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신임 총재 "경제정책 프레임 과감히 바꾸어야 할 때"
이창용 한은 신임 총재 "경제정책 프레임 과감히 바꾸어야 할 때"
  • 임권택 기자
  • 승인 2022.04.2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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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세가 기존 전망보다 약화될 것"
"도약할지,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빠져들게 될지 얘측하기 어려운 시기"
"소수의 산업과 국가로 집중된 수출과 공급망도 다변화 필요"
"구조개혁 통한 자원의 재배분 노력 서둘러야"
"거시경제 안정 위해 부채 문제 연착륙 중요"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총재는 21일 취임사에서 "갈림길에서 우리 경제가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이제는 경제정책의 프레임(frame)을 과감히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같이 정부가 산업정책을 짜고 모두가 밤새워 일한다고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이제는 민간 주도로 보다 창의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오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의 1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27대 한국은행 총재 취임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 취임식에서 이 총재가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 취임식에서 이 총재가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총재는 취임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미 연준의 예상보다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 그리고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이 통화정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기존 전망보다는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성장과 물가 간 상충관계(trade-off)가 통화정책 운용을 더욱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정교하게 균형을 잡아가며 정책을 운용해야 할 때"라며 합의제 의결 기구인 금통위에서 최적의 정책을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보다 긴 안목에서 보면 "지금 한국 경제는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며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더불어 세계화의 후퇴 흐름이 코로나 이후 뉴노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신기술 확보 경쟁, 지정학적 경제 블록화 등으로 국가간 갈등이 심화되고 이 과정에서 정치·경제·안보 등 여러 이슈가 서로 연계되면서 국제정세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 이후 이러한 뉴노멀 전환 과정의 도전을 이겨내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 추세가 이어지면서 장기 저성장(secular stagnation) 국면으로 빠져들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소수의 산업과 국가로 집중된 수출과 공급망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 과정에서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이를 감수하고 구조개혁을 통한 자원의 재배분 노력을 서둘러야 하겠다고 했다.

이어 "과거 잘 달리던 경주마가 지쳐 예전같지 않은데도 과거의 성공에 사로잡혀 새 말로 갈아타기를 주저하는 누를 범하면 안 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한 "구조개혁 과정에서 반드시 나타날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문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우리는 인구고령화로 인해 청년 실업과 노인 빈곤, 그리고 지역간 불균형도 커지고 있다"며 지나친 양극화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켜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 것이기에 이에 대한 해결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당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가계와 정부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고령화로 복지 수요가 늘어날수록 경제성장에 쓸 수 있는 재정 여력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채의 지속적인 확대가 자칫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을 우리는 과거 경험으로부터 알고 있다"며 거시경제 안정을 추구하는 한국은행으로서 부채 문제 연착륙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 역할과 임직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가장 큰 임무가 거시경제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통화정책만으로는 안되며,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며 "경제여건이 어려워질수록 중앙은행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 스스로가 전문성의 울타리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외부와의 소통의 울타리를 넘어서야 한다"며 소통한다고 독립성이 저해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울타리에 안주하려는 생각을 뛰어넘어야 한다"며 지금 국제사회는 디지털·친환경 경제로의 전환 속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은행도 다른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와 녹색금융(green finance) 등 새로운 글로벌 이슈가 현안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경우, 이에 따른 제반 환경변화가 공공 지급결제 인프라와 통화정책의 유효성 등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우리의 생존문제라 생각하고 철저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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