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 동문선 사장] 외국 영화에 나오는 상류층들의 식사나 리셉션에서의 건배 장면을 잘 보면 우리와 같은 듯하면서도 다름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 신성대 동문선 사장 |
아직도 전근대적인 봉건적 문화가 살아있어 그런지 건배하는데도 갑(甲)과 을(乙)이 확연히 구별됩니다.
심지어 대통령이나 외교관들까지 굽신 건배를 하고 있어 ‘코리아디스카운트’에 크게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서부극에서 총잡이들이 총을 쏠 때 상대를 주시하지 아무도 자기 총을 내려다보지 않습니다. 하나같이 적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 재빨리 허리춤의 총을 꺼내어 쏘지요.
와인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악수할 때와 마찬가지로 건배를 할 때에도 잔을 보지 말고 상대의 눈을 봐야 합니다. 식사 도중에 와인을 마실 때도 와인잔을 쳐다보고 집으면 아직 한참 하수(下手)입니다.
글로벌 신사라면 이때에도 잔을 보지 말고 오른손으로(약간 더듬거려도 괜찮습니다) 가운데 길쭉한 기둥 스템(stem)을 잡아 들어 올릴 수 있어야 합니다.
다섯 손가락으로 꽉 잡으려 애쓰지 말고 엄지와 검지로 걸어 가볍게 들어 올려 입으로 가져오면 소통 매너에 상당한 내공을 지닌 인물로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당장 당신의 눈앞에 워런 버핏 회장과 같은 거물급 타켓 인사가 앉았다고 해봅시다. 상대방의 순간 안색 변화조차 놓치지 말아야 할 절대적인 찬스에 와인잔을 잡기 위해 시선을 돌린다면 그의 시선과 관심을 동석한 다른 사람에게 뺏겨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이 말을 할 때조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상대방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어 한다는 표시이기 때문입니다. 건배는 잔으로 하지만 소통은 눈으로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2회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내빈들이 건배를 하고 있다. 그러나 건배하면서 잔을 쳐다보고 있는 전형적인 잘못된 모습(사진= 연합) |
◇ 와인 마실 때 저지르기 쉬운 실수
그리고 점잖은 자리에서의 정격 건배는 첫잔(스파클링와인 혹은 화이트와인) 한 번만 합니다. 한국식으로 시도 때도 없이 건배를 해대며 술을 강제로 권해서 취하게 하거나 대화의 흐름을 끊는 짓은 금물입니다.
물론 중간에 새 요리가 나와 분위기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을 때나 대화 중 축하해줄 만한 일이 있으면 가볍게 잔을 부딪치는 건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간만에 술 퍼마시고 취해 스트레스 푼다는 한국적 발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에 올랐다간 바로 아웃입니다.
글로벌 상류층 사교 모임이거나 비즈니스 오찬 혹은 디너에서 술로 스트레스 푸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술취한 추태를 보였다간 그 사교 모임에서 영영 퇴출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잔을 만지작거릴 때마다 그 대목을 놓치지 말고 자신의 잔을 살짝 들어 올린 후 눈 미소 방긋과 함께 잔을 까닥거려 원격 리모트 건배를 해주면 됩니다.
반대로 자신이 마실 때에도 그냥 훌쩍 마시지 말고 잔을 들어올리기 전 손목에 스냅을 걸어 일시정지(pause) 시킨 후 상대방이 건배 팔로우해오기를 기다렸다가 같이 리모트 건배하고 나서 마십니다.
경우에 따라 자기 회사의 생사여탈권을 쥔 상대방으로 하여금 ‘도움 주었다가는 자칫 같이 망할 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외로운 술꾼(lonely drinker)’으로 비쳐지느냐, 아니면 상대방과 팔로우 잘 하는, 어느 고급 자리 같이 데려가도 손색이 없을 비즈니스 스폰서 투자 잠재력이 큰 ‘우아한 와인애호가(wine lover)’의 이미지를 가지게 하느냐가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건배는 반드시 오른손으로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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