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사면초가…왜?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사면초가…왜?
  • 황혜연 기자
  • 승인 2013.10.2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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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협노조, 부당노동행위 등 고소⋅고발 이어 퇴진 압박

▲ 지난 23일 농협중앙회 앞에서 전국농‧축협노동조합이 주최한 ‘전국 농축협 간부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타파, 인사제도 개악안 폐기, 최원병 회장 퇴진 촉구’ 등을 주장했다. (자료사진)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이 흔들리고 있다. 사무금융연맹 전국농협노조(위원장 강근제)가 지난 21일 최 회장을 부당노동행위와 업무방해로 고용노동부와 서울지방검찰청에 고소⋅고발하는가 하면 언론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까지 진행하고 있다. 상황은 지난해 7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던 것과 흡사하다. 일각에선 또다시 위기에 봉착한 최 회장이 더 이상 농협중앙회를 이끌어 가기가 어려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강제적 인사교류 규정안 발단

노조가 최 회장 고발에 나선 데는 지난달 10일 농협중앙회가 제정한 ‘농축협 인사교류 규정안’이 도화선이 됐다.

이 규정은 농협중앙회 임의단체인 ‘시도(군) 인사업무협의회’에서 각 지역 농·축협에 고용된 직원의 인사교류를 결정하고 타 농·축협으로 인사이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화한 것이다. 노조는 이 제정이 위법행위에 해당되며 합리적이지 못하고 강제적이라 판단했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이 제정에 따라 시행되는 인사교류는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농축협 조합의 특성상 다른 기업으로 전적(轉籍)하는 방식이 된다.

전적이란 근로계약상 ‘근로를 요구하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양도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657조에 따라 해당 직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는 직원의 동의가 무시된 ‘의무대상자’를 제정 안에 포함시켜 강제적인 인사교류(전적)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 3월부터 수차례 농협중앙회의 불법성에 대해 제기했지만 소용 없었다”며 “지역 농축협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부당한 전적을 강요하는 인사교류 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측은 “직원이 너무 오래 한곳에 머물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에 타당하다”며 “고소⋅고발은 성립될 수 없을 것”이라 반박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주 농협중앙회 최 회장에게 간담회를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는 전국농협노조가 교섭당사자가 아니기에 미팅을 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국정감사의 농협중앙회 홍보 관련 예산 집행 현황.

◇기사대가 수십억 돈 잔치

이와 함께 최 회장이 언론사에 돈을 지불하고 기사를 싣는 청탁보도로 내부비판을 무마하려한 사실도 드러나자 노조는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지난 18일 국회 농림수산해양식품위원회 소속 배기운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농협중앙회는 매년 1백억원 이상을 홍보비로 집행하고 있으며, 홍보 업무와 관련해 운영규정 등 근거 없이 쌈짓돈 쓰듯 해 도덕적 해이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청탁보도 비용을 포함한 홍보비로 2009년 98억원, 2010년 141억원, 2011년 244억원, 2012년 127억원을 지출했다.

매체별 기획보도 비용 집행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중앙일보에 9건의 기사를 청탁하고 3억7천500만원을 지급했다. 조선일보에는 6건의 기사에 대해 5천660만원을, 동아일보는 자매지를 포함 31건 기사에 대한 대가로 6억2천872만원을 지급했다.

이로 인해 노조는 최 회장이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 제기되는 퇴진요구에 대처하기 위해 언론을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농협중앙회측은 타 기업체에서도 하고 있는 행태로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다른 기업체는 농협의 10배가 넘는 홍보비를 지출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절대 과도한 지출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도 “홍보는 필요한 부분에 했고, 최 회장이 내부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탁보도 홍보비 집행내역이 속속 들어난 이상 농협중앙회가 졸속 신용·경제사업 분리와 지역농협 통폐합, 불공정 인사 등 내부에서 제기되는 비판을 언론유착을 통해 피해 가고 있다는 의혹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노조는 전국축협노조·사무연대노조 농협중앙회비정규지부와 함께 청와대 앞에서 최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시위는 3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내달 초에는 전국 조합원이 여의도로 집결하는 대규모 상경 투쟁을 예고했다.

◇사필귀정, 1년 전 데자뷰?

업계는 이번 사태가 농협중앙회 경영구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노조는 최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경영진 11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전례가 있다.

당시 노조는 무리하게 지주회사체제로 재편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법률적 문제점들을 최 회장과 임원들이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며 고발했다. 손실을 예상하면서도 농협의 신경분리를 치적사업으로 삼기 위해 졸속적으로 강행했다는 것이다.

노조는 농협의 졸속적인 신경분리와 사업구조개편에 따른 공정거래법과 은행법 등 금융 관련법 위반으로 최소 300억원 이상의 순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3월 사업구조 개편 때 정부에서 5조원을 지원받는 바람에 자산이 8조원대로 불어나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에 지정됐었다. 이에 따라 33억~64억원의 순손실을 입고, 은행법 위반 사실도 적발돼 100억원의 세금을 고스란히 내야 할 처지에 놓였었다.

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가 세계적인 활황에 힘입어 조선·해운업 등에 수천억원을 투자했으나 MB정권의 실세로 부각된 최원병 회장의 경영능력 부재로 인해 현재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1년 전 악몽이 재현됐고, 경영 자질논란을 또 다시 일으켜 최 회장의 CEO 자리가 위태로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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