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혼란속, 사회 투명성 기대
‘김영란법’ 시행…혼란속, 사회 투명성 기대
  • 김선재 기자
  • 승인 2016.09.2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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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문화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과 직무관련성 등 판단기준이 애매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등 혼란 속에서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인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김영란법’은 대상기관이 행정기관, 언론사, 일선학교, 교육청 등 4만919개이고, 대상인원만 4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법 적용이 광범위해 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개별 사례에 법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혼란이 많다보니 각계각층에서 법에 걸리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면서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내수위축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연곡절 끝에 탄생한 김영란 법은 ▲부정청탁 금지 ▲금품 등 수수 금지 ▲외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 크게 3가지로 구성된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사립학교·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과 국회, 법원, 행정기관, 공공기관 등 4만919개, 400만명을 대상으로 한다.

부정청탁 금지는 이들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대가성에 관계없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으면 형사처벌하는 것이 골자이다.

뿐만 아니라 부정청탁을 한 사람도 처벌대상이 되고 공직자의 경우에는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인지하면 즉시 신고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형사처벌 혹은 과태료를 부과 받게 된다.

법은 부정청탁의 유형을 ▲불법 인허가·면허 등 처리 ▲법령을 위한반 행정처분·형벌부과의 감경·면제 ▲채용·승진 등 인사 개입 ▲공공기관의 의사결정 관여직 선정·탈락 개입 ▲공공기관 주관 수상·포상 등 선정·탈락 개입 ▲입학·성적·수행평가 등 학교업무의 처리·조작 ▲공공기관 실시 각종 평가·판정 업무 개입 등 총 14가지로 구분했다.

다만 ▲법령·기준에서 정하는 절차·방법에 따른 특정 행위 요구 ▲공개적으로 공직자 등에게 특정 행위 요구 ▲직무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증명 신청·요구 등 7가지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금품 등 수수 금지는 같은 사람으로부터 한 번에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거나 1년에 300만원 이상 금품을 받는 경우에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수수한 금품이 1회 100만원 이하, 1년 300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직무 관련성이 없다면 금품을 수수할 수 있지만, 관련성이 있다면 수수가 금지된다.

‘김영란법’은 금품 등 수수 금지에서도 8가지 예외사항을 뒀는데,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원활한 직무수행·사교·의례·부조 목적으로 제공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 ▲직무관련 공식 행사 주최자가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물 등이다.

여기에서 ‘3·5·10 법칙’이 등장한다. 원활한 직무수행·사교·의례·부조 목적의 금품의 범위를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한 것이다.

‘3·5·10 법칙’은 경제적 피해 등 내수위축을 우려하는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가장 크게 불러온 부분이다.

소상공인들은 “법이 시행되면 내수시장이 위축되고 그에 따른 소상공인의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선물이나 접대항목이 매출의 핵심인 농축수산물 유통과 화훼, 음식점 업계 등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법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며 “‘김영란법’은 내수경기를 살려야한다는 요금 사회적 분위기에 맞지 않다”고 하기도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6월 발표한 ‘김영란법의 경제적 손실과 시사점’을 통해 법 시행 이후 농수축산물 판매 손실이 연간 약 10조원에 이르고 음식업에서만 연간 8조4,9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등 연간 20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 등도 가액범위 상향조정을 꾸준하게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직자가 외부에서 강의를 하고 사례금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직급별로 그 정도를 제한했다.

장관급 이상은 시간당 50만원, 차관급 및 공직유관단체 기관장은 40만원, 4급 이상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원은 30만원, 5급 이하와 공직유관단체 직원의 경우에는 20만원이다.

사립학교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언론사 임직원은 시간당 100만원으로 외부강의 사례금 범위를 정했다.

단, 사례금의 총액은 강의시간과 관계없이 1시간 상한액의 150%를 넘지 못하게 했다.

이날 ‘김영란법’이 첫 발을 내딛음에 따라 한국 사회의 투명도 상승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3·5·10 법칙’에 따라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금액이 얼마가 됐든 자기 몫을 본인이 계산하면 법에 걸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김영란법’을 ‘더치페이법’이라고 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졌던 접대문화, 금품·향응 제공 등 부정·부패도 상당 부분 사라져 사회 전반의 투명도가 한 단계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법 적용 범위가 워낙 넓다보니 직무 관련성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고, 개별 사례에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개념 정립이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동안은 많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시범케이스로 걸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공직사회, 재계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외부 약속을 취소하거나 최소화하는 등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아져 내수 등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김영란법’은 2011년 6월 14일 국무회의에서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법 제정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1년 가량 지난 2012년 8월 16일 김 전 위원장은 ‘김영란법’을 내놨고, 이후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2013년 8월 5일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1년 7개월 뒤인 2015년 3월 3일 국회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관피아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김영란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고, 같은 해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권익위는 올해 5월 9일 시행령을 발표했고, 지난 6일에는 국무회의에서 통과됨으로써 ‘김영란법’은 김 전 위원장이 법 제정 필요성을 제기한지 5년 3개월, 처음 법이 나온지 4년 1개월, 국회 통과 1년 6개월 만에 열매를 맺게 됐다.

이 과정에서 대한변호사협회, 한국기자협회, 인터넷언론사, 사립학교·유치원 임직원들이 헌법재판소에 4건의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일도 있었다. 헌재는 이에 대해 지난 7월 28일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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