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의원 “신제윤 금융위원장 책임지고 물러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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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국내 금융계의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임영록·이건호 전직 KB금융 수장들이 국정감사라는 외나무 다리에서 마주쳤다. 15일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두 사람은 ‘억울함은 없다’, ‘옳은 행동을 했다 생각한다’는 말로 지난날 사태를 다시금 떠올렸다.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은행장은 이날 국회 금융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올 한 해 주전산기 교체문제 등으로 서로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이날 국감은 사건의 발단이 된 주전산기 교체 관련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 김중웅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도 참석했다.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이 국감에 모습을 드러내자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일제히 두 사람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그러자 한 때 금감원 등을 상대로 “끝까지 가겠다”며 법정소송까지도 불사할 움직임을 보였던 임 전 회장은 정무위 의원들의 질타에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있었다.
임 전 회장은 정무위 의원들의 강한 질타 속에서 “KB금융그룹의 전 회장으로서 오랜 시간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모든 일이 본인의 부덕의 소치다”고 반성했다.
또한 소송을 제기했다 취하한 것과 관련해 임 전 회장은 “짧은 시간 내에 제재 절차들이 진행됐기 때문에 제가 KB금융 수장으로서 어떤 과실을 일으켰는지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며 “몸이 좋지 않은 가족도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이유 중 하나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억울함)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임 전 회장은 자신을 사퇴로까지 내몰았던 주전산기 교체건과 관련해서는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임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은행에서 IBM 메인 프레임으로 가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조건이 맞지 않으면 유닉스로 전환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IBM과 협상이 잘 되지 않으면서 유닉스 전환을 은행에서 검토했던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행 IT 본부장 교체에 개입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주사는 사전협의를 받아 협의를 한 것 뿐이지만 이 전 행장은 강도를 좀 더 세게 느낀 것 같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이 전 행장 역시 금융당국의 제재는 존중한다고 밝혔으며, 이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 전 행장은 “은행은 사적인 기업이지만 공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금융당국이 제가 그 자리에 있는 게 마땅치 않다고 판단했다면 일단 존중하고 물러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중요한 의사결정을 위한 기초자료가 허위 조작됐고 이를 이사회와 금융당국에 보고한 행동에 대해 여전히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날 국감에서는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신제윤 금융위원장에게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으로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신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지배구조의 문제라고 평가하고 조만간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 규준’을 발표하겠다”며 “국회에서 금융지배구조법이 논의되고 있어 법에 근거한 규준을 만들기 위해 기다렸지만 KB금융 사태를 계기로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밝혔다.
이어 신 위원장은 “이번 사태를 소신에 따라 처리했다”며 “물러날 뜻이 전혀 없다”는 뜻을 확실히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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