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치프라스 총리가 이달 말 종료되는 구제금융의 연장을 요청하지 않을 뜻을 밝히고 새로운 '가교 협약'을 요구하자 채권국인 유럽연합(EU)이 크게 반발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독일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를 통해 “그리스 정부는 치프라스 총리가 제안한 프로그램을 무조건 수용할 정도로 유럽 전반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을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경고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11일과 12일 차례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임시회의와 EU 정상회의에서 그리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만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그리스가 가교 프로그램을 원한다면 국제사회가 감독하는 개혁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은 프로그램이 없으면 상황은 그리스에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는 전날 치프라스 총리가 “구제금융 연장을 요청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후,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퇴출당한다면 유로존이 ‘카드로 만든 집’처럼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경고성 메시지에 EU와 그리스 간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재무부 측은 “그리스 정부가 양보할 수 없는 쟁점(red line)은 인도주의적 위기(해소)와 재정흑자 목표의 대대적인 감축”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어 “그리스 정부는 EU 채권단과 오는 9월 1일부터 시행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협상을 원한다며 여기에는 사회 지원책과 완화된 예산 목표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상황에 대비했다고 BBC방송 등이 전했다.

캐머런 총리는 회의 뒤 대변인을 통해 “(그리스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및 위기 확산의 위험이 대두했다”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그리스가 유로존 안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유럽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 정부와 어떻게 협력할지를 메르켈 (독일) 총리로부터 듣기 원한다”면서 유로존 국가와 그리스 간의 협의를 촉구했다.

또한 캐나다의 조 올리버 재무장관도 “양측이 타협을 통한 해결책에 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의 발언 이후 유럽 주요 증시와 미국 증시는 그리스 우려감 등이 반영되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리스 증시는 이날 4.8%나 폭락했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0.25%가 하락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0.79%,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1.68% 떨어졌다.

뉴욕 증시eh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각각 0.53%, 0.42%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