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올 들어 11조8천238억원 감소로 감소액 최다 기록
기아,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부품기업 누적액 상위권
국내 500대기업 상장사의 잉여현금흐름(FCF) 누적액이 결국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경기 둔화에도 절반 이상(57.7%)의 기업이 전년 동기 대비 잉여현금흐름을 늘렸음에도, 국내 매출액 기준 1위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의 잉여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1조8천238억원이나 줄어 올 3분기 기준 –7조8천7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잉여현금흐름이 감소한 112개 기업 전체 규모의 16.1%에 해당하는 수치다.
13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의 상장사 중 3년 비교가 가능한 265곳의 3분기 개별기준 잉여현금흐름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올해 3분기 총 누적액은 –2조5천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2조5천782억원 대비 감소액은 5조1천569억원이다.
지난 1년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늘었음에도 설비투자 등의 순 지출액인 자본적지출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다. 올해 영업활동현금흐름 누적액은 82조31억원으로 전년 동기 81조3680억원 대비 0.8%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자본적지출 누적액은 78조7천898억원에서 84조5천818억원으로 7.4% 늘었다.
잉여현금흐름이란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을 제한 값으로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업이 창출한 수익에서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 지출액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을 의미하는 만큼 실제 자금 사정이 얼마나 양호한지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연말 배당 여력의 참고치로도 활용된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년 전인 지난 2021년 3분기 누적 잉여현금흐름이 56조6천987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더욱 크다. 당시 영업활동현금흐름과 자본적지출 누적액은 각각 126조5천968억원, 69조8천981억원이었다.
업종별 잉여현금흐름이 가장 많은 곳은 자동차·부품 업종으로 올 3분기까지의 누적액은 17조3천531억원이다. 뒤이어 지주 업종이 6조4천839억원, 운송 업종이 4조4천497억원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1조원 이상의 잉여현금흐름 누적액을 보유한 기업은 총 18곳으로, 이 중 일반기업은 9곳, 금융사는 8곳, 공기업은 1곳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 보면 기아의 잉여현금흐름 누적액이 7조2천48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4조1천88억원으로 500대기업 중 4번째였지만, 1년 새 76.4%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이어 현대자동차가 6조269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9천316억원으로 18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16계단 상승이다. 지난 1년간 영업수지 개선과 자산 효율화 등으로 누적액이 546.9% 늘어난 결과다.
현대모비스는 2조7천40억원으로 일반기업 중 3번째로 높은 기록이자 통합 상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 동기에는 1조1천641억원으로 15위였다. 해당 기간 누적액 증가율은 132.3%다.
공기업 중 잉여현금흐름 누적액이 가장 많은 곳은 4조8천584억원을 기록한 한국가스공사로 나타났다. 전년 3분기까지의 경우 –6조2천373억원으로 마이너스(-)였다.
금융기업의 경우 KB금융(2조942억원), 카카오뱅크(1조8천458억원), DB손해보험(1조8천342억원), 하나금융(1조7천76억원), 현대해상(1조6천876억원)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올 3분기 기준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 규모가 1조원 이상인 곳은 기업은행(-14조9천51억원), 한국전력공사(-14조3천792억원), 삼성전자(-7조8천785억원), SK하이닉스(-4조4천324억원), LG디스플레이(-3조5천587억원) 등 총 12곳이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조사대상 기업 265곳 중 153곳(57.7%)에서 잉여현금흐름이 증가했다. 반면 112곳(42.3%)은 감소했다.
올해의 경우 공기업의 잉여현금흐름 증가 규모가 두드러졌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의 1년 새 증가액은 각각 11조957억원과 9조3천130억원으로 전체 조사 대상 중 1,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는 기저효과에 따른 것으로 가스공사는 -6조2천373억원에서 4조8천584억원으로 플러스 전환했고, 한전은 -23조6천922억원에서 -14조3천792억원으로 마이너스 폭이 축소됐다.
일반기업 중에서는 현대자동차(5조953억원), 기아(3조1천392억원), 포스코홀딩스(2조6천495억원), HDC현대산업개발(2조778억원) 등 순으로 증가액이 컸다.
금융기업 중에서는 삼성카드가 전년 동기 대비 3조1천852억원 늘어나 잉여현금흐름 증가액이 가장 컸다.
반면 전년 동기 대비 잉여현금흐름의 감소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전자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3분기 10조7천207억원, 2022년 3분기 3조9천453억원을 기록하며 누적액 기준 각각 1위와 5위를 기록했었지만, 올해는 11조8천238억원 감소한 –7조8천785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지난해 3분기 32조6681억원에서 올 3분기 27조5천31억원으로 15.8% 감소할 때 자본적지출이 28조7천228억원에서 35조3천816억원으로 23.2%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HMM 역시 잉여현금흐름이 전년 동기 대비 9조3973억원 줄어 감소 규모가 두 번째로 컸다. 이에 따른 3분기까지의 누적액은 –3천480억원이다. [파이낸셜신문=임권택 기자 ]