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세사기와 시장경제체제
[칼럼] 전세사기와 시장경제체제
  • 파이낸셜신문
  • 승인 2023.08.2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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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하반기에 빌라나 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하다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빌라왕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인천 미추홀구 등에 빌라와 오피스텔 수십 채를 보유한 임대인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잇따르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전세사기 사건’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전세사기 사건의 유형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국제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권호근 교수
국제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권호근 교수

우선 빌라나 오피스텔을 건축한 건축주가 분양가와 비슷한 가격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세입자를 받아들인다. 이후 건축주는 속칭 ‘바지 집주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게 된다. 임대차 기간 중 빌라나 오피스텔 매매가격이 하락하여 ‘깡통전세’가 발생한다.

그러자 임대차 기간이 만료된 세입자들은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하지만 집주인과 연락도 되지 않고 각종 세금이 미납된 상태로 주택이 압류되고 경매가 진행된다.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을 목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사항대로 주소이전과 함께 확정일자까지 받았으나 일정 부분 손실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유형으로는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집주인이 바뀌는 경우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부동산 소유주가 바뀌면 임대인의 지위 또한 포괄적으로 변경된다. 그런데 새로운 집주인이 재산이 하나도 없는 경제적 무능력자라면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한 푼도 변제받을 수 없는 극단적 상황까지도 발생한다.

앞에서 언급한 전세사기는 2020년 도입된 ‘임대차 3법’의 부작용으로 인한 갭투자을 지적할 수 있다. ‘임대차 3법’은 전세계약 기간을 2년에서 ‘2+2’년으로 연장하고, 임대료 인상 폭을 5% 이내에서 제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법들이 2020년 7월 말 도입되자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2020년 7월 초반 43,000건에서 실시 이후 8,300건까지 급감했으며,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2020년 6월 이후 연간 기준으로 12.25%로 급등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투기를 잡겠다며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은 억제하고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하였고,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의무제도 등을 도입하여 갭투자를 하기 위한 여건을 조장하였다. ‘임대차 3법’의 부작용으로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전세가격은 고금리와 입주 물량의 급증으로 2022년부터 폭락세로 전환하면서 전세사기의 가장 큰 원인이 된 ‘깡통전세’와 ‘역전세’가 나타났다.

전세사기는 시장경제체제를 무시한 이념에 치우친 경제정책의 산물이다. 과거 소련에서 추진된 부동산정책의 사례를 보자. 부동산을 통한 이윤추구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부동산의 사적 소유를 금지하고, 모든 국민들에게 무료로 주택을 공급하는 소련의 부동산정책은 외견상으로는 공정하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것이었다. 모든 국민들에게 주택을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대량으로 공공주택을 건설하였다.

특히 흐루시초프와 브레즈네프 시절 대량으로 공급된 ‘흐루시초프카’와 브레즈네프카‘가 이러한 공공주택의 대표적 사례다. 시장의 경제원리를 무시한 공공주택들은 민간의 건설회사가 하듯 거주자들의 편익을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지어졌다. 협소한 주거공간, 승강기의 부재, 부족한 공유시설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주택의 분배권을 가진 공무원들에게 더 좋은 입지나 빨리 주택을 얻기 위해 뇌물을 주는 관행이 형성되면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게 되었다. 재화의 분배권을 쥔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부정부패는 공산주의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한국에서도 박원순 시장이 재임한 10년간 서울시의 재개발과 재건축을 억제했다. 민간부문에서 재개발과 재건축을 추진하면 주택가격이 상승하니 이를 강력하게 억제한 것이다. 그 결과로 주택공급이 부족해져 집값이 상승했다. 서울의 집값이 오르자 중앙정부는 부동산 관련 조세를 대폭 올려 해결하고자 하였다. 그래도 주택가격 안정이 되지 않자 신도시를 만들고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공급을 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이 모든 주택공급은 민간보다는 ‘LH 공사’나 ‘SH 공사’등으로 대표되는 공공부문이 수행하도록 하였다. 그 이유는 부동산개발로 인한 차익을 봉쇄한다는 의미였다. 여기에는 공공부문은 선하고 민간부문은 악하다는 의식이 깔려있다.

그런데 알다시피 ‘LH 공사’의 부정부패는 민간부문을 훨씬 능가했음이 드러났다. 홍길동 콤플렉스란 것이 있다. 홍길동은 스스로 본인이 정의로우니까 악당인 부자의 돈을 빼앗아서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져야 한다는 것이다. 홍길동은 과거에도 정의의 사도였고 앞으로도 그렇다고 생각하여 끊임없이 악당을 찾고, 없으면 만든다. 하지만 남의 돈을 빼앗아서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기보다는 이들이 홀로 설 자립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임대차 3법’은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출발하였으나 그 결과는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 하는 실패로 귀결되었다. 이처럼 민간부문의 이윤추구를 죄악시하고 임대인과 임차인을 편을 갈라 임차인은 선한 사람, 임대인은 악인으로 규정한 부동산정책의 끝은 자명하다고 판단된다.

2차 세계대전 후, 세계는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는 시장경제체제와 민간보다는 공공, 시장보다는 정부에 의한 경제활동을 중시하는 공산주의 경제체제로 양분되어 대결하였다. 이러한 체제대결의 결말은 1980년대 후반 소련연방의 붕괴, 서독의 동독편입으로 시장경제체제가 우월하다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

이러한 역사적 결말을 무시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경제정책으로 일관한 문재인 정부는 한국경제에 큰 피해를 주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약 30년이 흐른 시기에 필리핀의 어느 섬에서 일본 군인이 발견되었다. 그는 전쟁이 끝난 지도 모르고 아직도 천황폐하를 중심으로 미군과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당국자들은 마치 이런 일본 군인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모든 사람을 다 같이 잘먹고 잘살게 하겠다는 공산주의 경제이념은 현실세계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고 우리가 죽은 후 가는 천당이나 극락에서나 달성될 수 있다고 종종 이야기 하였다. 현대 경제학은 ‘희소성의 원칙’에서 출발한다. 공산주의 경제이념은 이런 희소성의 원칙과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것이다. 현대 경제학을 성립시키고 발전시킨 석학들은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를 바탕으로 가장 최적의 경제논리를 전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한 경제정책 당국자들이 이런 석학들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이런 이념에 치우친 경제정책의 실패를 교훈 삼아 시장의 경제원리를 중시하는 정책을 실시하여 다시 한번 대한민국 경제를 도약시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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