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구조적 모순
국민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구조적 모순
  • 황혜연 기자
  • 승인 2013.11.2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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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능력 실추·윤리의식 추락 등 직원 방치…대형사고 악순환

▲KB국민은행이 일본 도쿄지점 불법대출 비리와 예·적금 담보대출 이자에 대한 과다 수취 및 카자흐스탄 부실 의혹에 이어 이번엔 본점 직원이 수십억원대를 횡령하는 사고가 터졌다. (자료사진)


KB국민은행이 흔들리고 있다. 일본 도쿄지점 불법대출 비리와 예·적금 담보대출 이자에 대한 과다 수취 및 카자흐스탄 부실 의혹에 이어 이번엔 본점 직원이 수십억원대를 횡령하는 사고가 터졌다.

잇단 대형사고에 금융권 안팎에선 인사 시스템과 내부통제 시스템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돈 90억 횡령, 관리소홀 틈타 ‘범죄’

25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본점의 A차장이 국민주택채권을 시장에 내다 파는 방법으로 9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 2009년부터 신탁기금본부에서 국민주택채권 업무를 담당했던 이 직원은 만기가 지나고 소멸시효가 다 될 때까지 상당수가 국민주택채권을 찾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부동산 등기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국민주택채권은 만기 후 5년 내 원리금을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로 귀속된다.

이 직원은 이처럼 소멸이 임박한 채권의 일련번호를 알아낸 뒤, 백지상태의 채권에 번호를 기입해 컬러프린터로 출력하는 방식으로 위조하고, 친분이 있는 영업점 직원의 도움을 받아 현금화하는 수법을 썼다.

그러던 중 지난 19일 A차장은 영업점에 친분있는 직원이 없는 상황에서 채권 상환을 요구했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다른 직원이 본점에 제보하면서 발각됐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측은 본부 차원의 조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관련 직원들을 20일 관할 검찰청에 고소 및 출국금지 신청했다.

이번 사건은 고객의 자산을 금융회사 직원이 몰래 가로챘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또 국고로 귀속될 가능성이 높은 돈이어서 도덕적 해이까지 낳고 있다.

특히 직원들의 업무 사안을 점검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직원들 도덕 불감증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실물에 대한 상환업무는 수탁은행 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매뉴얼과 프로세스에 따르게 돼 있다”며 “정상적인 업무절차를 거친 경우 당연히 사전 적발됐을 텐데 시스템을 운영하는 주무직원과 협력직원 간 위법행위로 확인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잇단 인재(人災) 사고, 내부 통제 ‘균열’

이번 횡령사고에 앞서 국민은행은 일본 도쿄지점 1700억원대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 도쿄지점장 이모씨가 2008년부터 5년 동안 수십 개 현지 법인에 대해 동일인 대출 한도를 넘겨 대출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여기에다 예·적금 담보대출 이자에 대한 과다 수취 의혹과, 국민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카자흐스탄 뱅크센터크레디트(BCC) 은행의 수천억원대 부실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국민은행은 횡령 사고가 외부에 알려지자 곧바로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다”고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자정능력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비판과 함께 윤리의식이 떨어지는 직원을 방치해 대형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우선 인사 시스템과 관리·감독체계 등 내부통제 시스템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한 지점 혹은 부서 안에서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이 3~4년으로 돼있어, 한 직원이 너무 오랫동안 같은 업무를 하다보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A차장은 4년째 주택채권 관련 업무만 해왔다. 검찰에 고소된 전 도쿄지점장은 도쿄에 발령난 것만 이번이 세 번째다. 관리 감독이 어려운 해외지점에 특혜성 인사를 지속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면 다른 시중은행들은 업무를 담당한 지 1년이 지나면 불시에 강제휴가를 명령한 뒤 감사작업을 벌이거나 직원 간의 상호견제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3년 단위로 돌아오는 최고경영자(CEO) 교체기마다 1년 전후로 흔들리는 지배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잦은 경영진 교체로 임직원이 본연의 업무보다는 ‘줄서기’에 신경쓰다보니 전문성과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같이 특혜 인사로 내부조직 장악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최근 행장 교체 등으로 경영진과 실무진의 업무 공백이 발생하자 그동안 묵혀왔던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민은행은 현 경영진이나 해당 은행에 악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하며 ‘전 경영진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선 긋기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현 경영진도 조직 장악 등과 관련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죄송하단 말씀밖에 드릴말씀이 없다”며 “앞으로 이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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