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부동산정책의 허(虛)와 실(實)
[칼럼] 부동산정책의 허(虛)와 실(實)
  • 파이낸셜신문
  • 승인 2020.06.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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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교수
국제사이버대학 권호근 교수
     

2020년 6월 17일 정부는 상승하는 부동산가격, 특히 수도권을 비롯한 아파트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다시 한 번 정책을 내어 놓았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래 21번째 대책이라고 하니 정책을 시행하는 당국자들도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하물며 일반 국민들은 정부가 시행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거의 모르고 있다고 보인다. 현 정부는 2017년 5월에 출범했으니 약 3년, 즉 36개월 정도 집권했다고 볼 때, 거의 2개월에 한 번 정도 부동산정책을 시행하였다.

대학에서 부동산학을 강의하는 필자도 정확한 내용을 세세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대략적인 윤곽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이는 완전경쟁시장이라는 현실에서 존재할 수 없는 시장 형태에서만 성립한다. 현실은 정확하게 이를 적용할 수 없으나, 일반적으로 이를 통해 가격의 변동을 설명하고 있다.

상승하는 아파트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수요를 억제시켜 수요곡선을 좌측으로, 공급을 증대시켜 공급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부동산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수요를 억제시키고 공급을 증대시키면 된다. 이론은 간단하나 현실은 복잡하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시차의 문제다. 수요는 정책에 즉시 반응하나 공급은 그렇지가 못하다. 왜냐하면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용 건물의 공급 증대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뿐만 아니라 과거 역대 정부에서도 부동산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수요 억제에 중점을 둔 경향이 많았다. 그런데 이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건물 중에서 주거용 건물은 상업용이나 공업용 건물에 비해 생활필수품적인 요소가 강하다.

따라서 주거용 건물의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서 수요를 연기시키거나 아예 주택구입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아파트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식구들을 길거리에서 숙박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요의 연기는 자가(自家)를 소유하지 않고 전세나 월세로 어느 정도 가능하나, 한국의 경우 거의 지속적으로 주거용 건물의 가격이 상승했으므로 나중에는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아 합리적 선택이 되지 못했다.

수요의 억제는 비정상적으로 아파트가격이 급등할 경우에만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시행되어야 하지 이를 남발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수요 억제를 위해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정책은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거나 대출금리를 높게 적용하는 것이다. 현재 경제위기와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시기에는 대출금리를 높일 수 없으므로, 사용가능한 정책은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것 밖에 없다.

현 정부에서도 이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것이 여의치 않자 주택구입에 소요된 자금출처를 조사한다는 등 거의 이성을 상실한 정책을 대책이라고 내어 놓고 있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필요에 의해 구입하는데 매번 자금출처를 조사한다고 하면 이는 명백한 시장경제체제의 위반을 넘어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이다.

한편 주택담보대출을 동결시켜도 현금 보유량이 많은 자산가들에는 통하지 않고 오히려 실수요자에게 내집마련의 기회를 박탈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런데 자산가들은 왜 부동산, 그것도 서울의 강남권을 비롯한 수도권의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매입할까? 그 이유는 투자수익률이 다른 투자 대안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투자의 기본은 안정성과 수익률인데 이들 부동산들은 주식이나 기업의 설비투자 등 다른 투자대안들에 비해 수익률이 높고 거기에다가 안정성도 어는 정도 보장되므로 시중의 자금이 여기로 집중된다. 그러므로 투자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활동을 장려하고 이 방향으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현 정부는 기업의 이윤추구를 적폐의 온상인 양 백안시하고 노조활동을 절대 선(善)인 것처럼 취급하는 편향된 정책을 수행했다. 그 결과 시중의 유동성이 비생산적인 아파트 매입으로 나타나 아파트가격이 폭등하자 이를 잡기위해 또 다른 무리수를 두는 그야말로 뒤죽박죽이 된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결론은 수요억제로 아파트가격을 안정화 시킨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가격을 안정시키는 근본적 대책은 결국 공급의 증대이다. 노태우 정부시절 200만호 주태건설로 1980년대 후반 폭등하던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킨 선례가 있다. 현시점에서 보면 한국의 주택공급은 부족한 편이 아니다. 이미 전국적으로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섰고, 저 출산으로 인해 미래 주택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는 주택공급이 부족하지 않다.

다만 서울의 강남권을 비롯한 인기지역에 대한 일시적 가수요가 이들 지역들 아파트가격을 우선 폭등시키고 그 여파가 주변지역들로 번지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당국이 실시한 자금살포와 저금리로 인해 발생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추가적으로 주택투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므로 과거 신도시개발을 통한 대규모 주택공급보다는 아파트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지역에 주택공급을 증대시키는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 서울은 가용 택지가 거의 고갈된 상태라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이 필요하며 부수적으로 주거환경의 개선이라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과도한 정부개입은 지양하고 관련 규제를 대폭완화 해야 한다.

특히 관련 규제 중 개발이익에 대한 과도한 환수, 소형 주택이나 임대주택비율 등을 강제적으로 할당하고 분양가를 과도하게 책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은 시급하게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본인들의 사유재산권을 이용하여 경제적 이득과 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한다. 그런데 사회적 형평성이라는 이념으로 이런 경제적 동기를 억제시키니까 사업추진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관련 규제를 철폐하면 일시적으로 아파트가격이 폭등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이들 사업들이 활성화되면서 인기지역 아파트공급이 증대하여 가격이 안정화 될 것이다. 그리고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상업용 건물이 과잉 공급된 상태이므로 이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상업용 건물의 수요가 많았으나 한국경제가 저 성장 기조로 변하면서 이들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있으며, 그동안 수익성이 좋다는 이유로 상업용 건물이 과도하게 공급되었다. 최근 서울시가 용산역 부근 일대를 상업용에서 주거용으로 용도 전환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주택공급에 있어 정부가 중점을 둘 부분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이다. 구체적으로 서민들은 하위 20%에서 30% 소득분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주거안정은 부동산시장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이들에 대한 장기 임대공급을 해주도록 해야 한다. 과거 재개발과 재건축을 할 경우, 정부는 민간 사업주체에 일정부분 임대주택을 건설하도록 의무화 했다.

그런데 이는 정부가 직접 투자하지 않아 일정기간이 지나면 분양으로 전환되어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안정에 정부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 이제라도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 장기 임대주택단지를 건설하는 등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며, 이들 단지들에 있는 임대주택은 분양전환을 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임대용 주택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부동산은 그 자체로 시장의 실패를 가져올 속성이 큰 재화이므로 정부의 시장개입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부동산정책을 선거에서 득표에 유리하게 할 목적으로 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정치적 목적과 야합이 오늘날 한국부동산정책의 난맥상을 초래하였다.

인기영합적인 정책은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사기술에 불과하다. 한국 부동산시장은 경제성장률의 둔화와 저 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등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가격 폭등은 힘들다. 그러므로 정부는 서민의 주거안정에 최대한의 역량을 집중하고 과도한 시장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파이낸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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