜 커머스의 성장률은 타 업태를 압도한다.

유통시장 변화의 동인

일인 가구 증가 등 인구 및 가구 구조의 변화

이처럼 국내 유통 시장에서 보여지는 변화를 주도하는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일인 가구 증가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지난 1월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2에 따르면 1990년 9.0%에 불과했던 일인 가구는 2010년 23.9%로 껑충 뛰었다. 4가구 중 1가구가 나 홀로 사는 일인 가구인 셈이다. 2025년에는 31.3%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4인 가구 이상의 비중은 1990년 58.1%에서 2010년 30.5%로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주말마다 아이를 동반한 부부가 여러 품목의 물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쇼핑 방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량 구매를 전제로 한 대형마트의 선호도는 낮아지고 필요한 상품을 가까운 곳에서 소량 구매하는 근린형 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 중 향후에 유통산업에 미칠 중요한 요인으로 눈여겨봐야 할 변화는 ‘고령화’이다. 우리나라 노년부양비는 선진국에 비해 아직은 낮은 수준이나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를 20세~64세 인구로 나눈 노년부양비는 2010년 기준 15%로 일본 36%, 영국 25%, 미국 20% 등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아직까지 고령화에 대한 체감도가 그리 높지 않은 이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년부양비는 2030년 39%를 거쳐 2050년에 이르면 71%까지 증가하여 일본과 비슷해지고 유럽과 미국보다는 훨씬 높아지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이미 고령화 사회(65세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에 진입하였고 앞으로 7년 후인 2020년에는 고령 사회(65세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14%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일본 등이 고령 사회 진입까지 25~35년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선진국 대비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고령화는 향후 유통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지금은 이에 대한 체감도가 낮으나 고령화는 유통업계가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본질적인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저성장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2008년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경기 불안이 일상화되다시피 되었고 저성장이 고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고성장 시대의 풍요로운 소비 패턴에서 벗어나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가치 소비는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지키면서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소비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고급 소비의 대명사인 백화점에서 소비는 줄이고 가격과 가치를 따져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는 유통에서의 소비가 늘고 있다. 롯데 백화점에 따르면 작년 12월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 매출의 60%는 이 백화점 VIP 고객에게서 나왔다고 한다. 백화점 위주로 쇼핑하던 구매력 있는 소비층이 명품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 판단을 기준으로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다. 핸드백은 고가의 명품을 고집하지만, 티셔츠는 유니클로 등 저가를 구입하거나, 프리미엄 화장품의 주력 유형인 에센스를 페이스샵, 미샤 같은 저가 브랜드 샵에서 구입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브랜드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은 가치 소비의 부상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가격 = 가치’라는 인식이 깨지고 가치에 대해 꼭 높은 가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합리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치 소비는 유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IT기술에 의한 온라인 유통 비즈니스 모델 발전

IT기술 또한 유통 시장 변화의 큰 요인이다. IT기술로 인해 디바이스와 네트워크 등 인프라가 갖추어졌고 이로 인해 유통 시장에서 전자상거래의 성장세는 계속 탄력을 받고 있다. 온라인 시장은 단순히 오프라인 업태가 판매 채널을 온라인까지 확장하는 것 뿐 아니라 온라인만의 특성을 활용한 오픈 마켓, 소셜 커머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큐레이션 커머스가 주목 받고 있다. 소셜 큐레이션이 전자상거래와 접목되면서 전문가가 엄선한 좋은 제품을 제공한다는 차별화된 가치 제안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며 온라인 시장에서 새로운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유통 산업은 인구 구조, 소비 트렌드, 경제 상황, 기술 등 다각적 요인들의 변화에 대응하면서 진화해 나가고 있다. 일인 가구의 증가, 고령화의 진전, 저성장 기조 등의 변화는 상당 기간 그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IT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은 유통 시장에 앞으로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을 것이다. 생활 밀착형 소비 패턴과 각종 기술과 서비스로 무장한 온라인 유통의 증가세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LG경제연구원 황혜정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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