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그린 마케팅이 떨쳐내야 할 5가지 유혹’
LG경제연구원 ‘그린 마케팅이 떨쳐내야 할 5가지 유혹’
  • 박광원 기자
  • 승인 2010.01.24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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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열풍이라 할 만큼 그린 마케팅을 실시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하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그린 마케팅을 시도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린 마케팅을 하는 기업이 흔히 빠지는 5가지 유혹과 성공적인 그린 마케팅을 위한 방향을 살펴본다.

최근 ‘그린 마케팅’이 중요 화두가 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위기 의식과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컨셉을 추구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2000년 이후 미국 특허청에 등록된 그린 관련 상품, 브랜드, 로고 건수는 약 30만 건에 달한다. 또한 미국 환경 관련 일간지인 environmental leader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 기업의 82%가 그린 마케팅을 확대 실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린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 주는 결과이다.

그린 마케팅의 확산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린 마케팅은 친환경 니즈를 가진 소비자와 친환경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기업을 연결시켜줌으로써 소비자, 기업, 사회의 이해를 하나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그린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는 자신의 니즈에 맞는 친환경 소비를 할 수 있게 되고,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을 통해 친환경 솔루션에 대한 모멘텀이 강화되면서 친환경 경제활동을 지속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잘못된 접근을 하는 그린 마케팅이 범람하면서 그린 마케팅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지 못한 채 일시적 유행(fad)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환경에 대한 인식 및 제도가 성숙되어 있지 않고, 그린 마케팅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그린 마케팅에 대한 관심만 높아지다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소비자는 기업의 그린 마케팅을 신뢰하지 않고, 기업은 그린 마케팅의 효과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린 마케팅을 하는 기업들이 흔히 빠지는 5가지 유혹을 살펴보며 성공적인 그린 마케팅을 위한 방향을 고민해 보려 한다.

유혹1. 그린 홀릭(greenholic)
친환경 컨셉에 대한 지나친 집착

그린 마케팅을 실패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유혹은 친환경 컨셉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다. 알코올 중독자를 의미하는 알코홀릭(alcoholic)이 알코올이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인지하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알코올을 지속적으로 마시는 현상을 의미한다면, 그린 홀릭(greenholic)은 그린 마케팅이 해당 브랜드에 어떤 이득과 위험을 가져올 지 제대로 따져 보지도 않고 무작정 시도하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 활동에서 환경에 미치는 유해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모든 기업이 중점을 두어야 할 방향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린 마케팅은 다르다. 친환경 컨셉을 브랜드의 주된 제안 가치(main value proposition)로 가져갈 것인지 아닌지, 즉 고객에게 친환경 브랜드로 소구할 지 여부는 선택의 이슈이다.

나이키는 2005 년 친환경 컨셉의 “considered” 제품 라인을 선보였다. 친환경 컨셉에 맞게 공장 근처에서 원재료를 조달하고, 마(麻)와 같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신발 바닥은 재활용 고무를 사용하는 등의 공을 들인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제품의 매출이 기대에 훨씬 못 미쳐 결국 출시 1년 만에 철수하였다. 나이키의 그린 마케팅은 왜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까? 나이키의 고객들은 농구계의 신화, 마이클 조던이 상징하는 성능(performance)과 그에 걸맞은 세련된 디자인을 보고 나이키 제품을 구매한 것이지 친환경성 때문에 구매하는 고객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객들에게 친환경성을 강조한 제품은 나이키답지 않다는 실망을 안겨줄 뿐이었다. 쓰라린 경험을 한 나이키는 이후에 친환경적인 제품이면서 고객들이 기대하는 성능과 디자인에 맞춰 제품을 수정해 선보였으며, 좋은 매출 성과를 거두었다. “considered”의 광고 메시지 “성능과 지구, 어느 것도 희생하지 않은 디자인(design without compromise either to performance or the planet)”은 그린 마케팅에 대한 나이키의 고민을 담은 메시지이다.

나이키의 예와 같이 친환경 컨셉이 모든 브랜드에 적합한 포지션은 아니다. 그린 홀릭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에 친환경 컨셉과 해당 브랜드 간의 궁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타겟 고객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친환경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가?” “혹은 향후에 중요하게 고려할 가능성이 큰가?” “고객의 마음 속에 심어 놓은 브랜드 포지셔닝과 충돌되지는 않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 그린 마케팅 도입으로 인한 기대 효과와 위험 요소에 대한 이성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유혹2. 그린 워싱(greenwashing) 화려한 겉모양 꾸미기에 급급

그린 마케팅을 실패로 이끄는 또 다른 유혹 중 대표적인 것이 그린 워싱(greenwashing)이다. 그린 워싱(greenwashing)은 ‘불쾌한 사실을 감추려는 눈속임’을 의미하는 화이트 워싱(whitewashing)에서 따온 말로, 브랜드의 친환경성을 강조하기 위해 겉모양은 그럴 듯 하게 치장하지만, 정작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하지 않는 행태를 의미한다. 최근 미국 무역위원회(the federal trade commission)는 3개 기업의 광고 문구 내 ‘자연분해’가 가능하다는 내용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발표해 친환경 광고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다. 국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린 마케팅 붐을 타고 수많은 브랜드가 제품 이름, 포장 등을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바꾸었지만, 정작 제품의 원료 조달 및 제조 과정에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의심스럽다.

하지만 향후 마케터들이 그린 워싱을 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정부, ngo의 감시와 it 환경으로 인한 빠른 정보 공유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us department of agriculture, usda)는 유기농 식품 시장의 확대로 ‘유기농’이라고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유기농 식품에 대한 인증제도를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이 제도에 의하면 95% 이상 유기농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검증될 경우에만 usda 유기농 마크를 표시할 수 있다. 또한 굿가이드(www.goodguide.com) 사이트는 6만 종 이상의 생활용품에 대해 각 제품이 건강, 환경,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10점 만점 점수로 표시해 공개하고 있다. 기업의 그린 워싱에 대한 감시는 기업의 공급망(supply chain)으로 확산되고 있다. 월마트는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친환경 등급을 매겨 제품의 가격표와 같이 소비자들에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월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려는 업체의 경우 그린 워싱에 대한 유혹에 빠지기 어렵게 되었다.

‘그린 워싱’으로 낙인 찍히지 않으려면 그린 마케팅을 진행하기에 앞서 그린 마케팅을 위한 준비가 되었는지를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많은 기업이 자신의 활동 중 어느 부분이 환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지도 알지 못한 채 그린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세탁 세제의 원료 조달, 제조, 유통, 사용 등 단계 중 어떤 단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할까? 미국 친환경 생활용품 대표 업체인 세븐스 제너레이션(seventh generation)의 분석에 의하면 온실가스의 주범은 세제와 직접 관련된 영역이 아니라 세탁기 물을 데우는 과정으로 96%의 온실가스가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세븐스 제너레이션은 이에 착안해 찬물에서도 높은 세탁력을 보이는 친환경 세제를 출시해 좋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와 같이 그린 마케팅은 겉포장만 꾸미면 성공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니다.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 환경 영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활동을 기반으로 해야 성공할 수 있는 마케팅이다.

유혹3. 그린 프리미엄(green premium)
‘그린=가격 프리미엄’에 대한 환상

기업들이 너도 나도 그린 마케팅에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그린 마케팅을 통해 가격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친환경 컨셉으로 출시되는 제품에 일반 제품보다 높은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가격은 일반 소비자의 구매를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다. 특히 더 많은 돈을 주고 살 만한 실질적인 가치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환경에 관심이 크고 가격에 덜 민감한 극히 일부 고객들의 관심만을 받을수 있게 된다. 그렇다고 가격을 일반 제품 수준으로 낮추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가격은 제품의 가치를 나타내는 시그널(signal)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의 친환경 제품은 친환경성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하거나, 친환경성의 대가로 제품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미국의 유기농 식품 전문업체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과 선플라워(sunflower farmers market)를 통해 친환경 제품 가격 책정에 대한 힌트를 얻어보자. 홀푸드마켓은 일반 식품을 판매하는 일반 소매점보다 높은 가격으로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반면 최근 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선플라워는 “진지한 상품을 바보스러운 가격으로(serious food..silly prices)”라는 컨셉으로 유기농 식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두 업체의 차이점이 단지 가격이었다면 홀푸드마켓은 선플라워와 같은 업체의 등장으로 입지가 크게 흔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홀푸드마켓은 여전히 건재하다. 홀푸드마켓의 가격 프리미엄은 단지 유기농 식품을 취급한다는 데 있지않기 때문이다. 유기농 식품에 대한 철저한 품질 관리 및 농무부(usdn)의 인증, 점포 근방에서 조달한 색다르고 다양한 상품 구색, 만족도 높은 직원들이 제공하는 행복한 서비스 등이 종합된 즐거운 쇼핑 경험에 대해 고객들이 그만한 가격 프리미엄을 주는 것이다. 홀푸드마켓이 높은 질의 쇼핑 경험을 제공하여 고객들에게 프리미엄 가격의 적정성을 입증하고 있는 반면, 선플라워는 낮은 가격의 유기농 제품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플라워는 취급 상품 수 축소, 공급처와의 직거래, 대량 구매, 점포 인테리어 최소화 등을 통해 낮은 가격으로도 양질의 유기농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이런 노력이 성과를 거둬 2002년 이후 지속
적으로 점포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친환경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 프리미엄을 보장 받기는 어렵다. 가격 프리미엄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린 가전(green electronics)과 같이 사용 과정 상 나타나는 비용 절감 효과를 보여준다든지, 홀푸드와 같이 철저한 품질 관리에 대한 인증과 색다른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친환경 제품 시장에서 선플라워와 같이 가격 차별화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낮은 가격으로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근거에 대한 설득이 있어야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유혹4. 그린 제너라서티(green generosity)
고객의 희생 감수에 대한 기대

작년 말 mbc 스페셜 ‘북극곰을 위한 일주일’에서 탤런트 박진희와 가수 이현우는 ‘석유, 전기, 플라스틱 없이 1주일 살기’라는 목표를 가지고 친환경 생활을 실천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이동하고, 밤에는 전기 대신 촛불로 어둠을 밝히고, 자가 발전 밥솥으로 밥을 짓기 위해 1시간 이상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달걀은 닭을 키워서 얻는다. 기후변화로 벼랑 끝에 서 있는 북극곰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친환경 생활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다. 하지만 과연 대한민국 인구의 몇 %가 친환경 생활에 따르는 불편, 행동 변화 등의 희생을 감수할 정도로 관대(generous)할까? 많은 기업들은 고객들이 환경을 위해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할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를 가지고 제품을 출시한 후 고객들의 싸늘한 반응을 보고 당황하곤 한다.

100% 전기로만 가는 전기자동차(battery electric vehicle, bev) 보다 전기 모터와 내연기관을 모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hybrid ev, hev)가 대중적인 보급이 빨랐던 이유는 무엇인가? 전기자동차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환경친화적인 제품이었지만, 적은 수의 배터리 충전소로 인한 불편, 높은 배터리 가격, 새로운 이용 방법에 대한 적응, 새로운 기술에 대한 불안감 등 소비자가 치러야할 대가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 선보인 전기자동차(bev)는 이런 제약 여건으로 대중화에 실패했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서비스 회사인 better place사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제약 여건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편리하고 신속한 배터리 충전을 위해 배터리 충전소망을 편리한 위치에 설치하고, 바닥난 배터리를 새로운 배터리로 3분 안에 바꿔주는 배터리 교환소망을 구축했다. 전기자동차 가격 부담을 없애기 위해 고가의 배터리는 회사가 보유하고 소비자에게 배터리를 임대하면서 휴대전화처럼 전기 충전량에 따라 요금을 받는 방식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었다. 또한 autos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배터리 잔여량이 적을 경우 사용자를 근접한 충전소로 안내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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