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노조 양보가 먼저다
대기업 노조 양보가 먼저다
  • 연성주 기자
  • 승인 2017.05.26 1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촉발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바람이 민간기업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특히 총수가 재판 중이거나 수사를 받을 위험이 있는 그룹들이 앞장서고 있는 모양새다.
어물쩍대다 총수가 화를 입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25일 3년간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SK브로드밴드도 협력업체 직원 5200명을 정규직화한다고 재빨리 선언했다.
삼성전자도 서비스 협력업체를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이 2만명 이상인 비정규직 직원 가운데 5200명의 정규직 전환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농협은행, 하나로마트 등에서 '비정규직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는 최근 비정규직 숫자가 많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 효과 등에 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우리사회에서 비정규직은 오랜 숙제였다. 정부가 그동안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한 각종 정책을 펼쳤지만 줄기는 켜녕 오히려 늘어나기만 했다.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는 현상을 바람직하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정규직 전환이 '정권 눈치보기 식'으로 졸속 추진되면 부작용이 나오게 된다.
충분한 여력없이 정규직화를 시도할 경우 신규 채용 감소, 정규직 처우 악화 등 역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이 100만원 벌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7만원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3배 가량 차이가 나고 있으니 심각하기는 하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은 "실태조사를 통해 과도하게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기업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고용시장에서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마땅히 가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새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노동시장의 본질적인 개혁이 아니라 손쉬운 대기업 '팔 비틀기'와 같은 보여주기식으로 비춰지고 있다.

대기업의 비정규직 숫자를 대통령이 챙기고 부담금도 물리겠다는 것은 제대로된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 근로자의 32%가 비정규직이다. 하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의 비정규직 비율은 13%에 그친다. 더욱이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삼성전자는 0.7%, SK하이닉스는 0.3%, 현대차는 3% 등으로 10%미만이다.
반면 중소기업은 거의 절반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전체 비정규직의 95%가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대기업의 비정규직 숫자를 챙기는 것은 진짜 큰 문제를 놔두고 작은 곳만 보는 격이다.
대기업 비정규직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중소기업 정규직이 대기업 비정규직보다 임금이 적다. 정부는 대기업 비정규직 문제보다 중소기업 직원들의 열악한 처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라는 말을 곱씹어봐야 한다.
경총의 발언을 접한 문재인 대톨령은 "경총은 책임감을 갖고 반성하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소통을 강조해온 새 정부가 공공기관도 아닌 민간에서 나온 의견을 즉각 묵살해 버린 것이다.
경총으로서는 충분히 제기할 만한 문제였으나 대통령 말 한마디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새 정부들어 비정규직 문제가 정상궤도를 벗어나 점점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경제문제는 경제논리로 풀어야지 정치화하면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강제로 바꾸게 하는 것은 몇몇 대기업 계열사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비정규직이 몰려 있는 중소기업에서는 불가능하다.

비정규직 차별을 줄이고 고용을 창출하려면 먼저 대기업 귀족노조가 만든 철밥통을 깨뜨려야 한다.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차별받는 비정규직을 없애야 한다.
해결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다. 실천이 어렵다. 기득권을 쥐고 있는 노조의 과감한 양보가 선행돼야 한다. 새 정부는 노조의 양보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86-12 금성빌딩 2층
  • 대표전화 : 02-333-0807
  • 팩스 : 02-333-0817
  • 법인명 : (주)파이낸셜신문
  • 제호 : 파이낸셜신문
  • 주간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8228
  • 등록일자 : 2009-4-10
  • 발행일자 : 2009-4-10
  • 간별 : 주간  
  •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825
  • 등록일자 : 2009-03-25
  • 발행일자 : 2009-03-25
  • 간별 : 인터넷신문
  • 발행 · 편집인 : 박광원
  • 편집국장 : 임권택
  • 전략기획마케팅 국장 : 심용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임권택
  • Email : news@efnews.co.kr
  • 편집위원 : 신성대
  • 파이낸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파이낸셜신문. All rights reserved.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