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보호법 개정안 다시보자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다시보자
  • 전대열 칼럼
  • 승인 2010.04.2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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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의 청소년 문제는 그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청소년 문제로 골치 썩히지 않는 나라가 없을 정도로 심각성을 노출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후진국은 후진국대로 이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 시키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 문제의 특성은 심리적 집단성에 있다. 그들은 동류의식을 가지고 사회와 대결한다. 과거의 청소년들은 막연한 사회저항의식을 공유하며 공공장소에서의 기이한 행동과 방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아직도 그들이 입던 흉내로 너절너절하게 떨어진 청바지를 입는 청소년들이 많지만 지금은 패션으로 승화했기에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심지어 주부 중에서도 닳아빠진 청바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히피들의 청바지는 새로운 문화가 되었다.

왕년의 히피족들이 마리화나에 취해서 공원 등에 너부러져 있는 꼴을 보면 나라의 장래가 암담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성세대들의 우려였을 뿐 청소년 자신들은 스스로 즐기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극히 일부 탈선자들이 생겨 범죄로 이어지는 일도 없지 않았으나 청소년의 자정(自淨) 능력은 사회의 걱정을 크게 덜어줬다. 몹쓸 족속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그들의 내면에 흐르는 자신감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자본주의 국가들의 대부분이 이러한 문제로 속을 부글부글 끓였지만 언젠가 사라졌다. 정부에서 많은 노력을 해서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관료들의 노력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비슷비슷해서 모든 것을 규제와 처벌에 의존하려고 한다. 법을 만들고 규제를 강화하여 응징을 능사로 하는 것은 청소년 문제에 관한한 하지하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스스로의 문제점을 너무나 잘 안다. 법이나 규제보다는 길을 터줘야 하는 것이다. 앞뒤를 꽉 막아놓고 하지 말라고만 한다고 안 할 청소년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나라 역시 한 때 청소년들의 부탄가스 흡입과 본드 흡입으로 매일처럼 신문지상을 더럽힌 바 있다. 동네 빈집에 가보면 그들이 버리고 간 본드통과 부탄가스통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꼴을 보아야 했다. 심지어 그로 인한 사망자도 생겼다. 사람들은 이제 나라의 장래가 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나라도 망하지 않았고 가스통에 코를 박았던 청소년들도 멀쩡한 사회 일꾼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들의 마음을 달래줄 모멘트가 없었던 것이지 원래 범죄적 성품으로 태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을 압박하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기성세대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였음을 정작 당사자들이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공부를 해라, 좋은 학교에 가야한다, 엄친아를 본 받아라 등등 수많은 주문을 한 사람이 누구인가.

모두 기성세대인 어른들의 무신경이다. 청소년들이 왜 부탄가스나 본드에 집착하고 있는지 그 심리적 공황을 파악하는 게 순서 아닌가. 어른들로부터 당하는 스트레스를 폭력으로 풀려고 하면 폭행죄에 걸리고, 마리화나에 의지하면 마약사범이 된다. 가장 손쉬운 게 본드와 부탄이었다. 이것도 범죄를 구성하기는 매한가지지만 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다. 정신이 몽롱해져서 절도, 성폭행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요즘 가스통에 매달려 있는 청소년들의 얘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이인화 교수에 따르면 그들의 대부분이 게임중독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사회는 부탄과 본드에 중독된 청소년들의 문제로 몸살을 앓았는데 이 패턴이 pc방으로 옮겨졌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이다. 사회의 병리를 이처럼 명쾌하게 진단하기도 힘들다. 어디에 풀 곳이 없던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를 흡수한 곳이 pc방이라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알코올이나 가스 중독보다는 훨씬 그 증상이 가볍고 사회적 문제점도 적다. 물론 게임중독의 해독도 만만찮다. 며칠씩 밥을 굶어가며 게임에 빠졌다가 어린아이를 죽게 만든 젊은 부부의 얘기도 있고, 탈진하여 사망한 사례도 없지 않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담배 연기 자욱한 pc방에서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안다. 다만 그들이 가스중독에 빠지지 않은 것을 고마워해야 한다.

그런데 국회에서 강제적으로 이들의 게임을 하지 못하게 밤 12시 이후에는 온라인게임을 법으로 금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단순한 논법으로만 보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게임을 하지 못하게 된 청소년들은 어찌될까. 강제로 셧다운 되었으니 이제 집에 가서 잠이나 잘까. 세상이 그렇게만 된다면 무슨 범죄 걱정을 하겠는가. 담배가 몸에 해롭다고 아무리 외쳐도 의사들도 피운다. 금주령이 내린다고 술꾼들이 사라지는가. 온라인 게임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것은 법의 규제로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문제나 범죄를 불러올 뿐이다. 이인화의 결론은 새로운 매체문화를 합리적으로 가꾸고 관리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고 이에 대한 심각한 고뇌를 더해야 될 듯싶다.

한국정치평론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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