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청문회…SK케미칼 정조준
가습기살균제 청문회…SK케미칼 정조준
  • 김선재 기자
  • 승인 2016.08.3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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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인체 유해성 인지 제품 생산·판매…책임 추궁
▲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이틀째를 맞은 30일, 의원들은 SK케미칼을 정조준했다. 의원들은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를 공급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인체 유해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이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법적 책임 가려지기 전…보상안 등 기금마련 구제도
김철 대표 “조사결과 따라 법적조치 당연히 취할 것”

국회 제3회의장에서 진행된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이틀째를 맞은 30일, 의원들은 SK케미칼을 정조준했다.

SK케미칼은 CMIT/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메틸이소치아졸리논) 혼합물을 이용해 ‘가습기 메이트’를 생산, 애경을 통해 판매하는 등 가습기살균제를 처음 개발한 곳일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옥시에 가습기살균제 원료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을 공급한 기업이다.

또한 ‘가습기 메이트’만을 사용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사망자 2명을 포함 총 5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 사고에 대한 원죄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SK케미칼이 사전에 이들 제품 원료에 대한 인체 유해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원료를 유통했다는 의원들의 주장이 이어졌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1991년부터 2007년까지 17년간 CMIT/MIT의 안정성을 높이고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특허를 29차례나 출원했다”면서 “사람이 흡입하는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하면서 안전성을 철저히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습기메이트에 질산마그네슘이 함유된 이유는 CMIT/MIT 혼합물이 불안정하고 여기에서 1급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처럼 원료물질을 만든 업체가 1차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 한 번 했다고 면죄부를 주고, 옥시가 PHMG를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사용할 줄 몰랐다고 해서 검찰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고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한 질병관리본부는 CMIT/MIT에 대한 동물실험에서 흡입독성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가습기메이트’만을 단독으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폐손상 등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발생하자 환경부는 이에 대한 흡입독성을 조사 중이다.

김상화 국민의당 의원은 “SK케미칼이 1997년 작성한 PHMG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는 독성이 ‘심한 자극성’이라고 돼 있지만, 얼마 뒤부터 ‘자극성 있음’으로만 표현됐다”며 “유해성이 더 약한 것처럼 보이도록 바꿔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K케미칼이 2002년 작성한 PHMG의 MSDS 영문판을 제시하며 “여기에 ‘이 제품은 안개형태로 흡입시 해로울 수 있다’고 명시돼 있고, 옥시 측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SK케미칼이 원료의 유해성에 대해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와 정부의 조사 뒤에 숨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태도에 대한 질책도 쏟아졌다.

전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가습기메이트를 단독으로 쓰고 폐손상이 입증된 피해자가 5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케미칼은 환경부의 피해조사 결과, 과학적 원인규명 뒤에 숨어 기업의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며 “실험적으로 규명이 안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환경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흡입독성에 대한 실험결과에 관계없이 민사상 책임을 다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태옥 새누리당 의원은 “SK케미칼은 법적인 논쟁 가능성과 과학적 인과관계라는 측면, 장기간이 소요되는 검찰 수사 뒤에 숨어서 고민하고 있다는 말만하고 어떤 조치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사람이 죽고 다치고 했는데 뭐가 더 필요한가”라고 질책했다.

이어 “CMIT/MIT와 PHMG를 공급한 SK케미칼이 이런저런 이유로 옥시와 달리 보상안을 밝히지 않는 것은 굉장히 나쁜 태도”라면서 “피해자에 대한 미필적 고의”라고 강조했다.

최연혜 새누리당 의원은 “거의 모든 가습기살균제 원료 제조·유통에 SK케미칼이 있다”면서 “어제(29일) 옥시 대표는 피해자와 제품간 인과관계에 대해 모든 다툼을 중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SK케미칼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최 의원에 따르면 SK케미칼은 CMIT/MIT를 원료로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해 2001~2011년까지 230만개를 팔아 2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PHMG 공급을 통해 매출 38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의원들의 지적과 질책에도 불구하고 SK케미칼은 끝내 책임 인정이나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고통과 심정을 이해하지만, 법적인 판단을 받은 이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 증인 선서를 하고 있는 김철 SK케미칼 대표.
김철 SK케미칼 대표는 “2011년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와 최근 정부의 조사가 서로 배치되는 부분이 있어 당혹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답변이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최종 (법적) 판정은 철저히 규명돼야 하고 이후 조사 결과에 따라 취해야 할 법적 조치는 당연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고통은 직접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해도 알고 있고, 법적인 인과관계를 다투느라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 가혹하다는 부분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말씀을 못 드리지만, 법적인 책임을 분리해서라도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는 것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다”고 확답을 피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속 정부조사를 기다리겠다고 하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기업이라면 스스로 연관성이나 혐의에 대한 해명, 책임이 있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없다”며 “정부가 친기업적으로 움직이니까 이번에도 (SK케미칼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의원들의 SK케미칼에 대한 책임 추궁은 가습기살균제의 다른 제조·판매사들의 사회적 책임 문제로 넘어갔다. 법적인 책임이 가려지기 전에 보상안 등 기금 마련을 통한 피해자 구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은 “SK케미칼이 옥시처럼 기부형식으로 보상을 하면 모든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렀는데, 대기업이 기금출연 등 사회적 책임을 다했어야 하지 않나? 기금출연 의사를 가지고 있나?”고 물었다.

김 대표는 “국회나 정부에서 틀을 마련해주면 따르겠다”고 답변했고, 고광현 애경산업 대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이갑수 이마트 대표, 정종표 홈플러스 부사장 등도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가습기메이트’ 단독 사용 피해자인 박나원·다원의 아버지 박영철 씨는 “청문회가 열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가습기메이트’, SK케미칼이 만든 제품을 사용해 이만큼 피해를 입었는데 김철 대표는 잘 모르겠다, 별 사과 한마디 없고 그래서 속상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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