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SK카드, 노사간 갈등 '절정'
하나SK카드, 노사간 갈등 '절정'
  • 황현주 기자
  • 승인 2014.07.3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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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사측 인사상 불이익 등 협박…노조활동 부당개입 주장
▲ 하나SK카드 노동조합은 지난 30일 하나금융지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노조 전임자에게 근로 면제 사유를 제출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그룹의 자회사 하나SK카드가 노사간 내홍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해 금융계에서는 하나SK카드의 노사간 갈등이 향후 외환카드와의 합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 15일 사측은 노조에 위원장과 사무국장에게 근로 면제 사유를 면밀히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고, 노조는 사측의 이러한 요구가 부당하다며 분노했다.


이날 사측은 노조에 이메일로 “근로시간 면제자가 근로시간 면제 대상 업무를 수행하려면 사유 발생 때마다 사용자의 승인을 받고 사용하거나, 월 단위로 회사에 통보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만약 노조가 사용계획을 제출하지 않으면 노조 전임자들의 활동을 확인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 내용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훈 하나SK카드 노조 위원장은 31일 <파이낸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만약 외환카드와 합병된다면 회사는 복수 노조를 가지고 있게 되는데, 알다시피 외환카드는 전통이 오래된 만큼 강성노조로 정평이 난 곳”이라며 “합병하게 되면 외환카드 노조도 힘든데 우리(하나SK카드)까지 감당해야하니 사측이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하나SK카드 노조은 지난해 9월 설립, 현재 400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는 연봉과 복리후생 등 많은 차이가 있다. 외환카드의 남성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가량이라면 하나SK카드 직원 평균 연봉은 6400만원 정도로 무려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 뿐만 아니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설립된지 4년이 지나도록 직원들에게 여름휴가와 연월차를 쓸 수 없도록 차단했다. 연월차를 쓰지 않는 것은 노동법 위반은 아니나, 연월차를 쓸 수 없는 대신 지급해야하는 연월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노동법에 위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한 직원이 고용노동부에 연월차 수당 지급 진정서를 제출했고, 사측은 4개월 만에 신고한 직원에게만 수당을 지급했다”며 “사측은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들에 사퇴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일삼으면서 노조활동을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사측에 행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한다는 진정서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했다.

또한 노조는 사측이 면담을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노조는 정해봉 사장에 교섭하고 싶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문을 수차례 보냈지만 정 사장이 교섭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사측과 면담이 성사되도 정 사장을 제외한 본부장 등 일선 임원들만 참석한다고 김 위원장은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정 사장이 참석하지 않은 단체교섭은 하나마나한 것 아니냐”며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여러차례 보냈지만 무시했다”고 전했다.

하나SK카드 정해붕 사장은 지난해 말, 노조 위원장 등을 면전에서 두고 욕설을 해 노사간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정 사장은 감정만을 앞세워 노조를 바라보는 성향이 짙은 것 같다”며 “외환카드 합병이라는 이벤트를 놓고 노사간 지속적인 대립은 결코 좋은 방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이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탄압을 중지해주기를 바랄 뿐이다”며 “국내 4대금융지주 중 한 곳인 하나금융지주가 금융지주라는 위치에 걸맞지 않게 행동을 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일침했다.

이밖에도 김 위원장은 연봉과 복리후생 문제 등은 외환카드와 합병하고 난 후 사측과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와의 갈등으로 인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곳은 사측도 마찬가지다. 하나SK카드는 노조를 길들이려 한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갈등의 절정을 제공한 근로면제시간에 대해 하나SK카드 관계자는 결코 노조 활동을 방해하거나 와해시키려는 의도는 없으며, 노조가 민주노총이라는 상급단체와 집회를 하거나 1인시위는 면제 시간 업무 외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회사는 노조가 설립되고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기고 있다”며 “다만 몇 가지 무리한 요구를 노조에서 하고 있어 갈등이 빚어졌을 뿐이지, 지속적으로 노조와 접촉해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은 합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여름휴가 문제와 관련해, 휴가촉진제 시행을 통해서 직원들에게 휴가를 모두 가도록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 사장이 노조 위원장에게 욕설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소문이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SK카드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경영위원회 등을 진행하고 있는 과정에서 노조가 격하게 행동했다. 이에 정 사장은 노조를 두고 “도가 지나치게 행동하는 것 같아 보기 좋지 않다”고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이 와전된 것 같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나SK관계자는 “고객 신상정보 유출, 순이익 급감 등으로 회사 내부 사정이 정말 좋지 않다”며 “상황이 이러한데 사측 입장에서는 노조가 서운하게 느껴질 정도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SK카드의 지난해 순이익은 35억원이며, 2012년은 29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600만원으로 곤두박질쳤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노조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사측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다만 노조도 회사 사정을 고려해 무리한 요구를 하지만 않는다면 사측은 언제든 이들과 대화 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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