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경기 중립적 정책금리 수준’
LG경제연구원 ‘경기 중립적 정책금리 수준’
  • 정성태 책임연구원
  • 승인 2010.06.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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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분기 우리경제가 전년동기 대비8.1% 성장하고, 소비자 물가상승률도 점차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이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물론 대외적으로 남유럽발 재정위기, 선진국의 경기회복 강도, 신흥개발국의 출구전략 등 불안요소들이 잠재해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성장과 물가라는 주요 경제지표로만 본다면 우리경제가 리만브라더스 파산으로 발생했던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은 확연하다. 이와 같은 최근의 경기회복세와 과거에 가장 낮았던 정책금리 수준이 3.25%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2.0%의 정책금리는 상당히 낮아 보인다.

그렇지만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이 명목금리보다는 실질금리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명목정책금리가 3.5%로 같더라도 물가상승률이4%일 때와 2%일 때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정책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수치가 영(零)보다 낮은 전자의 경우 중앙은행의 정책방향은 경기부양적 이고, 후자와 같이 실질정책금리가 1.5%라면 긴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경기부양적 이지도 않고 긴축적이지도 않은 중립적인 금리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통해서 우리경제의 중립적 실질금리를 추정한 후, 현재 중앙은행의 정책스탠스가 어느 정도 경기부양적 인지 알아보고 향후 정책금리 결정과 관련한 이슈를 검토한다.

중립적 실질정책금리란

실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과 같고,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일 때는 중앙은행이 굳이 정책금리를 내리거나 올릴 필요가 없다. 경제가 이처럼 성장과 물가 측면에서 균형상태일 때의 정책금리가 중립적인 실질금리이다. 다시 말해 중립적 실질정책금리는 경제상황에 맞게 단기적으로 조정되는 금리라기보다는 상당기간 동안 고정되어 있는 중기적인 금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경제가 균형에서 이탈해서 경기가하강하기 시작하면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중립적인 수준보다 낮게 유지할 것이고 그러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높아질 것이다. 반대로 경기가 과열징후를 보여 정책금리를 중립적인수준보다 높이면 성장률과 물가는 하락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중립적인 실질금리는 중앙은행이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기준점이고 경제주체들 입장에서는 중앙은행의 정책스탠스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점으로 볼 수 있다.

경기순환과 정책금리

중립적 실질금리를 가장 손쉽게 추정하는 방법은 경기순환을 제거한 후의 실질정책금리를 중립적인 금리로 간주하는 것이다. 경제는 수요요인과 공급요인 그리고 정책에 의해서 경기 저점과 고점, 그리고 다시 저점으로 이동한다. 경기순환이 수요요인 때문에 발생한다고 가정한다면, 경기 저점과 다음번 경기 저점 기간 중에 결정된 중앙은행의 정책금리를 중립적인 실질금리로 생각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경기순환 기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과 같고, 평균적인 물가상승률은 인플레이션 예상과 동일하다고 간주한다면 평균적인 정책금리도 중립적인 금리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세 차례의 경기순환을 겪었는데, 첫 번째 경기순환은 1998년 8월~2001년 7월, 두 번째는2001년 7월~2005년 4월, 세 번째 경기순환은2005년 4월~2009년 1월이다.(세 번째 경기순환은 경기순환변동치의 수준과 변화로 추정).

세 번의 경기순환기간 중 중앙은행의 명목정책금리에서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뺀 수치는1.5%였다. 이 수치가 대략적인 실질정책금리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경기순환별로는 조금씩 다르다. 첫 번째 경기순환 중 평균 실질정책금리는 2.8%, 두 번째는 0.6%, 세 번째는1.3%로 경기순환별로 차이가 있다. 첫 번째 경기순환의 경우, gdp 성장률이 6.3%로 높았고, 외환위기 직후 1년가량 유지되었던 고금리 정책 때문에 실질정책금리가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두 번째 경기순환과 세 번째 경기순환의 경우 성장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에서 차이가 크지 않다. 반면 실질정책금리는0.7%p 정도 차이가 난다. 만약 두 경기순환기간 중 우리경제가 큰 구조적인 변화를 겪었다면, 0.7%p라는 차이는 수긍할 수 있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우리경제가 2000년대 이후 잠재성장률이 점차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는 연구들은 다수 있지만, 2000년 이후 우리경제에 커다란 구조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둘 간의 차이는 다소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차이는 2001년 발생한 전 세계적인 it 버블붕괴와 그에 따른 경기급락, 9.11 사태와 이후의 전 세계적인 금융불안, 2003년~2004년 중 발생한 신용카드 발 금융경색 및 경기부진 등으로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낮게 유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는 경우

앞서 소비자 물가상승률과 정책금리를 이용하여 간단하게 중립적인 실질정책금리 수준을 추정하였다. 이 방법에 의해서 추정된 중립적인 실질정책금리는 사후적(ex-post)인 금리이다. 그렇지만 경제주체들이 경제적 의사결정을 내릴 때에는 미래의 물가상승률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다만 기대인플레이션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서베이를 통해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조사하기는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전의 물가상승률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높은 물가상승률을 경험한 후에는 물가상승률 예상도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의 이동평균을 활용하거나 선물가격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우선 한국은행에서 서베이를 통해 조사한 기대 인플레이션은 실제 인플레이션보다 0.5%p 정도 높았다. 그 차이는 2002년 2월~2005년 4월 기간 중에는 0.6%p, 2005년 4월~2009년 1월 중에는 0.3%p였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하면 두 번째 경기순환 동안은 평균실질정책금리가 영(零)에 가까워 통화정책이상당한 수준으로 경기부양적 이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세 번째 경기순환 기간에는 1.0%였다. 그리고 실제 물가상승률의 12개월 이동평균을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간주하여 구한 실질정책금리는 전반부는 0.5%, 후반부는 1.4%로 평균은 1.0%로 나타났다.

경상수지를 고려할 경우의 중립적 금리수준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 물가상승률은 환율과 원유와 같은 국제원자재 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지난 2008년 상반기를 보면 원유가격이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전반적인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졌다. 반면 2006~2007년 중에는 원화환율 하락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 이처럼 환율 등의 대외변수와 기후여건에 따라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점 때문에 일부에서는 석유류와 식품류를 제외한물가지수를 중요한 지표로 간주하기도 한다.

경상수지도 주요한 고려 사항이다. 실질정책금리가 중립적인 수준을 상회하여 국내수요가 위축되고, 환율도 균형보다 높게 유지되는 경우 경상수지는 흑자를 보이게 된다. 반대로 실질정책금리가 중립적인 수준을 하회하여 국내수요가 확대되고 환율도 낮게 유지되는 경우라면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따라서 중립적인 실질금리 수준을 보다 정교하게 추정하자면, 국내총생산 성장률과 물가상승률뿐만 아니라 경상수지의 균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연평균 50억 달러로 gdp의0.5% 수준이던 2005~2008년의 실질정책금리(1.3%)를 중립적인 실질정책금리로 간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계량모형을 이용한 결과

지금까지 추정한 중립적 실질금리는 손쉽게 구할 수는 있지만 통화정책당국의 정책이 경기순환기간 중 평균적으로 중립적이라는 가정 하에서 도출한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책당국은 가계부채 문제, 내수 진작, 경상수지 흑자 등을 이유로 경기순환 기간 중 정책금리를 중립 수준보다 낮거나 혹은 높게 유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경험적인 방법을 통해서 도출한 중립금리는 과소평가되거나 또는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간단한 계량모형을통해서 중립적 실질정책금리를 추정하였다. 중립적 실질정책금리는 2000년대 초에는 2% 중반이었으나 조금씩 하락하여 현재는 1.2% 내외로 추정되었다. 또한 중앙은행에 의해서 결정된 실질정책금리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중립적 실질금리를 중심으로 변동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지난 2008년9월 이후 완화방향으로 선회하여 현재는 중립금리에 비해서 2.1%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점진적인 정책금리 인상이 바람직할 듯

지금까지 여러 방법을 이용해서 중립적 실질정책금리를 추정하였다. 우선 실제 물가상승률에 기반 하여 관찰된 중립적 실질정책금리는1.5%였다. 그리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바탕으로 추정된 금리는 0.6~1.0%였다. 그렇지만 중앙은행이 경기순환기간 중 평균적으로 중립적이라는 가정에서 도출되었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가장 최근 경기순환기의 금리, 경상수지 균형을 고려한 금리, 계량모형으로 산출된 금리 등을 고려하면 중립적 실질정책금리는 1.2% 내외가 가장 합리적인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2% 후반 정도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명목금리로 환산한다면 4.0%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치는 우리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만큼 성장하고, 물가상승률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에서 산출된 것이다. 그러므로 실제 gdp와 잠재 gdp 수준간의 차이인 산출갭(gdp gap)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어야, 정책금리 조정 시기와 폭을 결정할 수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올해 하반기이후 인플레이션 갭, 즉 실제 gdp가 잠재gdp를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해서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진다면 조만간 정책금리를 중립적인 수준까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당 연구원의 예상처럼 내년 하반기 이후 인플레이션 갭이 나타난다면, 올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통화정책의 경기완화적인 정도를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물가상승이 지속적일지 여부도 중요하다. 올해 하반기 이후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이 인상된다면 일시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의 물가상승률은 과소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공공요금 인상은 누적된 인상요인을 한 번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살필 필요가 있다.

또한 인플레이션 갭이 발생한다고 해서 반드시 정책금리를 중립적인 수준까지 급격하게 인상할 필요는 없을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된다고 예상되면, 금리를 대폭 올리는 대신 완만한 환율하락을 용인함으로써 수입품 수요를 늘려서 물가상승 압력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즉 환율과 금리정책이 개방경제하에서는 대체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정성태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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