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오리온 회장 동양그룹 지원불가…왜?
담철곤 오리온 회장 동양그룹 지원불가…왜?
  • 유영광 기자
  • 승인 2013.09.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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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안정성과 주주들 불안 등 지배구조 문제 우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동양그룹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동양그룹의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동양그룹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동양그룹의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오리온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으며 추후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앞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이날 오전 임원회의 자리에서 동양그룹 지원 불가 방침을 밝혔었다.

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오랜 시간동안 고심을 거듭했다”며 “경영의 안정성과 주주들의 불안 등을 고려해 지원하기 어렵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오리온 그룹은 이에 대해 담 회장이 동양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본인 및 부인(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할 경우 오리온그룹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는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들인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양, 마지막 카드 ‘불발’

동양그룹은 현재 자금난을 겪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주)동양 동양시멘트 동양파이낸셜대부에서 발행한 것 중 연말까지 돌아오는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는 약 8천억원에 육박한다. 9월 만기도래분을 뺀다 해도 6천억원을 당장 갚아야 한다.

이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은 앞서 지난 10일쯤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담철곤 회장에게 지원을 요청한바 있다.

이혜경 부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의 두 딸로 현 회장과 담 회장은 동서지간이다.

이날 현 동양그룹 회장 부부는 담 회장 등이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오리온 주식을 담보로 자사담보부증권(ABS)를 발행할 계획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동양그룹은 오리온 주식 외 동양증권·동양시멘트·동양파워 등 동양그룹 주식을 바탕으로 5000억~1조원의 자사담보부증권(ABS)을 발행,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상환하겠다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다.

하지만 담 오리온그룹 회장이 ABS 발행에 대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판단, 동양그룹 도와주기에 선을 그은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금융권 또한 이번 ABS 발행에 관해 결국 몇 달의 시간을 벌기 위한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동양그룹이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동양매직 매각대금 1100억원을 받아도 내년 2월까지 CP 및 회사채를 막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는데다 그 사이에 동양그룹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양그룹이 장기적 프로젝트로 진행한 화력발전소 사업(동양파워)은 5년 후에나 발전소가 완공되고, 10년 뒤에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동양그룹이 만일 ABS를 발행하더라도 금융기관 보증을 받지 못하면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뿐 아니라 자칫하면 오리온그룹의 경영권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교보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현재 오리온 대주주가 담보제공 가능한 주식수가 120만9269주(20.26%)에 불과해 향후 경영권 위험과 담보권 상실 가능성이 있다”며 “배임 이슈와 주주 저항 역시 우려된다”고 밝혔다.

◆오는 26일 계획된 650억원어치 CP 불발 가능성도

이처럼 오리온에 손을 내미는 카드가 불발되자 동양그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어졌다.

동양그룹의 핵심계열사인 동양매직 매각 뿐 아니라 레미콘 사업, 의류 사업 부문 등을 팔아치웠지만 아직도 CP 부도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동양그룹의 마지막 카드는 동양파워 지분 등 자산을 헐값에라도 넘겨 자금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관심이 많은 동양파워 외에는 특별히 매각할 만한 자산이 거의 남지 않은 상태”라며 “담보대출 등의 방법도 이미 쓸 만큼 썼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동양그룹이 도래하는 CP를 갚지 못하면 CP 발행량이 많았던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 등 계열사를 부도 처리 할 수 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이 계열사들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지만 돈을 벌어들이는 부분이 크지 않아 청산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채와 CP를 한꺼번에 떨어내기 위해서는 법정관리 외에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현재 어떤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지 여부는 현재 검토 중이라 세부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계열사들이 법정관리 들어가지 않도록 모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같은 악재 속에 동양그룹이 오는 26일 계획된 650억원 규모의 1년6개월 만기 옵션부 회사채 발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동양그룹은 올들어 고금리를 제시하면서 5번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지만, 오리온 그룹의 도움이 끊긴 상황에 계열사의 부도설까지 나돌면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회사채는 기존 회사채와 같은 방식으로 발행한 후 10개월 지나면 조기상환(풋옵션)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 동양레저 등 부도시 개인투자자 피해 5천억여원 달해

이처럼 두 회사가 동양그룹의 CP 및 회사채 발행 창구였기 때문에 부도처리될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금융감독 당국은 동양 계열사가 발행한 CP 중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양이 4천900억원어치로 추산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동양그룹의 자금난이 현실화 되면 100% 원금 회수는 어려울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예측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CP는 무담보 어음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매입한 CP는 100% 보상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동양그룹의 불똥이 동양증권까지 튀고 있다.

동양증권 고객들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및 펀드에 맡겼던 돈을 대거 인출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증권사는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지만 동양증권은 아무런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고객들이 맡긴 예탁금은 증권사가 직접 보유해 운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실제로 동양증권의 지급 능력이 충분한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대규모 환매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날부터 10일간 동양증권을 특별 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을 통해 동양증권이 대규모 환매에 대한 지급 능력이 충분한지 면밀히 살펴볼 계획으로 특히, 기업어음(CP)의 판매 및 운용 실태가 주 대상이다.

또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 및 운용 관리 등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만일 이번 금감원 조사 결과, 지급 능력이 부족하거나 불법 사실이 밝혀질 경우 대규모 인출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업계는 금감원의 조사 결과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LIG그룹의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LIG건설 CP사태 등 문제가 또 한 차례 불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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