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비리 해법 없나?
재벌비리 해법 없나?
  • 김상호 기자
  • 승인 2013.07.13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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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기업 횡령·탈세는 기본…탐욕과 횡포, 부정비리 여전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는 총수 독단의 ‘황제경영’과 복잡하기 그지없는 ‘순환출자’로 왜곡돼 있고 기업경영은 탈세·비자금 등 회계비리와 권력·사법·언론에 대한 뇌물과 불법로비로 오염돼 있다. 문어발식 확장과 골목상권 침입은 예사롭고, 2세 승계를 위한 불법·탈법·편법은 흔한 일이다. (자료사진)



국내 일부 재벌들의 횡포와 탐욕, 부정비리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그나마 재벌1,2세들은 정경유착과 부패 속에서도 기업가정신이라도 있었지만, 재벌 3,4세로 넘어오면서 그와 같은 기업가정신은 고사하고 타락과 탐욕만이 남아 있다.

더욱이 이들 재벌 3,4세 가운데는 ‘소시오패스’형 인간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판단이다.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떤 나쁜 짓을 저질러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런데 이들 재벌 3,4세들은 이미 자신들이 여러 탈·불법적 상황에서 부를 대물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심의 가책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사실 이 같은 인간형은 한국의 재벌들에게 거의 공통된 특징이다. 4조50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2조원대의 탈세를 하고 온갖 탈·불법을 자행한 이건희 회장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정직했으면 좋겠다’고 설교하는 게 전형적 예다.

이재용 부회장은 자녀가 국제중의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대상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성적 조작 정황까지 드러났다.

말마다 ‘초일류 글로벌기업’이라고 떠드는 삼성전자의 부회장이 일반 전형자나 사배자 전형자의 몫까지 가로채며 자녀를 입학시켰으니 말이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53),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1),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51) 등이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1월 31일, 회사 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 회장에게 1심 법원은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했지만,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앞서 지난해 12월 20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얻은 이득액 합계가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으로 양형기준 제4유형에 속한다며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4년 6월과 벌금 20억원 등 실형을 선고했다. 또한 이 전 회장의 어머니인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에게 징역 4년의 중형이 내려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 전 회장은 지난6월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460억원대 증여세 소송에서 패소하기까지 했다.

김승연 회장도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지난 2010년 12월 계열사에 자금을 부당지원하고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 3년으로 감형됐지만 풀려나지는 못했다.

▲최태원sk그룹회장(왼쪽) 최재원수석부회장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2심 판결이 뒤집히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수감생활 중 건강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돼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8월7일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끝나면 다시 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이뿐이 아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도 회사 자금 횡령 및 유용혐의로 2011년 5월 구속 기소돼 징역3년을 선고받았으나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선종구 하이마트 전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LIG 구자원 회장과 장남 구본상 등에 대해서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마디로 ‘줄줄이 사탕’이 아니라 ‘재벌 오너 들의 줄줄이 재판’이다.불구속 재판을 받다가 징역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곧 바로 구속되어 구치소에 수감된 대그룹 회장들. 그들에겐 애잔한 동정도 당연, 불필요한 상황이다.

모든 이들이 부러워하는 재벌 회장의 자리에서 죄수복으로 갈아입고, 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재벌 비리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 아닌 게 아니라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딱하거나 참혹한 상황 그 자체이다.

이미 몇 년 전 일이지만, 김승연 한화 그룹 회장이 시비 끝에 아들을 때린 북창동 술집 종업원들을 심야에 인적이 드문 청계산으로 끌고가 조폭들에게 폭행을 가한 것도 그렇다.

하지만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SK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씨가 차를 매매하기 위해 찾아간 노조원을 야구 방망이로 실컷 휘두르고 맷 값을 던진 사건이다. 그는 경찰에 출두해서 조사를 받을 때도 기자들 앞에서 히죽히죽 웃는 표정을 지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회장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이나 사죄의 뜻은 전혀 없었다. 사실 최철원씨는 드러난 경우일 뿐 사실 재벌가 3,4세 가운데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런데도 이들은 자신들이 죄를 저질러 처벌을 받게 될 때는 ‘동정’을 구한다고 한다.

동정을 구한 뒤 다시 강자로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악행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2003년 재판에서 선처를 구해 경영일선에 복귀했던 최태원 회장이 2011년 다시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그렇게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때도 ‘나눔 경영’과 사회공헌을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법정에 다시 서게 된 그는 또 다시 선처와 동정을 구했다.

문제는 재벌 2세뿐만 아니라 3,4세로 내려오면 이 같은 성향의 사람들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CJ그룹의 비자금문제는 검찰의 범죄정보파일에서 썩고 있다가 이명박 정권의 보호막이 벗겨지자 말자 수사의 칼끝이 겨눠지고 있다. 재벌 쪽에서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아들을 국제중에 진학시키기 위해 부인과의 이혼 전력을 들어 사회적 배려대상자라는 명분으로 부정입학을 시도해서 국민의 심기를 건드렸다.

나이 40이 다 된 한진 조양호 회장의 딸 조현아 본부장은 만삭의 몸으로 하와이 주재 발령을 받아 최고령 원정출산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현대가의 며느리로 들어간 아나운서 출신 노현정씨는 몇 해 전 원정출산 논란을 겪었고, 최근에는 자녀를 외국인학교 부정입학을 시킨 것이 도마위에 올랐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카리브해의 조세피난처 버진 아일랜드에 모두 245명의 한국인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탈세를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뉴스타파’가 명단을 살라미 식으로 잘라 발표하는 바람에 감질나게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나온 이름만으로도 한진·효성·SK·한화·대우·삼성그룹의 총수 일가나 전현직 임원들이 연루 돼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시공사 사장도 명단에 올라있다.

▲김승연한화그룹회장


이 처럼 우리나라에서 재벌들이 비난의 대상이자 사회적 골칫거리로 떠오른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에도시대부터 내려온 스미토모와 미츠이, 메이지시대에 떠오른 미쯔비시와 야스다 등 4대 재벌(zaibatsu)이 1947년 미 군정에 의해 해체된 후 이른바 ‘계열(keiretsu)’라는 이름의 경영자 중심 비즈니스 그룹으로 재구성됐다.

한국은 1961년 5·16쿠데타 직후 군사정부가 이병철(삼성), 이정림(대한양회), 박흥식(화신산업)씨 등 사업가들을 부정축재자라고 구속했다가 풀어준 뒤 경제개발을 위한 정부 산업정책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재벌이 형성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전략은 수입대체산업화와 수출촉진이었다. 박 대통령은 주요 기업체에 수출쿼터를 설정하고 외자도입과 원자재·수입물품 배정 등 특혜를 베풀었다.
1980년대 말까지 재벌들은 재정적 자립을 달성했고 외자보다는 은행융자를 통한 국내투자를 선호했다.

그들은 관치금융의 특혜를 받아 국내 투자를 거의 독점할 수 있었고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은 은행대출 받기가 하늘에 오르기만큼 어렵던 시절이었다.

아직도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는 1997년 IMF사태의 와중에서 30대 재벌 가운데 11개가 쓰러졌다. 1999년 대우그룹은 세계사상 가장 큰 규모의 800억 달러 미상환부채를 남긴 채 파산했다.

‘세계경영’이라는 화려한 기치를 내세운 대우 붕괴에 따른 빚은 결국 한국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대우그룹은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신화에 스스로 함몰돼 갔다.

대다수 재벌들은 이처럼 치부과정에서 자신의 돈과 노력보다는 국민의 돈과 땀을 끌어다 투입했다.

예컨대, 삼성자동차는 이건희 회장 개인 투자분이나 삼성그룹의 자본은 극소 비율에 그쳤고 대부분 융자라는 형태의 국민자본으로 건설됐다. 현대제철 설립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재벌그룹의 지배구조는 총수 독단의 ‘황제경영’과 복잡하기 그지없는 ‘순환출자’로 왜곡돼 있고 기업경영은 탈세·비자금 등 회계비리와 권력·사법·언론에 대한 뇌물과 불법로비로 오염돼 있다. 문어발식 확장과 골목상권 침입은 예사롭고, 2세 승계를 위한 불법·탈법·편법은 흔한 일이다.

신격호 롯데 회장이 한국 진출 초기에 미스롯데 선발대회를 열어 우승자 한 사람과 중혼을 한 뒤 미인대회를 폐지해버린 것은 재벌들의 윤리의식이 어디까지 떨어졌나를 보여준 경우다.

최근의 사태에서 드러난 재벌들의 오만과 반칙은 국민통합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이 ‘삼성공화국’이 되지 않으려면 재벌 해체는 아니더라도 재벌의 발전적 해소에 대해서는 심각한 논의를 해야한다. 그리고 재벌들도 정신을 차려서 ‘법 앞의 평등’이라는 대원칙을 몸소 배워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량한 다수의 국민들을 등치고 희생시켜서라도 돈만 벌면 된다는 일부 기업이 있는 한, 한국경제의 미래는 담보할 수 없다.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물갈이할 수 있는 ‘혁명적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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