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해외진출 성공열쇠 금융전문가와 로펌 적절 활용 관건"
"건설 해외진출 성공열쇠 금융전문가와 로펌 적절 활용 관건"
  • 이형근 기자
  • 승인 2017.05.11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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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현장 협업 가능 인재 양성 및 일관성 장기적 안목 전략 과제
▲ 채일권 교수는 "한국의 공기업과 민간기업은 모두 일관성과 장기적 안목의 부재가 문제"라며, "단기 성과주의로 가면서 경험을 축적할 시간도 없이 해외 전략 구상 단계에서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 파이낸셜신문
경기가 전세계적으로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건설시장도 사회간접자본(SOC), 플랜트 등 각 분야에 대해 해외 진출에 대한 시장 탐색을 하고 있지만 성공의 열쇠는 사업 초기 금융전문가와 로펌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이 이란 시장에서 대규모 수주를 잇달아 성공하고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을 잇는 '말-싱 고속철도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를 놓고 수주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선 한국 건설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파이낸스와 글로벌 건설사 간 협업역량 강화 필요성이 그것이다. 아시아 개발은행 (ADB) 아프가니스탄 철도정책자문관으로 활동했던 채일권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초빙교수에게 한국 건설산업의 체질개선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리나라 건설사나 공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지양해야할 문제점은 어떤게 있습니까? 그리고 역량강화를 위해 장·단기적으로 집중해야 할 과제를 설명해주신다면?
한국 기업은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에 공통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일관성과 장기적 안목의 부재'로 요약됩니다. 먼저 민간 기업은 전문경영인이 임기 내인 3년 내에 성과를 내야 하므로 시간에 쫓겨 단기 성과주의, 매출위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해외사업에 대한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들어 결론적으로 실패하게 됩니다. 해외 사업은 철저한 시장에 대한 파악부터 선행되야 합니다. 그리고 그곳의 현지 기업과 탄탄한 파트너 십도 갖춰야 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프로젝트 경영 시스템 체계에서 글로벌 및 현지 인력양성을 해야 합니다. 결국은 사람과 시스템이 해외사업의 가장 중요한 두 개의 축입니다.

현재, 보여지는 한국기업의 문제점은 과거와는 달리 해외사업에 대한 인력을 체계적으로 키우지 않고, 시장에서 리크루팅해서 바로 성과를 내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시스템은 결국 해외사업에 대한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채 성과에 매몰돼 큰 해외 프로젝트 수주에만 매달린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해당 프로젝트가 실패하게 되면 실행을 맡은 임원을 비롯한 전문경영인은 사퇴해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후임자는 경험을 축적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새로 일을 시작하는 악순환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대형 건설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조심스럽게 진단해 봅니다. 그러므로 한국건설 산업이 전세계에서 성공하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려면 반드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장기적인 안목과 내부의 글로벌 및 로컬에 대한 인력양성과 해외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경영 시스템의 체질 개선을 해야만 합니다.

또한 공기업의 해외사업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일관성의 부재가 큰 문제점입니다. 공기업은 아무래도 정치인과 관료출신들을 영입하다 보니 현장 경영에서 차이를 느낄 수 있고,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온탕과 냉탕을 반복하기 때문에, 정책에 따라서 해외사업에서 장기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어려움이 있게 됩니다. 공기업이 민간회사를 지원하고 한편으로는 선도해서 해외로 진출하는 새로운 해외진출의 거버넌스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해외 진출을 위해 반드시 PF 등 다양한 형태의 금융 지원도 동반되야 합니다. 현재 한국 금융 시스템에서 문제점을 꼽으신다면 어떤게 있습니까?

기본적으로 금융은 시스템이 보수적입니다. 보수적이다 보니 새로운 신생기업에서 새로운 인프라 관련 파이낸스가 발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결국은 기존에 한국에서 실적과 자금력이 있는 기업들이 리스크를 가지고 기업금융 형태로 파이낸스를 조달하고, 이를 수출금융(ECA)의 형태로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PF 상에서 프로젝트를 개발할 때에 해당 프로젝트를 만드려고 하는 회사들이 제대로 된 사업타당성조사(FS)가 되지 않고 있고, 사업개발단계에서는 어떤 주체가 힘들여서 프로젝트를 만들면, 다른 참여자가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무임승차의 형태로 참여하려고 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즉, 제대로 된 프로젝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주체가 없다보니 제대로 된 FS를 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금융자문회사(FA)와 법률회사를 쓰지 않아서 모든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건설사가 제대로 된 서류를 갖추지 못하면서, 금융권에서는 FS 서류 부실로 지원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웬만한 기업들은 FS 보고서 작성 및 서류 접수부터 힘들어 합니다. 게다가 현지 시장에 대한 조사 역량도 부족하지만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 기업에선 전문가를 수소문해서 단편적으로 질문하고 모르는 부분들은 그냥 확인을 하지 않고 가고 있습니다. 만약 제대로 된 일을 하려면, 전문가들에게 제대로 의뢰를 해서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래야 의뢰한 기업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고방식이 그렇다보니 기술, 금융, 법, 환경 등의 전문 컨설턴트도 고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고 있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수주 위주의 관행에서 프로젝트의 개발로 돌아선 것은 큰 도전이지만, 이런 도전에 알맞게 제대로 된 기술컨설턴트, 금융컨설턴트 등을 활용하여 글로벌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는 관행이 정착되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해외 진출을 한다 해도 기업내 PF 전문가가 적은 이유로 PF 구성 설계도 쉽지 않습니다. 인프라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공적원조자금 (ODA)와 민간투자개발(PPP)을 함께 연결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모델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ODA는 저리로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금융방법인데, 수원국은 PPP가 함께 들어가는 금융비용과 민간투자자의 이익분을 감당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개도국에서 ODA와 PF를 연결해서 정부민간합작사업 (PPP) 형태로 사업을 진행한다 해도 이를 해당 개도국의 법적인 제도적인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미 지역은 현지 기업을 비롯해 유럽기업에서 건설시장을 참여한 것으로 압니다.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공기업과 건설사에게 반면교사 혹은 벤치마킹 대상은 어떤 곳이 있습니까?

북미 지역이 인프라 수요가 많지만, 장기적인 성과와 안목을 가지고 들어가야 하는 시장입니다. 또한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라는 특징이 있는 곳이므로 이곳은 조달에서 미국 제품을 일정 비율 구매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제약조건들이 많습니다.

또한 한국 건설과 비교하여 미국 건설산업은 프로젝트 경영에 대한 경쟁력이 뛰어납니다. 북미 건설 시장에선 향후에 나올 PPP사업 물량은 많지만, 우리 기업이 현지와 파트너와 협업하면서 건설, 프로젝트 경영, 파이낸스에 대한 역량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해외 진출 기업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은 어떤 게 있으십니까?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은 대개 글로벌 대기업이기 때문에 현지사정을 잘 아는 전문성을 갖춘 파트너사와 함께 하는 것이 초반에 수업료를 줄이는 일이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 단기적으로 성과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목표와 안목을 가지고 해외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점검하고, 내부에서 글로벌과 로컬의 인력을 양성해내는 노력이 함께 해야만 합니다. 또한 개도국의 파이낸싱이 필요한 프로젝트에서는 내부의 인력으로만 해결하지 말고, 외부의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차라리 비용을 낮추고 글로벌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방법이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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