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3년만에 결국 종지부 찍나
논란의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 3년만에 결국 종지부 찍나
  • 황병우 기자
  • 승인 2018.03.23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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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융썬 中더블스타 그룹 회장..."고용·독립경영 보장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어"
▲ 차이융썬 中더블스타 그룹 회장이 22일 산업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금호타이어가 국내 자본과 기술 유출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외 자본으로의 매각이 점차 유력시 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매각은 물론 법정관리도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직 직원들은 매각을 지지하고 있어서 금호타이어의 향배에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달 말까지 금호타이어 노조가 더블스타 인수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금호타이어는 만기가 된 어음을 막지 못하는 경우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22일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요구한 자구안 제출 시한(30일)까지 얼마 안남은 가운데,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 1위 타이어업체 차이융썬 더블스타 그룹 회장이 직접 내한해 여의도 산업은행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차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기존에 체결된 단체협약을 포함해 노사가 체결한 모든 합의를 존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매각을 반대하는 노조에게는 "인내를 가지고 기다릴 수 있지만, 무한정 기다리지는 못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산업은행과 차이 회장이 기자회견을 연 이유로는 기자회견 자리를 이용해 노조를 간접적으로 설득하고 압박하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차이 회장은 지리자동차의 볼보자동차 인수 및 경영 상황을 예로 들며,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금호타이어를 보유는 하겠지만 독립적인 경영은 보장할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경영진은 그대로 임기까지 그대로 유임될 것이고, 한국에 있는 본사를 이전하는 등의 계획은 없으며, 독립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 함께 자리한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으며, 주주권 행사와 사외이사를 파견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더블스타의 경영권 장악에 대해 답변했다.
 
▲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금호타이어 매각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해외자본 매각 또는 법정관리의 기로에 놓인 금호타이어가 수년간 매각과 법정관리 논란에 시달렸던 이유 과연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과거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막대한 차입을 한 후 이를 제대로 상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그룹 차원의 과도한 인수합병에 의한 유동성 문제가 문제의 근본인 셈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말 대우건설을 인수하는데 성공했지만, 인수자금 대부분을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의지했다. 이후 금호그룹은 2008년 대한통운까지 연달아 인수하면서 재계순위가 훌쩍 오르고, 박삼구 회장은 M&A계 마이다스의 손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당시 금호그릅은 투자자들과 ‘풋백 옵션’(주식매도 선택권)을 체결했는데, 주식시장이 계속해서 호황이었다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그룹의 시가총액을 손쉽게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른바 '꼼수'와 다를바 없는 이같은 자금조달 방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결국 독이 됐다. 금호그룹은 재무적 투자자들과 맺은 '옵션'으로 인해 4조원에 달하는 상환자금을 토해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로 '승자의 저주'에 빠진 셈이 됐고, 2009년에 대우건설을 결국 계열사에서 분리 매각했다. 또한, 최근에는 이 여파로 광화문 사옥을 내놓는 등 금호그룹은 여전히 유동성 문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이다.
 
금호타이어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5000억원을 투자해 대우건설 지분 5.6%를 확보했다. 이후 금호타이어는 자금 압박에 시달리게 됐고,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을 주로 차입하면서 위기를 증폭시켰다. 그러다가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금호타이어의 부채비율은 2008년 242%에서 2009년 3분기 1년만에 462%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장기 파업으로 인한 손실도 컸지만, 1억6000만달러 규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을 추진하다가 중단해버린 것은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금호타이어는 5000억원에 매입한 대우건설 지분 5.6%를 매각해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하려했지만 매각에 실패하면서 2009년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됐다.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과정은 비교적 순조로왔다. 2010~2011년 1000억원대에 그치던 영업이익은 2012~2014년 3년 연속 3000억원대로 증가했다. 실적 호조에는 글로벌 타이어업계 업황 회복도 한 몫했다.
 
▲ 금호아시아나그룹 광화문사옥 (사진=황병우 기자) 
 
그런데,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3년만에 또다시 위기가 찾아온 이유은 무엇일까. 지난 2006년부터 공격적으로 확장해온 중국사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유동위기가 재발했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금호타이어에 대해 중국 내 언론 보도로 품질 논란이 확산되면서 결국 중국법인의 전체적인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중국사업에 막대한 자금이 묶여버리면서 설비투자 경쟁력도 경쟁사들보다 뒤쳐지게 됐고, 비교적 양호한 타이어 업황에도 사업이 기울기 시작했다. 
 
2016년 매출액은 2조9472억원으로 지난 워크아웃 기간 중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던 2012년 4조706억과 비교해 27.6%나 줄어들었다. 지난 2010년 6721억원을 기록했던 중국법인 매출액도 2016년에는 43%나 줄어들어 385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금호타이어의 실적은 영업이익 -507억원, 당기순이익 -1081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7월 말에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당좌대월을 사용했다.
 
기업이 당좌대월을 사용하는 것은 개인이 카드 돌려막기에 비유할 수 있는 일로,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해당 기업이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간주한다.
 
지난해 4월에 발표된 채권단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실사 결과에선 금호타이어가 홀로서기가 더이상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에도 대규모 차입금을 그대로 유지했고, 지속된 당기순손실로 현금흐름도 좋지 않았다.
 
더블스타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때 기존 차입금의 상환을 기존 조건을 그대로 유예한 채 5년간 분활상환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요청한 상태다. 
 
▲ 차이융썬 中더블스타 그룹 회장은 '인수 포기도 고려하는가' 등 기자들의 다소 민감한 질의에는 즉답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황병우 기자)
 
한편, 기자회견에 나선 차이융썬 회장은 금호타이어 노조가 요구하는 고용보장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 "3년간의 고용보장은 국제관례와 산업은행과의 협의에 따라 정한 것일 뿐"이라며, "3년 후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거나 본사 이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차이 회장은 "노조는 회사의 발전과 미래에 중요한 한 축이기 때문에 노조와 협력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금호타이어 정상화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더블스타의 이념은 직원이 우선이란 점으로 노조도 직원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더블스타와 노조는 이익이 충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부행장은 "30일 시한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언급되고 있는데, 더블스타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금호타이어의 유동성 문제"라며, "금호타이어는 임금도 제대로 못 주는 상황인데, 30일을 넘기게 되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더블스타가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려면 최소 15년은 걸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해갈 수는 없는 모종의 조치가 계약서 상에 있다고 암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더블스타의 자동화 시설들이 금호타이어 공장들에 설치가 되면 기술이전료나 특허사용료 명목으로 자금을 회수해 갈 수있다는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이날 차이 회장은 노조 반대로 인해 금호타이어 인수포기까지 고려하는지 여부 등 민감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해서는 "중국에는 사랑하면 마지막엔 결국 함께 할 것이라는 속어가 있다.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등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금호타이어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노조와 소통하기를 원한다"며, "노조를 중국에 초청해 칭다오에 있는 더블스타 공장을 견학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전향적인 입장도 나타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오후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차이융썬 회장은 노조와 대화하기 위해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 내려갔다고 산업은행은 전했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노조는 "국내 법인의 향후 10년간 고용보장을 담보할 답변을 해주고 객관적인 자료를 달라"며 더블스타에 대한 제무제표 등 노조가 요구하는 자료들을 먼저 제출하기 전에는 이 회장, 차이 회장과 만나지 않기로 했다.
 
해외매각 반대를 하는 생산직 노조와 달리 일반직 직원들은 매각을 지지하고 있어서 노노갈등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은 이달 30일까지 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매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금호타이어에 대한 법정관리에 들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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