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첨단 기술과 최고 기술자 보유한 나라…노벨상 반드시 이뤄낼 것”
“한국은 첨단 기술과 최고 기술자 보유한 나라…노벨상 반드시 이뤄낼 것”
  • 조경화 기자
  • 승인 2019.12.2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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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노벨상을 타지 못했을까’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한국은 첨단 기술을 보유한 나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길 바란다"

"과거 영국이 세계 조선업계를 주도하기도 했으나 현대조선이 등장하며 영국은 더 이상 조선업을 하지 않는다. 영국 정치인은 자국에 ‘왜 성공한 제조업이 없을까’ 생각한다”

카오스재단은 지난 18일 ‘카오스재단 5주년 기념 2019 후원자 초청의 밤 ‘5X5 신묘한 나눔의 과학’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2부로 나눠 진행됐는데 1부에서는 재단 후원 회원들의 사랑의 보답하는 행사 ‘나눔의 과학 - 걸어온 5년, 걸어갈 5년’이, 2부에서는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팀 헌트 경이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팀 헌트 경 (사진=카오스재단)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팀 헌트 경 (사진=카오스재단)

또 팀 헌트 경의 부인이자 역시 생명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메리 콜린스 교수(前 UCL 감염학과 면역학부), 이현숙 교수(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와 함께 ‘오늘의 과학, 미래의 과학’, ‘여성의 과학계 진출’에 관한 대담도 진행됐다.

2001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팀 헌트 경은 이날 ‘과학자로 성공하는 법(How to Succeed in Science)’ 강연을 통해 노벨상을 받고 성공한 과학자가 되기까지 유년시절 가족 환경부터 학창시절 멘토와 은사, 과학자로의 연구과정 등을 이야기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무대에서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모습을 보여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팀 헌트 경 (사진=카오스재단)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팀 헌트 경 (사진=카오스재단)

팀 헌트 경은 생화학자이자 분리생리학자로 2001년 세포주기 단백질 발견으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과학자다.

노벨상 수상자인만큼 관련 이야기가 다양하게 오갔는 데 노벨상 수상 비결을 묻자 팀 헌트 경은 “직감과 운이 따라줘야 한다. 탐구의 여정의 끝에 신세계가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못한다. 빈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며 “과학자라면 누구나 노벨상을 받고 싶어 할 것"이라 말햇다.

이어 "어떤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당연한 야망이다. 나는 운 좋게 노벨상 수상자 수십 분 사이에서 성장했는데 연구 속도나 스타일, 한 분 한 분 너무나 달랐다"며 "그러나 한가지 공통점은 가장 끝까지 추구한다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뇌는 한정돼 있어 너무 복잡한 것은 감당하지 못한다"며 "심플하게 가져가야 한다. 생명과학이라면 생명에 대한 예를 어떻게 간단하게 가져 가느냐가 핵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메리 콜린스 교수는 “은퇴할 때까지 과학자로 산다고 했을 때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고 실패한 인생은 아니다"라며 "과학과 관련된 삶을 산다는 것, 자체가 창의적이며 흥미로운 삶이며 축복이다. 한국 같은 경우 아주 훌륭한 과학자이면서 삼성과 같은 기업에서 일할 수도 있다. 노벨상을 받아야만 좋은 과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팀 헌트 경, 팀 헌트 경의 부인이자 역시 생명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메리 콜린스 교수(前 UCL 감염학과 면역학부), 이현숙 교수(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사진=카오스재단)
(왼쪽부터)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팀 헌트 경, 팀 헌트 경의 부인이자 역시 생명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메리 콜린스 교수(前 UCL 감염학과 면역학부), 이현숙 교수(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사진=카오스재단)

또 팀 헌트 경은 “한국인은 머리도 우수하고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 최고의 기술자를 보유한나라로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고 스스로 위축될 필요가 없다”며 “다만 아시아 사회 전반으로 관찰되는 문제, 사람에 대한 예의나 장유유서의 정신이 투철한 것 같다. ‘사실이다, 진리다’하는 권위에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휴대폰이나 TV 이상의 것을 반드시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과학계 진출에 관한 대담도 이어졌다. 이현숙 교수가 “여성과학자가 전면에 나서 리더로 활동하는 사례가 매우 적다”며 그 이유와 극복 방법에 대해 묻자 메리 콜린스 교수는 “과학에서 성별의 편견은 적다"며 "논문을 썼을 때 여성 과학자라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성 과학자도 가정의 압력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며 "나도 부모를 모시고 아이를 돌보느라 젊었을 때 리더가 되기는 어려웠다. 가정과 일을 병행하는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여성을 과학계로 영입하는 게 해법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여학생들이 수학, 물리학을 너무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지속적으로 과학에 노출시켜 인식이 변화하길 바란다. 또 보육 시설 지원 등 가정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해결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학자의 자질과 연구환경에 대한 대담도 흥미로웠다. 메리 콜린스 교수는 “훌륭한 학부생 한 명이 실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지 못해 중도에 포기했다. 실험 없이도 과학을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실험실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하면 과학전문기자나 특허 변리사 등 과학과 관련된 다른 커리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팀 헌트 경도 “실험을 좋아해야 진정한 과학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즐거운 근무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이 사교적인 생활이 돼야 한다. 분위기가 다운되었을 때 힘을 줄 수 있는,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축하해 줄 수 있는, 술 한잔 같이 기울일 수 있는 그런 친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성 과학자가 늘면 과학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에 대해 팀 헌트 경은 “특정 분야에 여성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인류 두뇌의 절반은 빠져있는 것이다. 여성과학자의 두뇌가 포함돼야 더 창의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여성 과학자 비하 관련 모함으로 억울한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됐던 그는 힘주어 발언했다.[파이낸셜신문=조경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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