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적 분할’…친정체제 구축 위해 넘어야 할 산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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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6일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 해체’를 약속하자, 앞으로 삼성의 지배구조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11월 29일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해 기업지배구조를 검토한다는 공시를 낸바 있다.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은 창업이후 처음으로 겪는 가장 큰 변화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에서 수직적으로 계열사를 지배해왔지만 공시와 이재용 부회장의 약속이후 기업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계열사 지배구조를 개편한다면 유력한 대안은 ‘GE식 지주회사 모델’로 알려져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해체를 위한 기능 재편 작업과 관련해 “아직은 해체를 비롯한 재편 등 방향설정이 나온 게 없다”면서 “지주회사 모델 또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신중한 논의를 거쳐야 한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약속한 대로 미래전략실이 어떤 형태로던 축소되는 등 기능개편은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룹 재편도 자연스럽게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7일 오후 늦게 박영선 의원은 트윗으로 “삼성 미래전략실은 지주회사로 가면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중간지주회사를 허용하자는 국회로비가 이미 시작됐다”고 올렸다. 박 의원실은 “지주회사 전환은 소액주주에게 손해를 끼치게 된다”면서 부정적인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전자와 금융분야에 각각 지주회사를 세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대리청정에서 친정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상속세 부분이다. 상속세는 피할 수 없지만 이것만 해도 상당한 규모라는 게 재계 안팎의 예상이다.
아울러 지주회사 전환도 과제다. 삼성은 전자부문 지주회사와 금융부문 지주회사를 각각 세워야 하고 여기에 법에서 가능하다면 중간 지주회사를 세워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비상장회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상장해야 하고 상장회사가 지주회사로 되려면 심사 등에 1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결국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전자, 금융 분야별로 약 1년 정도씩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은 적정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그에겐 쉽지 않은 길이다. 삼성전자는 준비 기간 동안 자산과 오너 일가 지분 등을 정리하면서 이 부회장의 친정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일부 언론에서 소개된 GE식 지주회사 모델이 바로 미국식 지주회사”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GE 모델의 지주회사를 현재 삼성은 바로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삼성에서 지주회사 전환을 하려면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생명 지주회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작업이 3년 정도 걸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은 지난해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상의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한다면 미래전략실의 역할은 완화 될 수 있겠지만 법률적 논란이 있다”면서 “지주회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의 피해가 없는 시기에 비율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이 갖고 있는 주식을 지주회사로 모으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지분율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미래전략실이 꼼수를 부리면서 지분율을 무리하게 30% 이상으로 만들어서 전환을 시도한다면 오히려 (지주회사) 전환 작업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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