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노조, 김정태·김한조 '불량' 인사 치부?
외환노조, 김정태·김한조 '불량' 인사 치부?
  • 황현주 기자
  • 승인 2014.08.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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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트라우마’ 재현…독립경영 보장 주장
▲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김근용 노조위원장, 김강묵 노조 부위원장, 박근배 부위원장이 하나금융과의 조기통합을 반대하는 삭발시위를 단행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외환은행이 과연 연말까지 조기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에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하나금융과의 통합을 통해 금융시장에서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노조는 ‘론스타 악몽’과 ‘브랜드 소멸’ 등을 우려하며 독립경영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노조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을 ‘불량’한 인사로 치부하기까지 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20일 저녁 7시 30분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외환은행 본점에서 하나금융과의 조기통합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총 3500여명의 직원이 행사에 참여했으며, 민주노총을 비롯해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신용보증기금 노동조합 등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날 노조는 일제히 외환은행 경영진들을 향해 ▲5년 독립경영 약속 실천 ▲카드분사 금지 ▲정규직 전환 등 ‘2.17노사정합의서’에 명시된 사항을 열거했으며, 김근용 위원장과 김강묵·박근배 부위원장 등은 결의대회에 참석한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삭발을 단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지난 19일 하나‧외환 경영진들이 합병일정을 강행하겠다고 발표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사측이) 노조와의 그 어떤 협의 없이 조기합병을 선언했고, 입으로 대화를 하자면서 직원들을 협박해 노조를 반대할 것을 강요했다”며 “하나금융과 경영진들은 은행과 직원의 이익을 운운하며 언급한 모든 사항이 2‧17합의서에 모두 포함돼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합의서의 가장 핵심적 부분인 ‘5년 독립경영’을 깨면서 협상을 할 필요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금융위가 노조와 합의를 전제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 부분을 강력히 피력했다. 그는 이 때문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직원들을 분열시키는데 목숨을 걸고 있다는 주장과 조합원들 등 직원들을 도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날 노조는 영화 ‘명량’의 예고편을 패러디해 제작한 ‘김정태·김한조 불량’을 참석 직원들에게 보여주면서 김 회장과 김행장을 적극 비난하기도 했으며, 사내에 남아 있는 경영진들을 향해 “의도적으로 쟁의를 방해한다면 검찰에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20일 저녁 7시 30분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 자리에서 김정태 하나금융회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을 강력히 비난했다.

◆브랜드‧프라이드‧기업문화 잃을까 우려

외환은행 노조가 이토록 5년간의 독립경영 보장을 요구하는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론스타 트라우마’ 때문이다. 미국 부동산 전문 헤지펀드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했고,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했다. 따라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5년간의 독립경영’을 약속하는 2‧17노사정 합의문을 결의했다.

하나와 외환은 통합을 통해 ▲수익증대 ▲비용절감 ▲양사의 강점‧상화보완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양사에 따르면 외국환에 능한 외환은행과 PB(프라이빗뱅킹)에 능한 하나금융이 합치면 225억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어 신용카드를 통해 204억원의 수익 증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아울러 IT투자, 신용카드, 외화부문, 본지점간 인력재배치, 통합구매, 중복점포 개선 등을 통해 총 3211억원의 수익이 날 것을 예상하고 있다.

반면, 노조 및 대다수의 직원들은 외환은행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과 서로 다른 기업문화 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은행 측 역시 이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브랜드가 사라질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이와 관련한 논의를 충분히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협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독립경영은 맞는 말이다. 하나가 통합 등을 준비하면서 외환 직원들의 정서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그런 부분까지도 사측은 검토하고 있지만 노조의 는 노조 고유의 입장이 있는 것 아니겠나”고 밝혔다.



▲지난 20일 외환은행에서 개최한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 반대 결의 결의대회에는 총 3500여명의 외환은행 직원들이 참석했다.

◆노조 “은행 측이 쟁의 방해” 주장


지난 20일 열린 쟁의와 관련해 노조는 은행 측이 쟁의에 참석한 직원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지난 20일 노조 한 관계자는 “쟁의가 7시 30분부터 시작하는 줄 은행 측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아서 업무하는 직원들에게 7시에 저녁을 먹으러 가라 시켰다”고 말했다.

또한 또다른 노조 관계자는 “본점을 제외한 일선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지점장들이 갑작스럽게 워크샵, 회식, 조기퇴근 등을 지시하는 것으로 쟁의 불참을 조정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노조 김보헌 본부장은 “은행 측에서 쟁의에 참석한 직원들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이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은행 측은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은행 관계자는 “수요일은 가정의 날이다. 그래서 조기 퇴근이 가능하다”며 “이것은 노조와 오래전 합의를 한 사안이다”고 답변했다.

한편, 지난 20일 쟁의에 참석한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근본적으로 노조와 같은 입장임을 확고히 전달했다.

김 의원은 “2012년 노사정 합의를 해놓고 채 5년도 되지 않은 2년째 접어 들어와서 합의내용을 파기하는 것은 고객 신뢰를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은행 취지와 맞지 않는 이야기다”며 “당시 금융위원장이 직접 합의서에 사인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노사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치부하는 금융위도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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