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케미칼, 근로자사망 연관성 부인…왜
한솔케미칼, 근로자사망 연관성 부인…왜
  • 김선재 기자
  • 승인 2016.08.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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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신청인 측 현장조사 참여 거부 논란…“상황 지켜보겠다”
한솔케미칼 전주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한솔케미칼 측은 현장조사 간 산재신청인 측의 참여를 거부하고, 근로자 사망과 작업 환경 간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의 현장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솔그룹 관계자는 “현재 공단의 조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뭐라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며 다만 조사에 성실히 임하면서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전북지역 21개 시민·사회단체들은 현재 한솔케미칼 측에 노동자 사망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근로복지공단에 백혈병 산재 인정과 전자산업의 작업환경 등에 대한 감시를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지난 3일 이창언(32) 씨가 백혈병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에 따르면 이 씨는 2012년 1월 정규직으로 이곳에 입사해 반도체, LCD 등 전자제품에 쓰이는 전극보호제, 세정제를 생산하는 일을 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물량은 주로 삼성전자에 납품됐는데, 삼성 측이 요구하는 납품 물량을 맞추기 위해 하루 12시간 이상, 많게는 20시간 이상 일하는 등 월 100시간 이상의 고강도 노동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2015년 10월부터 이 씨의 몸에 반점이 생기고 감기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치료를 위해 동네병원을 다녔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고, 그해 10월 서울성모병원에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이 씨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치료에 집중하는 한편, 민주노총 전북본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등과 함께 올해 4월 28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요양급여신청을 했다.

이 씨는 5월 골수 이식 수술을 받는 등 생존을 위한 치료에 전념했지만, 증세가 악화돼 결국 지난 3일 사망에 이르렀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 전북지역 21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전자산업 백혈병 산재 인정 촉구 노동시민사회단체’를 결성하고 ▲이 씨의 죽음에 대한 한솔케미칼 측의 책임 인정 및 사과 ▲백혈병 산재 인정 ▲전자산업에 대한 감시 확대를 근로복지공단 측에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한솔케미칼의) 안전장비와 안전교육은 충분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사용하는 물질이 어떤 물질인지, 무슨 위험성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 채 작업했고, 이들 물질은 혼합하는 과정에서 화학용액이 눈과 피부에 튀고 분진이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관계자는 “회사에서 보호구를 지급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모두 착용하고 작업을 하면 회사에서 요구하는 물량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에 벗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교육도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사항이기만, 실제로는 교육을 받았다는 사인만 했을 뿐 교육이 이뤄져야 할 시간에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잦은 감기 증상 등 몸에 이상을 느낀 이 씨가 병가를 갖고 싶다고 이야기했었지만, 한솔케미칼은 이를 묵살하고, 백혈구 수칭에 이상이 있다는 소견서를 회사에 갖고 간 날(10월 30일)에도 밤샘 근무를 시켰다”면서 “산재신청 접수 되에도 산재신청인 측의 현장조사 참여를 거부하고 살일적인 장시간 노동 등 작업 현장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근로복지공단의 늦장 대응도 문제 삼았다.

이들은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줄 책무가 있음에도 이를 외면했고, 산재를 신청한지 3달이 넘게 지나도록 산재 승인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며 “피해자가 투병으로 고통 받다 목숨을 잃는 동안 어떤 아픔도 덜어주지 못하는 산재보험제도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삼성을 비롯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백혈병 등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진 노동자 수가 100여명”이라면서 “삼성반도체 고(故) 황유미 씨를 비롯해 여러 백혈병 피해 노동자들이 이미 수차례 법원으로부터 유해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산업재해 인정받았음에도 이런 공장에 납품하는 화학제품을 제조했던 이 씨의 백혈병에 대해 신속한 산재인정은 고사하고 역학조사 실시여부조차 결정을 지연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근무 작업 환경이 원인이 돼 백혈병에 걸렸다는 명확한 인과 관계를 밝히기에는 현대 기술이 부족한 부분이 있어 현재로써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고, 삼성반도체 직업성 암 등 산재신청 사건 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이 전문역학조사를 이유로 평균 2년, 길게는 4년 이상 걸린다”며 “그래서 상관관계가 있다면 산재를 인정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은 해당 건에 대해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한 상태이다.

근로복지공단 전주지사 관계자는 “지난 6월 27일 관련 자료를 모두 취합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한 상태”라면서도 “보건연구원이 언제 역학조사에 들어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역학조사 전 이뤄진 한솔케미칼 전주공장의 현장조사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안내하는 대로 작업환경 등을 둘러보고 확인했다”면서 “고인이 일했던 장소는 가동을 하고 있지 않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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