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최종현 선대회장이 뿌린 ESG, 최태원 회장이 꽃 피워
SK그룹 최종현 선대회장이 뿌린 ESG, 최태원 회장이 꽃 피워
  • 황병우 기자
  • 승인 2022.08.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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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선대회장, 50년 前 환경·사회를 중시하는 ESG 경영 선도
최태원 회장, 넷제로·비즈니스모델 혁신·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고도화
선대회장, 유언으로 화장 남겨…SK, 화장시설 기부 등 장묘문화도 개선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충북 충주시 인등산 임야를 사들여 조림 사업을 진행한 결과, 1970년대 초반(위)과 현재(아래)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원 안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부인 故 박계희 여사와 인등산에 나무를 심는 모습. (사진=SK)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충북 충주시 인등산 임야를 사들여 조림 사업을 진행한 결과, 1970년대 초반(위)과 현재(아래)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원 안은 최종현 선대회장이 부인 故 박계희 여사와 인등산에 나무를 심는 모습. (사진=SK)

최종현 SK 선대회장 서거 24주기를 맞은 26일 최태원 회장을 포함, SK 부자가 50년 간 추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재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최종현 선대회장(이하 선대회장)은 1962년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SK에 합류한 뒤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고 CDMA 기술을 첫 상용화하면서 대한민국의 성장 기반을 닦은 경영인이다. 

또한 선대회장은 "기업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으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으로 조림과 인재양성에 집중하며 ESG 경영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들 최 회장은 선대회장 유지를 이어받아 탄소감축 경영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 이사회 중심 경영을 펼치며 ESG 경영을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시켜 나가고 있다. 

> 최종현 선대회장, 50년 전부터 환경과 사회를 중시하는 경영 시작

선대회장은 일찌감치 산림과 인재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숲과 인재양성에 주력했다. 선대회장은 임야 매입을 부동산 투자로 바라보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지방의 황무지를 사들였고 자작나무 등 고급 활엽수를 심어 산림녹화에 나섰다. 

선대회장이 심은 나무는 인재양성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자원이 부족한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양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조림에서 발생한 수익을 장학사업에 사용키로 했다.

사재 5540만원을 출연해 1974년 11월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한 뒤에는 '세계 수준의 학자 양성'이라는 목표 아래 매년 유학생을 선발, 해외로 보냈고 학비와 생활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고등교육재단 장학사업은 IMF와 세계금융위기 등 극심한 경제위기에도 계속됐고 현재까지 장학생 4000여 명과 박사 820여 명을 배출한 '인재의 요람'으로 성장했다. 1970년대 일요일 아침을 깨웠던 장학퀴즈도 SK의 대표적 인재양성 프로그램으로 2300여 회가 방영된 현재까지 50년 가량 후원하고 있다. 

1973년 2월, 최종현 선대회장의 '나무를 키우듯 인재를 키운다'는 철학에 따라 후원한 '장학퀴즈'가 첫 방송됐다. '장학퀴즈'는 최태원 SK 회장의 대(代)를 이은 후원으로 현재까지 49년째 이어지는 SK의 대표적인 장학사업이다. (사진=SK)
1973년 2월, 최종현 선대회장의 '나무를 키우듯 인재를 키운다'는 철학에 따라 후원한 '장학퀴즈'가 첫 방송됐다. '장학퀴즈'는 최태원 SK 회장의 대(代)를 이은 후원으로 현재까지 49년째 이어지는 SK의 대표적인 장학사업이다. (사진=SK)

> 최태원 회장, 넷제로 경영·그린 비즈니스 등으로 ESG 경영 업그레이드

최 회장은 ESG를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원을 삼고 경영체질의 전반적인 혁신을 추진하는 등 SK는 최근 ESG 관련해 가장 분주히 움직이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SK는 최 회장이 "관계사 각각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과 환경 스토리를 만들어야 하고 남들보다 빨리 움직여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주문한 뒤 2050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에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가입했다. 

이어 2050년 이전까지 넷제로를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결의한 뒤 2030년 기준 전세계 탄소감축 목표량(210억톤)의 1%를 SK가 줄이겠다고 공표했다. 

특히 SK는 최근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면서 최 회장이 강조한 넷 제로 경영을 구체화하고 있다. SK는 2020년 말 수소사업추진단을 조직한 뒤 그룹 내 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생산과 유통, 공급에 이르는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또 수소 관련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은 2차전지와 친환경·신재생 에너지기업으로 변신 중이고 SKC는 2차전지 소재인 동박을 제조하는 그린 기업으로 전환했다. SK건설은 23년만에 사명을 '건설'에서 '에코플랜트로 바꾸고 친환경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또 친환경 사업 강화를 위해 관련 인력과 역량은 한 곳에 모은 'SK 그린캠퍼스'를 지난 1월 오픈했고 연구·개발에 집중할 'SK그린테크노캠펴스'도 2027년 출범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인정한 탄소배출권을 확보했고 파푸아뉴기니와 스리랑카 등 해외에서도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등 K-Forest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 회장은 ESG 경영을 함께 할 인재 양성을 위해 연세대와 강원대에 ESG 관련 강좌를 개설했고 지난 해에는 연세대 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할 혁신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SK가 넷제로 조기 달성 의지를 담아 지난 6월 충주 인등산에 개관한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전시관에 설치된 생명의 나무. 생명의 나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사진=SK)
SK가 넷제로 조기 달성 의지를 담아 지난 6월 충주 인등산에 개관한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 전시관에 설치된 생명의 나무. 생명의 나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사진=SK)

> 선대회장, 체계적 경영시스템 정립…최 회장,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진화 발전

선대회장은 환경과 사회 외에 국내 최초로 체계화된 경영시스템을 도입, 지배구조 선진화를 꾀했다. SK의 경영철학과 목표, 경영방법론을 통일되게 정의하고 업무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도록 1979년 SK경영관리시스템(SK Management System)을 정립했다. 

선대회장이 정립한 SKMS는 경영환경과 사회적 요구에 맞춰 2020년 2월까지 14차례 개정을 거쳤고 최 회장은 기업 경영 목표에 이해관계자와 구성원 행복, 사회적 가치 추구 등을 반영시키면서 사회와 공생하는 기업으로 지배구조를 변화시켜 나갔다. 

특히 최 회장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의 장기적 신뢰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론으로 거버넌스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물론,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최 회장은 SK의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를 평가·보상하고,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하거나 중장기 성장전략을 검토하는 실질적 권한을 부여했다. 또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게 맡기는 등 내용과 형식면에서 외부인사가 중심이 된 이사회 경영을 펼치고 있다. 

> 선대회장 유언으로 화장 남기고, 화장시설 기부 등 장묘문화 개선 

선대회장이 남긴 또 하나의 업적은 장묘문화 개선이다. 선대회장은 평소 무덤으로 좁은 국토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며 화장을 통한 장례문화 개선을 주장했다. 선대회장은 1998년 8월 타계하면서 "내가 죽으면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 SK가 장례문화 개선에 앞장서 달라"는 유지를 남겼다. 

실제 선대회장은 회장으로 장례를 치렀고 SK는 2010년 1월 500억원을 들여 충남 연기군 세종시에 장례시설인 '은하수 공원'을 조성해 기부했다. 이후 화장률이 1998년 27%에서 10년 뒤 62%, 최근에는 90%로 상승했고 화장시설 공급난이 해소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SK 관계자는 "선대회장은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신념으로 산림과 인재를 육성해 사회와 국가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아 ESG 경영을 더욱 고도화해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더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파이낸셜신문=황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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