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Cash Economy의 증가 지하경제 확대의 경고등
LG경제연구원, Cash Economy의 증가 지하경제 확대의 경고등
  • 박광원 기자
  • 승인 2013.07.21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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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경제에 캐쉬이코노미(cash economy)가 확대되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캐쉬이코노미란 거래가 신용카드, 계좌이체 등이 아니라 주로 현금, 즉 화폐로 이루어지는 경제를 말한다.

당연히 경제주체들은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게 되고 경제 내에 필요한 현금의 양도 많아진다. 일반적으로 캐쉬이코노미는 지하경제(underground economy)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지하경제란 정부의 규제를 피하여 보고되지 않는 경제를 가리킨다.

현금을 활용한 거래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록이 남지 않아 조세 당국이 세원을 발굴하고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 경기 대응 및 복지 확대 등의 수요로 인해 재정지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하경제가 확대될 경우 세수 부족, 재정 악화, 세율 인상, 지하경제 확대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캐쉬이코노미 비중의 증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다른 통화지표에 비해 화폐만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에서 캐쉬이코노미가 확대되는 움직임은 다양한 경제 지표들을 통해 확인된다. 첫째, 화폐 발행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 경제에 풀려 있는 현금이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2005년에서 2008년까지 화폐 발행잔액 증가율은 5~6%대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009년 6월 새로운 고액권 지폐인 5만원권이 발행되면서 화폐 발행잔액 증가율은 2009년 말 21.4%까지 상승했다. 10만원권 수표를 대신하여 5만원권 지폐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신권 발행 효과가 점차 사라지면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화폐 발행잔액 증가율이 올해 들어 급증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즉, 지난해 말 11.7%까지 낮아졌던 화폐 발행잔액 증가율은 올해 5월말 14.9%로 3.2%포인트 높아졌다.

여타 통화지표와 비교해보면, 화폐 발행 잔액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일명 광의통화로 불리는 M2의 경우, 2009년 말 9.9% 증가율을 기록한 이후 5~6% 수준의 안정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5월말 증가율 역시 5.2%로서 지난해 말 증가율과 비교해 보더라도 0.4%포인트 밖에 높아지지 않았다. 즉, 여타 통화지표들은 크게 늘고 있지 않지만 유독 화폐 발행잔액만이 최근 크게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풀린 화폐가 회수되지 않고 있다

둘째, 화폐 환수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화폐 환수율은 일정 기간 동안 중앙은행에서 공급한 화폐 발행액 대비 중앙은행으로 돌아온 화폐 환수액의 비율을 말한다. 이러한 화폐 환수율이 낮아진다는 것은 시중에 풀렸다가 돌고 돌아 중앙은행으로 되돌아오지 않고 화폐 순환 사이클에서 빠져 경제주체들의 지갑, 금고 등 어딘가에 고여 있는 현금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화폐 환수율은 76.4% 수준에 불과하다. 2007년과 2008년에 95%대, 5만원권이 발행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에도 80%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70%대 환수율은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러한 ‘화폐의 퇴장’ 현상은 고액권 화폐일수록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만원권 지폐의 환수율은 52.3%로서, 지난해 5만원권 지폐의 환수율 61.7%보다 9.4%포인트나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새어 나가고, 사라지는 화폐가 늘어나면서 중앙은행이 시중에 공급하는 화폐의 양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시중에 공급한 화폐 발행액에서 다시 거둬들인 화폐 회수액을 차감한 화폐 순발행액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 동안 3조 7천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추세가 올해 계속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 전체 화폐 순발행액은 9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6년간의 연 평균 화폐 순발행액 규모인 4조 6천억원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늘어난 화폐의 실물경제 활동 기여도가 하락하고 있다

셋째, 화폐 유통속도가 하락하고 있다. 통화지표의 유통속도는 일정 기간 동안 한 나라 경제 전체가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경상기준 부가가치 합계 금액인 명목GDP를 통화량 지표로 나누어 계산한다. 즉 실물경제의 생산 및 거래 활동과 관련하여 통화량 한 단위가 몇 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쓰인 셈인가를 의미한다. 즉 화폐 유통속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실물경제 수준에 비해 화폐 발행액 규모가 과도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화폐 한 단위가 생산 및 거래에 기여하는 정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화폐 유통속도(명목GDP/화폐발행액)는 2009년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09년 2분기 34.6배에서 올해 1분기 23.2배로 크게 낮아졌다. 반면, 2009년 2분기 0.71배이던 M2 유통속도(명목GDP/M2)는 올해 1분기 0.7배 수준을 유지할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여타 통화지표의 유통속도는 크게 변하지 않은 가운데 화폐의 유통속도만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화폐 유통속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이 고액권인 5만원권이 발행되기 시작한 2009년 하반기 이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액권 발행 이후 생산 및 거래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화폐가 실물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카드를 이용한 거래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넷째, 카드 이용액 증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카드(신용카드, 체크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 등)를 이용한 지급결제 금액은 전년동기대비 2.7%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3%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3.6%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특히, 개인 신용카드 사용이 더욱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개인 신용카드를 이용한 지급결제 금액은 전년동기대비 8% 증가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동안에는 2.4% 증가에 그쳐 5.6%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여타 지급결제 수단들의 경우 이용액 증가율에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계좌이체의 경우 매년 1월부터 4월까지 지급결제 금액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2011년 7.1%, 2012년 7.2%, 2013년 8.9%로 수년째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개인들이 다양한 지급결제 수단들 중에서도 유독 카드를 잘 사용하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현금으로 지불하는 거래의 경우 직접적인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해 지급결제 규모에 대한 자료가 없지만, 최근의 화폐 발행 잔액 및 순발행액 증가세를 감안하면 카드를 이용해 이루어지던 지급결제 중 상당 부분이 화폐, 즉 현금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락하던 우리나라 지하경제 비중 상승 전환

이처럼 최근의 경제 지표들은 우리 경제에서 캐쉬이코노미가 확대되고 있다는 다양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화폐 발행 규모는 늘고 있지만 풀린 돈은 어디론가 사라져 잠겨 버리고 경제 내에서 잘 돌지 않고 있다. 늘어난 화폐의 실물경제 활동 기여도가 하락하는 가운데 사람들은 카드 등 정보가 파악되는 거래보다 정보가 잘 파악되지 않는 현금 거래를 늘리고 있다.

이러한 우리경제의 캐쉬이코노미 비중 증가 움직임을 반영하듯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이 최근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 IMF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발표하는 국가별 지하경제 비중 자료의 제공자인 슈나이더(Friedrich Schneider) 교수가 2012년 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지하경제 비중은 2000년 27.5%에서 2009년 24.5%까지 낮아졌지만, 2010년에는 24.7%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OECD 국가들의 지하경제 비중이 2000년 20.7%에서 2009년 18.3%로 낮아진 후 2010년에도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제적 흐름과도 차별화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이 상승한 시점이 2009년 하반기에 고액권 지폐인 5만원권이 발행되고 화폐 유통속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직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경제의 캐쉬이코노미 확대에 따라 지하경제 비중이 더욱 높아졌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하경제에서 자영업 요인의 비중, OECD 최고 수준

지하경제에 관한 슈나이더 교수의 분석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경제를 유발하는 다양한 요인 가운데 자영업 요인의 영향이 가장 크고, 그 영향의 크기 역시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1999년부터 2010년까지 기간 동안 지하경제에 영향을 미친 요인 별로 그 영향의 크기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자영업 요인이 지하경제의 44.3%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개인소득세 요인이 지하경제의 27.5%를 설명하고, 영국의 경우 간접세 요인이 지하경제의 30.8%를 설명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선진국에 비해 세금 요인보다 자영업 요인의 영향이 매우 큰 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지하경제에서 자영업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서 OECD 평균 22.2%의 2배 수준에 달한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특수성은 여타 국가들에 비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구조적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도시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은 28.2%로서 미국의 6.8%, 일본의 11.8%보다 매우 높고, OECD 국가 평균 15.8%의 1.8배에 달한다. 급여를 받는 근로자에 비해 소득 파악이 어렵고 현금 거래의 비중이 높아 거래의 불투명성이 높은 자영업자가 많다는 점은 해당 경제의 지하경제 비중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최근 자영업자 수가 500만 명 대 중반 수준에서 정체 상태에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 축소에 긍정적 요인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및 폐지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

그러나 자영업자 수가 정체 상태에 있더라도 우리 경제의 캐쉬이코노미 비중이 증가할 경우 현금 거래가 늘면서 자영업 부문의 거래 및 소득 불투명성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향후 5년간 27조원의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세원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도리어 현금 거래 선호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자산가들의 현금 형태로의 재산 보유 및 이전이 증가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세수 확보 및 역진성 완화를 이유로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축소 및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9년 도입된 이후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를 통해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세원 공개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제도를 우리 경제의 캐쉬이코노미 확대가 우려되는 현 시점에서 축소 또는 폐지하는 것은 도리어 지하경제 확대 및 이로 인한 세수 감소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유인이 줄어듦에 따라서 현금거래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그 만큼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세금 탈루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캐쉬이코노미 비중 증가세가 앞으로 둔화될 여지도 있다. 그 동안 저금리로 인해 현금 보유의 기회 비용이 줄면서 캐쉬이코노미가 확대된 측면이 있었지만, 향후 시중금리가 오를 경우 현금 보유의 기회 비용이 늘면서 캐쉬이코노미 확대를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올해 초 북핵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이 높아짐에 따라서 현금 보유 성향이 높아졌던 것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축소 및 폐지가 불가피하다면 우리 경제의 캐쉬이코노미 확대 현상 및 정도를 감안하여 그 시기를 신축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지하경제 양성화, 이를 통한 세수 증대 및 재정 상태 개선에 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의 금융정보분석원 정보 활용 및 재산추적기능 강화, 조세회피방지 규정 보완 등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방안들에 더불어. 불성실 납세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교육을 통해 국민들의 납세의무 의식을 제고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캐쉬이코노미 확대를 방지하고 지하경제 규모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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