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유보금, 투자·고용 상반된 개념 아니다”
“사내유보금, 투자·고용 상반된 개념 아니다”
  • 김선재 기자
  • 승인 2016.06.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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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지난해 이익잉여금 대비 현금비율 약 40.8% 불과”
시가총액 500대 기업 대상 분석

기업의 사내유보금 증가가 투자와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정치권의 주장을 반박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윤경 부연구위원은 9일 ‘사내유보금의 의미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사내유보와 투자·고용은 상반된 개념이 아니다”면서 “사내유보금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해 각종 기업의 부담을 늘리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법인세를 낮춰주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봤는데 기업이 투자는 하지 않고 사내유보금만 늘어났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내유보와 투자는 서로 상반된 개념일 수 없다는 것이 한경연의 분석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2014년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오해를 사고 있는 사내유보금은 재무상태표의 이익잉여금 계정을 의미한다. 이익잉여금은 기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지금까지 축적된 것”이라며 “하지만 그 이익의 형태가 현금으로 쌓여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경연이 우리나라 시가총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이익잉여금 대비 현금 비율은 약 40.8%에 불과했다.

그는 “사내유보금의 나머지 59.2%는 설비투자 등 다양한 형태로 남아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경연은 개념상 이익잉여금이 줄어드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 이상으로 배당을 하거나 자본편입 등이 발생할 경우에는 이익잉여금이 줄어들게 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전 세계 기업들의 재무상태표를 분석해도 사내유보금이 줄어드느 경우는 흔치 않다”며 “투자를 많이 하고 고용을 많이 한다고 사내유보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또 사내유보와 대비되는 기업의 선택은 주주 배당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의 사내유보금 과제 역시 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부당하게 배당을 이연시키는 기업에만 적용된다.

그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두지 말라고 하는 말은 결국 배당을 늘리라는 것이지 사내유보금을 쌓아두지 말라면서 투자를 늘리라는 것은 무리한 비약”이라며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사내유보금 대신 이익잉여금이나 이익잉여금 누계액으로 공식 용어를 바꿔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경연은 실제로 우려해야할 부분은 사내유보금의 감소 현장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미국·중국·일본 4개국 시가총액 500대 비금융기업의 이익잉여금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절대액이나 증가속도에 있어서 우리가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배당 증가로도 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한국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 2015년 주요국 시가총액 500대 기업 이익잉여금 및 현금추이 (자료=한국경제연구원)


2015년 기준 미국의 시가총액 500대 기업의 이익잉여금 합계액은 4조942억 달러였고, 일본은 1조4,957억 달러, 중국 7,817억 달러, 한국 6,058억 달러 순이었다.

미국은 우리의 6.8배, 일본은 2.5배에 달하지만 기업 사내유보 규모가 크다고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논란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한경연은 오히려 이익잉여금 증가속도가 느려지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4개국 500대 기업의 지난해 이익잉여금 증가율을 비교하면 일본 13.6%, 중국 4.3%, 미국 1.9%, 한국 1.1%로 우리나라가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실적 반등을 반영해 급격히 높아졌다.

▲ 한국 시가총액 500대 기업 이익잉여금(RE) 추이 (자료=한국경제연구원)


기업 현금보유액도 절대규모에서나 보유비율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지고 있었다.

미국의 경우 500대 기업이 보유한 현금 규모는 1조3,106억 달러로 2,472억 달러인 우리나라의 5.3배에 달했다. 일본 역시 6,606억달러로 한국의 2.7배, 중국은 5,353억 달러로 우리나라보다 2.2배 더 많았다. 자산 대비 현금비율은 일본 13.7%, 중국 13.5%, 한국 12.5%, 미국 7.1% 순이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경제위기 발생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시점에 위기 상황을 대비하려면 적정선의 현금 보유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한 현금액은 963억 달러로 우리나라 500대 기업 현금 합계액의 약 40%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현금 보유든 사내유보 추이든 경제의 영역에 대한 지나친 정치적인 해석은 경제현실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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