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 사찰, 눈가리고 아웅하는 ‘삼성물산’
민원인 사찰, 눈가리고 아웅하는 ‘삼성물산’
  • 조강희 기자
  • 승인 2015.03.17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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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훈 사장 블로그 ‘사과’ 미봉책 불과…후폭풍 거세
▲ 삼성물산이 홈페이지에 회사의 소액 주주겸 민원인을 사찰한 데 대해 사과문을 올렸다. 삼성물산은 해당 임원을 주택본부장에서 보직해임 조치했다고 밝혔으나, 꼬리 자르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이 무서운 곳인 줄은 알았지만…이게 '고객 충성'?"
민원인 강 모씨 주장…직접 사과도 없어
홈페이지 블로그 등에만 ‘사과드린다’ 게시
삼성그룹측 전계열사 전방위 사찰한 듯

노조를 사찰하던 삼성물산이 해당사가 건설한 아파트에 입주한 소액 주주 몰래 민원인을 사찰한 정황이 밝혀져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물산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하고 관련자를 보직해임하는 선에서 사건을 덮으려 하고 있지만 지난 주주총회에 참석한 민원인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은 앞으로 철저히 진상을 확인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입장을 밝혔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은 지난 16일 최치훈 사장 명의로 블로그(http://samsungblueprint.com)에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러나 해당 민원인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고, 토요일에 불쑥 찾아온 사람이 하나 있기는 했지만 삼성 측을 믿을 수 없어서 ‘다음에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민원인은 법적 대응과 관련해 “법을 모르니까 삼성물산에 이렇게 당하고 너무 무섭고 떨린다”며 “지금 바깥에서 우리 집 쳐다보는 것 같고 엄청나게 불안하다”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삼성물산은 최 사장의 명의로 “저희 임직원들이 주주총회 준비과정에서 민원인 동향을 감시하는 매우 잘못된 행동을 했다”며 “도저히 있을 수 없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민원인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게시문을 게재했다. 삼성물산은 또 이 사건의 책임자인 박모 주택본부장을 보직 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보직해임 조치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간기업의 보직해임은 사실상 ‘무급휴가’에 불과해 해당 본부장의 임원으로서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런 만큼 이번 인사조치는 삼성물산이 이 사건을 ‘어물쩡’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 고객만족(CS)팀 직원들은 삼성 계열사들의 주총이 열린 13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 삼성래미안 아파트에 사는 소액주주겸 민원인 강모씨를 감시·미행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피해자 강 씨는 20년전부터 현재까지 삼성물산의 주식을 갖고 있는 소액주주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시 삼성물산 직원 27명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이날 오전 6시13분 ‘(민원인의) 세대 불이 아직 안 켜져 있음’이라는 메시지부터 오전 6시46분 민원인 집에 ‘불이 켜졌다’는 내용, ‘첫 발견자는 착용 의복 등을 공유 바란다’는 등의 메시지가 잇따라 올라왔다. 삼성물산은 민원인 자택 주변과 주총장에 직원 3명씩을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씨는 삼성래미안아파트 1층에 입주한 뒤 주차장 소음과 주변 마트 소음 문제로 5년째 회사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었다. 그동안 삼성물산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한 라디오방송에서 4년전부터 주주총회도 계속해서 참석했으며, 올해도 회사 측에 참석 통보를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소음 문제로 민원과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고, 신속한 처리를 위해 주주총회에 참석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강 씨는 추적하면서 사진을 찍거나 동향을 파악해 메신저로 보고하는 등의 사찰행위가 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강 씨는 “인터넷을 10시 반 경에 보니까 그런 뉴스가 떠 있어서 삼성이 무서운 데인지는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저한테 하는 것에서 엄청나게 소름 돋고 정말 너무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총에 참석해 소음문제는 법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삼성래미안의 고객의 문제를 최고의 기업인 삼성물산에서 책임져줘야 하며, 고객 충성을 실천한다는 삼성물산에서 이런 민원을 해결하지 않으면 누가 해결을 해 주겠느냐고 4년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류하경 변호사(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해당 사안이 민사와 형사 두 가지 모두 소송가능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류 변호사는 “해당 사안은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15조,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저촉된다”며 “위치정보보호법은 개인 동의를 얻지 않고 위치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해서는 안 되며, 어길 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법 역시 개인의 정보는 주체의 동의 없이 수집하거나 이용할 수 없다고 되어 있어 심각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며 “민사로도 정신적 고통이 심하고, 불법행위에 해당돼 피해자가 삼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사안이 드러난 뒤에도 “주주총회 진행상 참고사항을 알려주기 위해 한 행위일 뿐 사찰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다가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에 게재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류 변호사는 “이번에 드러난 삼성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사찰”이라며, “법률적으로도 사실관계에 따라서 충분히 처벌받아야 하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더욱이 삼성그룹은 노조에 대한 사찰로 악명이 높다. 2011년 삼성에버랜드 노동조합 결성자에 대해 미행과 감시를 벌여, 2013년 10월 노조와 민변이 이를 형사고소해 현재 기소상태다.

삼성전자서비스의 하청업체 직원들로 구성된 삼성전자서비스노조에 대해서도 사찰이 실시됐다. 원청 지점에서 지난 7일 열린 ‘삼성노동자결의대회’에 참여한 인원 수를 알아보는 등 단체협상이행촉구를 위해 상경 투쟁하는 하청업체 노조원들에 대한 것이다.

삼성테크윈의 주주총회가 열린 이날도 총회 장소인 성남 상공회의소에서도 테크윈의 한화 매각 부당성에 대한 1인시위를 하는 노조 간부를 사찰해 이를 임원에게 보고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삼성은 또 삼성SDI의 사찰 책임자를 그룹차원에서 승진시킨 일도 있었다. 삼성SDI에서 노동자 사찰이 이뤄졌는데도 당시 책임자였던 김순택 사장은 이후 그룹 2인자인 미래전략실장 자리까지 올랐다. 김순택 사장은 2013년 삼성그룹의 고문직도 사양한 뒤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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