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늙지 않는 100年企業, 미쉐린’
삼성경제연구소 ‘늙지 않는 100年企業, 미쉐린’
  • 이정호 연구원
  • 승인 2010.03.1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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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121주년을 맞은 미쉐린은 타이어 제조라는 본업을 유지하면서 역동성과 성장잠재력도 보유한 독특한 장수기업이다.

프랑스 지방기업에서 출발해 타이어산업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업체로 성장한 미쉐린은 브랜드 이미지, 품질, 수익성 등에서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100년 역사가 넘은 기업이 보여주는 이같은 활력은 기술, 마케팅, 사업 부문에서 다음과 같은 ‘3차원 혁신’을 부단하게 추구한 것에 기인한다.

첫째 ‘하이테크 기술 혁신’이다. 미쉐린은 1891년 착탈식 자전거용 타이어를 시작으로 래디얼 타이어(1946년), 그린 타이어(1992년)와 같이 당대 타이어 업계주도권을 재편한 와해성 혁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둘째 ‘하이터치 마케팅혁신’이다.


1898년 타이어 업계 최초로 브랜드 마스코트인 ‘비벤덤(bibendum)’을 도입한 미쉐린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메시지를 고객에게 부드럽게 전달하는 대변인으로서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셋째 ‘사업 도메인 혁신’이다.

自社의 사업을 타이어 제조 및 판매가 아니라 자동차 문화를 파는 것으로 한 단계 높게 재정의한 미쉐린은 창업 초기부터 도로 표지판 설치, 지도 및 레스토랑안내서 발간 등 차별화된 자동차 관련 문화 사업을 전개해왔다.

미쉐린이 이처럼 지속적·입체적 혁신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전략적硬化를 막고 기업가 정신을 지속적으로 발현시키는 ‘3대 不老(anti-aging)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첫째, ‘정신적 안정’ 관점에서 10년 후를 내다보며 전문적시각에서 경영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경영 파트너 제도’ 등을 통해 장·단기적안목을 겸비한 경영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균형 있는 섭생’ 관점에서프랑스 장인정신과 미국식 효율경영의 장점을 조화시켜 고유한 경영 스타일로 소화해냈다.

셋째, ‘꾸준한 운동’ 관점에서 好不況에 흔들리지 않는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위기일수록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 승부하는‘背水陣전략’을 구사해왔으며, 단기 성공여부에 一喜一悲하지 않고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기업체질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 不老의 요체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상반되는 경영요소들 간의 ‘긴장감 넘치는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장과 내실, 창의성과 효율성, 장·단기적 안목의 조화를 통해 변화의 역동성과 조직의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손쉽게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성취해버린 기업은 早老하기 쉬운 위험성을 안고 있으므로, 최고경영자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달성할 수 없는‘큰 목표와 비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1. 혁신으로 젊음을 유지하는 미쉐린

창업 121주년을 맞은 미쉐린은 타이어 제조라는 본업을 유지하면서 역동성과 성장잠재력도 보유. 프랑스 지방기업에서 출발해 세계 타이어 제조업계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2009년 forbes가 발표한 ‘앞으로 100년간 살아남을 100대 기업’리스트에 높은 평점을 받으며 포함되었으며, fortune 선정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도 타이어 업계 1위를 차지. 브랜드 이미지, 품질, 수익성 등에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 2009년 미국 소비자평가 전문지 consumer reports가 실시한 ‘올해의 타이어 테스트’에서 세계 타이어 업체 중 최다 부문(4개)에서 최고등급(excellent)을 획득

미쉐린이 보여주는 활력은 기술, 마케팅, 사업 부문에서 ‘3차원 혁신’을 부단히 추구한 결과

2. 미쉐린의 3차원 혁신

① 하이테크 기술 혁신: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혁신제품 출시

타이어史에 기록될 ‘세계 최초’ 혁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 당대 타이어 업계 주도권을 재편한 ‘와해성 혁신’ 제품을 다수 보유. 착탈식 자전거 타이어(1891년), 타이어에 금속을 넣은 래디얼 타이어(1946년), 항공기용 래디얼 타이어(1981년), 친환경 타이어의 효시가 된 그린 타이어(1992년) 등을 최초 출시

※1960년대 중반 미국 타이어 시장의 강자였던 파이어스톤은 우수한 성능의 래디얼 방식을 거부하고 기존 바이어스(bias) 방식을 고집하다가 시장주도권을 상실

고객 및 시대적 요구를 예리하게 포착해 기술개발에 반영. 편의성(20세기 초) → 경제성(20세기 중후반) → 친환경(1990년 이후)등 당대 트렌드에서 반 발짝 이상 앞서나가며 업계의 화두를 선점

② 하이터치 마케팅 혁신: 기술제품인 타이어에 고객친화적 캐릭터 도입

타이어 업계 최초로 브랜드 마스코트 ‘비벤덤(bibendum)’을 도입해 지속적으로 젊은 기업의 이미지를 창출. ‘미쉐린 맨’으로 불리기도 하는 ‘비벤덤’은 1898년에 만들어진 세계最古의 상업 캐릭터 중 하나로, 탄생 11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프랑스 국민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음. 미쉐린은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당시 뒤뚱거리는 우주인들의 모습이 ‘비벤덤’을 닮았다는 데 착안해 전 세계시장에서 안전성을 포인트로 대대적인 광고활동을 전개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메시지를 부드럽게 전달하는 대변인 역할을 수행. 1980∼1990년대에는 007 영화를 패러디하기도 하고, 아기와 함께 tv광고에 출연해 친근함을 부각하는가 하면, 2000년 이후에는 에너지낭비요소와 한판승부를 벌이는 등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강조

창업 초기부터 이벤트 마케팅이나 잠재고객 계몽과 같은 업계 初有의 ‘이슈 제기 전략’을 구사해 혁신제품의 우수성을 효과적으로 전달. 군소업체 중 하나에 불과했던 시절,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당대의 인기 볼거리였던 경주대회 등 대형 이벤트를 적극 활용. 착탈식 타이어의 유용성을 입증하기 위해 못이 뿌려진 도로 위에서 자전거 레이스를 주최하기도 하고, 항공기용 타이어의 제동력을 과시하기 위해 ‘산 정상에 있는 활주로에 착륙하기 대회’도 개최

고가 타이어를 구매해야 하는 고객들의 막연한 저항감을 해소하기 위해 올바른 타이어 보관법이나 사용법을 기고문 형태로 잡지 등에 게재. 교육 수준이 높은 중상류층에 어필하기 위해 광고 슬로건도 古典을 활용하는 등 고객 맞춤형 전략을 구사. 프랑스에서는 호라티우스의 警句나 루이16세의 逸話를, 영국에서는 테니슨의 英詩를 패러디

③ 사업 도메인 혁신: 타이어가 아닌 자동차 문화를 판매

자동차 부품인 타이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문화를 판다’는 관점에서 사업 도메인을 재창출. ‘타이어를 팔기 위해서는 자동차가 팔려야 하고, 자동차 판매를 위해서는 운전자의 편의를 제공하는 관련 인프라와 자동차 운전으로 즐길 만한 문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논리. 1908년 여행 안내소를 설치했으며, 1910년부터는 프랑스 내의 주요도로에 번호를 할당하고 안내표지판을 세움으로써 자동차 운전이 모험으로 인식되던 시절에 운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주력. 복잡한 유럽 도로망은 물론 북아프리카의 도로망까지 수록된 미쉐린의 자동차 여행지도는 매우 정교하여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 측이이 지도를 바탕으로 작전을 전개했을 정도

미쉐린이 발간하는 레스토랑 안내서 ‘미슐랭 가이드’는 ‘자동차 문화보급을 통한 타이어 수요 창출’ 전략을 전형적으로 대변. 미쉐린 매출에서 가이드 매출 비중은 0.5%에 불과하나, 유명 식당이 소개될 때마다 미슐랭 가이드가 언급되면서 名聲이 확대 재생산

3. 미쉐린의 3대 不老메커니즘

미쉐린의 지속적·입체적 혁신 이면에는 전략적 硬化를 막고 기업가정신을 지속적으로 발현시키는 3대 不老(anti-aging) 메커니즘이 존재. 유기체적 관점에서 볼 때 기업 역시 인간과 유사한 不老비결을 보유. “기업수명 연장의 첫걸음은 기업을 단지 돈 버는 기계가 아닌 살아있는 존재로 간주하는 것”(아리 드 호이스, ‘살아있는 기업’저자). 미쉐린은 정신적 안정(안정된 리더십)을 중심축으로 균형 있는 섭생(장점만 취하는 유연한 학습역량)과 꾸준한 운동(환경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도전)이 조화를 이루는 혁신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

① 정신적 안정: 장·단기적 안목을 겸비한 경영리더십

10년 후를 내다보면서 전문적 시각에서 경영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경영 파트너(managing partners: les g?rants(佛)) 제도를 운영. 퇴직정년이 72세인 경영 파트너는 특별 주주총회를 통해 임명되며, 상황에 따라 1인 또는 복수의 창업자 가족 또는 전문경영인으로 구성. 에두아르 미슐랭(?douard michelin)이 2006년 사고로 죽은 뒤 현재는 cfo 출신 미셸 롤리에 등 3人공동체제로 운영 중. 미쉐린 고유의 경영철학, 노하우 등이 세대교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수되는 장점이 있으며, 전문경영인이 참여할 경우 ‘외부의 피’수혈을 통한 기업문화 쇄신을 기할 수도 있음. 제품별(7명), 지역별(6명), 기능별(8명) 대표자가 망라된 그룹 최고집행위원회(ceg: conseil ex?cutif du groupe)가 경영 파트너들의 전략방향 수립을 다각도로 지원

4년 이상 투자한 투자자에게 2배의 의결권을 부여함으로써 투자자의 장기적 안목을 존중

② 균형 있는 섭생(攝生): 프랑스 장인정신과 미국식 효율경영의 조화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과거 성공방정식에 매몰되지 않고 ‘버릴 것과 지킬 것’을 분별해 여러 경영방식의 장점을 융합

자체완결형 기술을 중시하는 자존심 높은 프랑스 기업의 특성을 보존. 업계 최고 수준인 연 매출액 4% 이상(2009년 5억 유로)을 기술개발에 재투자하고 숙련공의 장기근속을 독려. 미국 자동차업체와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다른 유럽 타이어 업체와 달리 미쉐린은 대다수의 r&d 과제를 독자적으로 수행.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군조차 몰랐을 정도로 기술보안에 극도로 예민. 당시 비밀리에 개발 중이던 래디얼 타이어 기술이 戰後미쉐린의 고도성장을 견인

현대적 경영기법은 누구보다 앞서 채택하는 학습 역량도 보유. 창업자 앙드레 미슐랭 스스로 포디즘과 테일러리즘의 열렬한 옹호자. 운영효율을 중시하는 문화는 이후 공격적 m&a(1980년대), 구조조정, 유연생산방식(1990년대) 등 시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 “미쉐린은 여러 분야에서 앵글로 색슨式의 경영방식을 도입했다. 외부 주주와의 관계나 경영기술 측면에서 특히 그렇다.” (루이슈웨체르, 르노 회장)

③ 꾸준한 운동: 好不況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적 도전

위기일수록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비장의 카드로 승부하는 ‘背水陣전략’을 구사. 미국업체들이 유럽 시장을 위협하던 20세기 중반, 수명이 2배 이상 길어 自社의 매출기반마저 잠식하는 래디얼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함으로써 유럽은 물론 미국 타이어 시장까지 逆으로 장악. 1992년에는 15년의 개발과정을 거친 친환경 제품 ‘그린 타이어’를 출시하여 대형 m&a 후유증으로 인한 부도위기에서 탈출. “출시 당시는 교토협약 체결 이전으로 환경문제가 글로벌 이슈가 아니었으나 미쉐린은 환경의 중요성을 예견하고 있었음”(장-도미니크 세나르, 미쉐린 경영 파트너)

단기적 성공 여부에 一喜一悲하지 않고 10년 이상 집요하게 도전. ‘주행 중 펑크가 나도 안전하게 주행 가능한’ 미래형 타이어 구현을 위해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서 1996년 pav, 1998년 pax 시스템, 2002년 뉴 pax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

기업 不老의 요체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상반되는 경영요소들 간의 ‘긴장감 넘치는 균형’을 유지하는 것(balancing). 성장과 내실, 창의성과 효율성, 장기적 안목과 단기적 안목의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변화의 역동성과 조직의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 미쉐린은 가족경영과 전문경영, 대륙식 경영과 영미식 경영, 현상유지와 변화혁신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창출

기업 내 상반되는 요소들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달성할 수 없는 ‘큰 목표와 비전’을 설정할 필요. 손쉽게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성취해버린 기업은 早老하기 쉬우며, 자칫 안주하게 됨으로써 변화와 성장의 모멘텀을 상실할 소지가 있음.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bhags: big hairy audacious goals)’를 제시 [이정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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